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공대 학장 “제2캠퍼스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 사안...충청도민도 반길 것”
‘초특혜’, 세종시 제2캠퍼스 추진...서울대라는 명함하나로 각종 혜택 형평성 논란
지난 4일 정부가 기업,교육,과학 중심의 세종시 수정 로드맵을 발표 한 직후 세종시를 ‘과학 비즈니스 벨트’로 전환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접목시킬 방안을 준비한 데다 세종시의 대안을 만들 기획단도 이미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과학 비즈니스 벨트’ 핵심에는 서울대 제2캠퍼스 건립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대 제2캠퍼스가 정부의 세종시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에 절대적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대 제2캠퍼스 세종시 이전의 실체는 무엇이고 문제점은 없는지 진단해 봤다.
서울대 공과-경영대학, 세종시에 뛰어들다
지난 5일 서울대 공과대학이 세종시에 57만평 규모의 융복합학문분야 제2캠퍼스를 설립한다는 안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서울대 경영대학도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만드는 계획안을 대학 본부에 제출하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탄력을 주고 있다.
먼저 서울대 공과대학은 세종시에 7천억원을 투입해 57만평 규모의 융복합학문분야 제2캠퍼스를 설립하면서 학생 6천500명을 새로 뽑으면서 이들에게 전액 장학금, 병역특혜 등의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구상이다.특히 계획안에는 교수와 학생을 별도로 뽑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관악캠퍼스의 공대가 이전하는 것은 아니며, 명칭은 ‘집현캠퍼스’로 명시돼 있다.‘집현캠퍼스’ 학생정원 중 5천명은 학사 4년에 석사 1년의 학ㆍ석사 과정이며, 나머지 1천500명은 학사 4년, 석사 1년, 박사 3년의 학ㆍ석ㆍ박사 과정으로 돼 있다. 소속 학과 및 학부는 미디어아트, 나노융합 등 이공학중심 융합과정 10개와 미래학, 프런티어인문학, 미래조형예술 등 사회과학 융합과정 3개, 기술경영, 의학대학 등 모두 15개로 구성된다. 서울대 공과대학의 세종시 설립은 정부가 원안 추진을 대신한 과학 비즈니스 벨트 구상에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강태진 공대 학장은 “제2캠퍼스가 세종시에 들어설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ABSI)과 함께 오송생명과학단지, 대덕테크노밸리,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주변 타 연구단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기초ㆍ응용 공학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경영대학교도 공과대학에 이어 세종시 이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 경영대학이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만드는 계획안을 마련해 최근 대학 본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학 본부에 제출한 기획안에 따르면 현재 관악캠퍼스에 있는 경영대와 별도로 세종시에 제2경영대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전을 통해 현재 130명 선인 정원도 연세대ㆍ고려대 경영학과 수준에 준하는 320명(관악ㆍ세종시 캠퍼스 포함)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가 세종시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숙원사업인 정원 확충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 입학 정원은 130명에 불과해 300명이 넘는 연세대ㆍ고려대 경영학과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영대학 한 교수는 “부족한 학부 정원이 학교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시점에서 세종시 제2캠퍼스는 경영대로서는 좋은 해법을 찾는 셈이다. 수도권 규제도 비켜갈 수 있는 데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세종시 프로젝트에 참여해 각종 지원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제2캠퍼스’ 추진, 과연 독일까 약일까
이처럼 제출된 제2캠퍼스 기획은 대학 본부의 검토를 거친 뒤 교육인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대에서는 지난 5일 강태진 공대 학장이 공과대학 제2캠퍼스를 세종시에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 본부와 마찰을 빚고 있지만 정부가 상당부분 세종시 수정안 해법에 어느 정도 접근한데다 이번에 경영대 계획안이 추가되면서 서울대 내부적으로는 제2캠퍼스 추진 움직임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일각에선 보고 있다.
