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알뜰행보... '북핵을 조율하고... 한국 민심잡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0일 오후 2시30분 서울을 떠나기까지 1박2일간의 짧은 방한 일정을 쪼개 국내 여대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터넷매체 기자들과 토론해 눈길을 끌었다.
라이스 장관은 19일 오후 5시35분쯤 전용기편으로 성남서울 도착 직후 이화여대 국제학부 학생 16명과 잠시 만나 한미관계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 여대생들과의 대화는 라이스 장관이 방한 전 주한 미대사관 측에 “미래의 한국 여성 리더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대사관 측이 평소 친분이 있던 이 대학의 국제학부 교수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은 이후 UH-60(블랙호크) 헬기로 인근 한미연합사 지휘통제소(탱고)를 방문, 리언 러포트 한미 연합사령관으로부터 비공개 브리핑을 받은 뒤 상황실로 이동해 200여명의 한미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가장 모범적인 나라인 반면, 북한은 정반대의 국가로 알고 있다”며 한국군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라이스 장관은 20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인터넷매체 기자들과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라이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와 대북 경제지원,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발언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입장을 밝혔다.
토론에서 그는 "우리는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해명과 취소를 요구하는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냈다.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한국민들 속에서 미국의 강경자세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사건'에 대한 질문에 "어린아이들의 죽음은 어느 부모님에게도 일어날 수 없는 끔찍한 일로 애도를 표명하고 싶다"며 "대통령을 대신해 여중생 부모님께 진심으로 미국의 사과를 전해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미디어 다음을 통해 생중계됐으나 절반가량이 한국어 통역 없이 진행돼 네티즌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어 라이스 국무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면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 등 공식일정을 수행했다.
라이스 장관이 부시 2기 행정부의 새로운 국무장관이지만 이미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구면이라는 점에서 공식일정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이 "라이스 장관은 이번 6개국 순방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한 성과"라는 말에 라이스 장관은 동감을 표시하고 동맹국 한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사의를 표시했다.
특히 이날 예방은 예정시간을 30분 가까이 넘기며 진행돼 상당히 깊숙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영 장관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협상의 상대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며 "(라이스 장관이) 동서냉전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냉전을 끝내는데 역사적으로 기여해 달라"고 주문하자 라이스 장관은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 호응을 강조했다.
한국의 회담 파트너인 반 장관과 공식회담을 가진 뒤 라이스 장관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촉구하고 대북주권국가 인정 및 6자회담내 양자회담 가능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회견에서 미국의 일본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에 대한 질문에 "지난해 8월 이미 표명했던 것"이라며 "한국과 좋은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일본과도 좋은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혀 한일간 독도 및 왜곡 역사교과서 힘겨루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발언은 앞서 노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역내 장애요인 극복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문제점을 지적한데 대한 미국의 입장으로도 풀이된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반기문 장관과 공식 오찬을 함께 하며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동맹과 관련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오후 2시30분 다음 순방국인 중국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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