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참여 ‘가속도’ 내년 1월 창당계획...친노 핵심 세력 대거 참여할지 관심 집중
‘야권분열’ 아닌 새로운 정치 모델 제시 할 계획...하지만 당 정체성 두고 혼돈 예상
친노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될 전망이다. 친노신당 창당주비위는 오는 15일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에서 창당준비위 결성식을 열고 본격적인 창당준비작업에 착수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결성식을 전후해 친노신당에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신당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10·28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양산에 출마한 ‘친노’ 송인배 민주당 후보가 당초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과 접전을 펼치며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는 ‘저력’을 보여준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범야권 진영에선 ‘진보야권 분열을 조장시키는 꼴’이라며 친노신당 창당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친노신당 ‘국민참여당’으로 명칭 확정
친노 세력으로 구성된 국민 참여 정당, 이른바 친노신당은 지난 9월 20일 창당을 공식화한 후 최근 최종 당명을 ‘국민참여당’으로 확정지으면서 당원 확대 및 당 홍보 활동으로 내년 1월까지 창당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친노신당의 창당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어왔다. 권태홍 전 참정연 사무처장 등 창당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 날인 지난 5월22일 속리산에서 워크숍을 갖고 신당 창당의 이념, 일정 등 창당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렸다. 그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청와대 관계자 등 참여정부 시절 일부 핵심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음날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돌출변수를 만난다. 급작스런 비보를 접한 이들은 창당작업을 잠시 미룬채 봉하마을로 집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도 불구하고 신당창당 계획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6월9일 여의도에 창당 사무실을 마련했고 신당창당 추진을 위한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창당준비모임 핵심인사 뿐 아니라 유시민 전 장관의 팬클럽인 ‘시민광장’ 일부 회원들도 참여한 바 있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서거와 49재를 거치면서 ‘친노신당’은 좀 더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최근 10월 재보선 경남 양산 선거에서 친노계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6선 도전에 성공한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와 접전을 보이며 ‘패배 같지 않는 승리’로 친노 세력의 저력을 확인하면서 더욱 확고해 졌다.
지난 달 28일 이병완 친노신당 창당주비위원장은 재·보선 직후인 10월29일 대구시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견제 필요성이 표출됐다”며 “국민에 참다운 비전과 진정성을 제시하는 세력이 나타날 요인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핵심 최측근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친노신당’ 입당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친노신당 창당이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친노 핵심 세력 참여 유무와 당 정체성을 두고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국민참여당 너는 누구냐?”
지난 3일 내년 창당을 목표로 아직 ‘실체’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은 국민참여정당에 대한 검증의 자리가 마련됐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4개 진보매체가 합동으로 마련한 인터넷 생방송 토론회 ‘진보개혁 연대의 길-4당 대표에게 묻는다’에서 천호선 국민참여정당 상임부위원장은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날선 질문을 받았다.
핵심 질문은 왜 창당해야 하는 가로 모였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는 것 말고는 (민주당과) 조직이나 인물, 가치에서 별반 차별성이 없는데 굳이 신당을 따로 차릴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천 부위원장은 “당 운영 기본 원리와 철학이 다른 정당들과 전혀 다르다”고 맞섰다.
사회를 맡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독자적 길을 걸어야 할 브랜드 가치가 있느냐. 열린우리당보다 잘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천 부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때) 자기 돈과 시간을 내고 당원의 권리를 요구하며 민주주의에 기여한 노력들을 절대 폄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참여정당, 너는 누구냐고 묻고 싶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 함께 진보적 가치의 전망을 내놓을 정도의 정당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 부위원장은 “우리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강령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정당처럼 독선적으로 편향된 것은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주현 ‘한겨레’ 기자는 “정당의 목표는 집권인데, 국민참여정당은 능력이 있는가. ‘좋은 빵’을 기대하는 새 정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천 부위원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 참여했기 때문에 찍어 달라는 게 아니라 그 참여민주 철학을 보고 찍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홍보수석·대변인 등 참여정부 요직을 지낸 천 부위원장에게 참여정부의 공과를 묻는 질문도 쏟아졌다.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가 “민주화 집권세력은 지난 10년 동안 출세했지만 국민들은 양극화 때문에 삶의 질이 심각해졌다”고 지적하자, 천 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민 생활, 양극화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안 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신용불량·양극화 문제 등을 화끈하게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죄송스러움은 있다”고 답했다.
유시민 “야권 분열이 아니다”
최근 친노신당 입당 의사를 밝힌 유시민 전 장관의 본격적인 정치 재개 선언으로 친노신당 창당이 더욱 추진력을 얻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친노 핵심 세력들이 친노신당에 대거 투입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입당하더라도 당장 직책을 맡기 보다는 당분간 평당원 자격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며 “유 전 장관 이외에 추가로 입당을 희망하고 있는 친노 인사들 명단은 추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모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 전 장관은 직접 ‘야권 분열’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 시키며 친노신당 창당 명분을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일 방송된 MBC ‘일요인터뷰 人’에서 “친노신당의 창당은 민주당이 담아내지 못하
는 유권자층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야권의 분열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열이란 말은 자해다. 함께 쓰는 우물에 침 뱉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분열이라기보다 (야권의) 분립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친노신당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가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 그룹 사이 어디인가에 있는 중도진보 성향의 정당”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노신당은)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제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지역구도 등에 비춰볼 때 정치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정당으로, 혼자 진입 장벽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당과 시민ㆍ사회세력과 함께 넘어서는 방법을 유연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대선 주자나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대해 “지금 그런 계획은 없다”면서도 “친노신당의 발전을 위해서 또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더 무엇을 해야 되냐는 당의 지도부와 상의하고 당원들의 뜻도 살피고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친노신당 험난한 길 예고...전국당으로 나갈까?
하지만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친노세력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현재까지 친노신당 참여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어, 친노신당의 정치세력화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참여당 천호선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3일 한 토론회에서 “친노인사인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해찬 전 총리 등도 신당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좌장으로 불리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8월 한 강연에서 친노신당 창당과 관련해 친노 신당 창당 움직임을 인정하면서도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든 신당이든 큰 틀에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친노그룹에) 신당을 추진하려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정치 안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민주당은 민주당 대로, 신당 하려는 사람은 자신들이 만든 곳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큰 틀은 연대해서 하자는 것이다, 분열은 민주개혁진영의 힘을 약화 시킨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친노 핵심 인물들이 신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까닭에 친노신당이 대한민국 재야 정치구도를 재편할 만큼의 파괴력을 갖출 수 있느냐는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재보선을 통해 친노와의 연대 및 통합을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그룹에 '러브콜'을 보내며 통합 논의에 적극성을 보일 경우 친노의 독자세력화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친노신당 창당과 관련 “신당이 출범하더라도 민주당과 서로 보완하면서 연합세력을 구축한다면 의미가 있지만 (신당창당은) 민주개혁 세력은 민주당으로 대연합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 약간 반하는 면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국민참여당이 앞으로 넘어할 산이 많이 산재돼 있는 가운데 내년 1월 창당을 앞두고 국민참여당이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