서울대 공대대학의 세종시 이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강태진 공대 학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제2캠퍼스 건립 추진은 세종시 수정안의 한 부분이 아닌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 정치적인 고려만 뺀다면 충청권 사람들도 정부 부처가 가는 것보다 서울대 제2공과대학이 가는 걸 더 환영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연구소를 비롯해 학부생까지 수천 명 규모가 상주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 학장은 구체적으로 “서울대 공대가 오면 단순히 대학 캠퍼스만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 벤처기업이 따라오고 기업 부설 연구소도 붙을 수 있고 특히 융복합 연구단지가 조성되면 최소 벤처기업만 200개 이상, 중소기업 이상 급도 상당수가 인근에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의 히든 카드를 꺼내들기 위해 일류 대학인 서울대 위주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다. 또한 과거 서울대 총장을 지냈던 정운찬 총리가 현 강태진 공과대학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 때문에 총리실과 서울대 사이에 교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즉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온 직후 서울대 제2공대 설립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론적으로 봤을 때 행정기관이 들어서건 안 들어서 건 서울대 제2캠퍼스가 계획안대로 이행될 경우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땐 기존의 서울공대가 학생들의 기피현상으로 자퇴생들이 급증하는 등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점은 집고 넣어가야 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공대 자퇴율은 서울대 전체 자퇴율의 50%정도라고 알려졌다. 즉 이들 학생들은 이공계 기피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미래와 현실성을 고려해 진로를 바꿔 치대-약대로 학교를 옮기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를 짐작해 볼 때 양만 채우는 ‘맘모스급’ 서울대 공과대 건립이 과연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청년 실업자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서울대 내부에서도 공대가 요즘 인기가 없는 것을 회피할 수 없는 듯하다. 특히 금속이나 기계공학과 같은 경우 ‘구시대 학문’으로 여겨져 ‘구조조정을 해야 되는 지 말아야 하는 지’ 교수반발로 어려운 상황이 직면해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학교 건립의 막대한 예산투입과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교육비 역시 다른 대학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서울대’라는 이름 하나로 국민의 혈세를 퍼주는 것 또한 억지 논리다.
이에 대해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정 총리를 겨냥 “대학총장을 지낸 사람이 건물이나 짓고 돈을 퍼서 부으면 대학이 생겨나는 것으로 말하는 것부터가 한심하다”고 맹비난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서울대학교가 제2공대를 따로 세운다는 이야기도 그렇다”며 “포스텍(포항공대)의 경우도 대학원생이 부족해서 고민인 것이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인데, 국민세금으로 중국 유학생들을 받아서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鄭 총리 불도저행보... 소신은 어디로?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대 공과대학이 제시한 기획안에서 신입생들은 초중고 영재교육을 거친 학생을 위주로 선발하며 병역혜택 준다는 내용 또한 세종시 수정을 위해서라면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등한시 되고 헌 신짝 취급(?)처럼 취급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반발이 예상된다.
이처럼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서울대 제2캠퍼스의 세종시 이전 가능성이 계속해서 회자되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엔 세종시 수정을 진두지휘 하는 정운찬 총리가 우뚝 서 있다. 정 총리는 세종시와 관련해 ‘국가 백년 대개’라는 절대적 숙명을 가지고 행정기관 대신 기업과 유명 학교를 유치시켜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편으로 대책마련에 혈안이 돼있다.
하지만 정 총리가 소신까지 버리고 ‘우격다짐’식으로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몰두 하는 것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단적인 예로 정 총리는 서울대 이전 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정 총리가 총리로 지명된 당시 지난 9월 21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 재직 당시 이전하는 행정수도에 서울대 제2캠퍼스를 설치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의 질문에 “그것은 오보였다. 서울대 캠퍼스를 옮기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4일 정운찬 총리는 과학비즈니스 도시 중심의 세종시 수정 로드맵을 제시 한 직후 다음날 5일 서울대 재직 당시 친분이 있었던 서울대 강태진 공과대학 학장이 제2캠퍼스 추진 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또한 정운찬 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 “서울대 학부생-대학원생이 너무 많다”며 한때 6천명이었던 서울대 신입생 숫자를 3천명선으로 대폭 줄이고, 총 1만1천명인 대학원생 숫자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던 정 총리가 세종시 행정기관 백지화를 위해 서울대 학생 정원을 6천500명이나 급증하려는 움직임이 과연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세종시를 맡길 수 있는 해결사로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만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