지역주민들 “정권 퇴진 운동 하겠다” 즉각 반발
정총리 “나라를 더 잘 만들기 위해 헌법도 고칠 수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발표에 충청도 주민들은 심리적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동안 설마설마 했던 세종시 원안 백지화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MB는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해 “세종시의 대안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 늦어도 내년 1월 중에 국민과 국회에 최종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MB의 이런 방침은 9부2처2청의 정부 부처를 충남 연기·공주에 이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들도록 한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고, 과학·기업·교육 개념의 새로운 도시로 전면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국민 사기극 충청권 주민들 강력 반발
정운찬 총리는 역시 대국민 발표를 통해 “현재의 계획으로는 세종시가 50만 인구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 가급적 내년 1월까지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기존 세종시의 문제점으로 △일자리를 위해 필요한 자족기능 용지가 전체의 6~7%에 불과하고 △행정부의 일부가 떨어져 행정의 비효율이 예상되며 △통일이 될 경우 세종시를 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불거질 것 등을 꼽았다.
정운찬 총리가 "국가 위기관리, 통일후 대비 등 문제와 초기의 강력한 인구 유입을 위해서라도 행정 기관보다는 기업 위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세종시 수정의 기본 청사진을 밝혔다.
또한 정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부처를 옮기고 기업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신 잘 알다시피 포항, 울산, 광양 등처럼 기업도시를 만들면 그것이 자족도시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그러나 최종안이 없다는 것이지 지금 상당한 작업을 해왔다. 걱정 하지 말라. 나라를 더 잘 만들기 위해 헌법도 고칠 수 있는데 법이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러한 세종시 수정 구상안과 관련해 충청권 주민들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청권 주민들은 “이번 세종시 원안 번복은 ‘대국민 사기’다. 계속 강행 할 시에는 정권퇴진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성명을 내고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을 중단하라. MB 정부의 앞잡이 정 총리가 한나라당 일부 세력과 수도권 기득세력을 등에 업고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를 시작했다. 임동규 비례대표가 빈껍데기 복합도시 법안을 제출하더니, 정 총리가 자아도취에 빠져 온 나라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민주당은 “MB 정부는 법을 있는 그대로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법은 지키지 않고 소위 민관합동위원회라는 가면을 씌워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민간위원들을 찬성 반대론자들로 구성해 국민을 행복도시 찬반의 대립과 갈등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이번 증평.진천.괴산.음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충청도민의 준엄한 심판도 무서워하지 않고, 이를 무시하는 민간 독재의 말로를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매향노 정 총리의 뒤에 숨어서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을 중단하고, 이제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세종시 원안 건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충청도를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 역시 “정 총리의 세종시 관련 발표는 전혀 새로운 내용도 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으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혹평했다.
보궐선거 충청도 민심을 벌써...
행정도시 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 총리의 이번 발표는 여야 합의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만들어 행정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애초 계획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행정도시 포기를 전제로 한 충청권 민심달래기에 그친 정부의 졸속대책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했다.
충북 비대위는 “정 총리가 주장하는 기업, 교육, 과학기능의 추가는 실행담보가 전무한 속빈강정이며, 자족기능용지가 전체의 7%라는 정 총리의 주장은 하천, 공원, 녹지공간이 행정도시 예정지의 50%에 가까운 상황을 무시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14%로 절대로 적지 않은 규모”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 방침을 재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남 연기·공주지역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0일 동안 단식농성을 하다 입원한 뒤 업무에 복귀한 유한식 연기군수는 “행정도시 원안 건설을 염원하는 다수의 지방민 민심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고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조선평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 상임공동대표 역시 “정부 부처 이전 축소 움직임은 대통령이 12번이나 원안 추진을 약속한 것과 국회가 합의한 것마저 무시한 처사다. 앞으로 누가 정부 정책을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4일부터 매일 저녁 조치원역 광장에서 ‘세종시 사수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행정도시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는 충청권 재경향우회 등과 함께 10일쯤 상경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전, 충남·북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 무산음모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 이상선 공동대표는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정상 추진을 위해 전국 차원의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중 지역 순회 토론회를 통해 원안 추진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연계한 조직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완구 충남지사는 “수년간 논의를 거쳐 내놓은 (세종시) 안을 뒤엎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향후 세종시 문제를 풀기가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도의회도 이대원 의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여론 수렴을 거쳐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사안이다. 축소될 경우 엄청난 사회·경제적 낭비와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한편, 농민 등 3000여명은 이날 오전 연기농업기술센터에서 연 연기농업인화합대회 본행사에 앞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연기군의회 의원에 이어 연기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일부터 연기군청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역주민 조만간 서울로 원정 시위 준비 중
세종시 예정지의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건설사들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사기분양’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반발하고 있다.
토지를 매입한 건설사들은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인구유입이 불충분해 아파트 분양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와 LH(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이름)측을 상대로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상을 받은 일부 원주민들은 재투자 차원에서 세종도시 주변지역의 토지를 매입한 상태라 투자가치가 떨어졌다며 원성이 자자하다.
일부 주민들은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져 이사가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B 지지율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두자리 숫자나 폭락한 것으로 나타나, 박 전 대표와의 세종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MB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MB지지율이 41.6%로 지난번 10월초 조사때보다 3.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MB 지지율이 14%포인트 폭락했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4.6%, 민주당 24.1%, 친박연대 3.2%, 민주노동당 2.8%, 자유선진당 1.3%, 진보신당 1.1%, 창조한국당 0.5%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번 조사와 비교하면 한나라당은 3.5%포인트 , 민주당은 4.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2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29.3%로 지난달보다 5.2%포인트 상승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6.2%로 지난달보다 약 18%포인트 급등하면서 한나라당을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차기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조사보다 8.2%포인트 급등한 35.4%로 부동의 1위를 차치했고, 이어 유시민 전 장관(7.6%), 정동영 의원(5.4%), 정몽준 대표(4.8%), 손학규 전 대표(4.4%), 이회창 총재(3.4%), 오세훈 시장(3.0%), 한명숙/노회찬(1.5%), 강기갑/김문수(1.0%), 정세균/정운찬(0.5%), 원희룡(0.3%) 순이었다.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