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 가결 판결에 대한 패러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 헌재는 “미디어법이 일사부재의 위반은 인정되지만 가결 선포를 취소하거나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고 했던 것. 이는 절차상의 위법성을 인정했으나 미디어법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헌재가 위법성을 인정하면서 효력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술 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아내는 맞지만 와이프는 아니다”는 등의 패러디를 통해 헌재를 조롱하고 있어 미디어법의 또 다른 논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끝날 기미 없는 미디어법 논쟁 속 논란 세 가지를 짚어봤다.

미디어법 개정 논쟁이 벌써 일 년째 지지부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제279회 국회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신문, 방송, 언론 등의 법 개정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민주 당 등 야당이 이러한 개정안의 내용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던 것.
미디어법 개정 논란 벌써 일 년, MB 정부가 언론 장악하려는 의도냐
헌법재판소 절차상의 위법성을 인정했으나 미디어법의 유효성을 인정
미디어법 개정 가결 판결에 대한 패러디 인기, 언론·시민 등 찬반양론
헌재 판결과 국민 판단의 괴리, 국민 납득할 법조문 통해 결론 내려야
개정안의 내용은 대기업 및 일간신문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지상파 방송 10%, 종합편성 채널 30%, 보도 채널 30%까지-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외국인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 60%까지), 지상파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의 1인 최대주주 지분제한 완화, 그리고 대기업의 위성방송 지분 제한 폐지를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이 MB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게 그들 반대세력의 주장이다. 더욱이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과 시민들의 찬반양론이 엇갈리면서 논쟁 속 논란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논란1. 첨예한 대립?
먼저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찬반양론을 보자. 개정안을 찬성하는 세력은 대체로 “대한민국의 방송 부문 소유규제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다”며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기업 자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완화로 인해 신규 사업자 진입과 추가자본 유치가 이루어지는 경우 투자여력을 확보한 사업자 간의 콘텐츠 품질 경쟁이 확대될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지배 구조를 극복해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신문방송 겸영과 교차소유 허용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한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반대하는 세력은 “단기적으로는 경쟁이 촉발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독과점이 심화돼 여론 다양성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기업 방송 산업 진출은 인수 합병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보다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신문 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며 “OECD 국가들이 신문방송 겸염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겸영만을 허용하는 매체 교차소유권 규정을 운용하는 등 언론 독과점을 막으려고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재벌 등 특정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그것이 여론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현재도 대기업은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을 제외한 다른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겸영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 국가는 OECD 내에서 일본이 유일하다”며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국내 시장 규제 철폐가 국가 경쟁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이들 찬반세력의 논쟁은 한나라당이 개정안의 직권 상정을 주장하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이 개정안에 반대, 국회의사당에서 10여 일간 농성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까지 가세해 총파업을 벌이는 등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25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 상정하고 지난 7월22일 김형오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 상정이 결정됐다. 여기에 사회권을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넘겨받아 미디어 관련법이 모두 가결되면서 논란은 본격화된 것이다.
거기에 표결과정에서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일면서 지난 7월23일 민주당 등 야 4당이 헌법재판소에 방송법의 효력정지가처분 및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신청, 지난 10월29일 헌법재판소가 가결 판결을 내렸던 것. 그러나 이러한 헌재의 판결마저도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문제가 되고 있다.
논란2. 이상한 헌재판결?
아닌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29일 ‘날치기 투표’ 논란이 일었던 미디어법 개정과 관련, 야당의원 93명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해 각각 인용과 기각을 결정했다.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 과정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은 인정되지만 개정안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정상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안은 유효하다’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헌재의 판결과 국민들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아이디 ‘사람이 하늘이다’는 “헌법재판소 스스로 헌법을 버렸다”면서 “국회로 되돌린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이 재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우주인짱’은 “헌재의 책임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 보호도 중요하지만 다수결의 원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헌재 판결을 지지했다.
그러나 ‘절차는 위법하나 효력은 유효하다’는 헌재의 판결을 풍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들은 대체로 인과관계가 분명한 일을 뒤집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은 했으나 범죄는 아니다’, ‘커닝을 했어도 점수는 인정한다’, ‘위조지폐는 불법이나 사용해도 된다’는 등 조소적인 글을 올려 헌재 판결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헌재 판결과 국민 판단 사이의 괴리로 인한 논란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헌재가 정치적 여파를 고려해 모호한 결론을 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헌재까지 미뤄진 사안이라면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려야 논란이 없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미디어법의 경우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 수렴 및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며 헌재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다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헌재는 비용과 시간 등을 비롯해 정치적 여파를 지나치게 고려하고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결정을 반복한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들은 간명한 판단으로 또 다른 논란을 방지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법률가의 태도라고 생각한다면 절차는 위법하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모호한 결정은 법률가가 아닌 준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3. 왜곡 판결 공방?
사실 이번 헌재의 판결과 비슷한 논란은 언론사들 간의 왜곡 보도 공방이다. 언론사들은 앞을 다퉈 미디어법 관련기사를 써서 보도했는데, 언론사마다 각자의 입장이 있었던 것. 이에 일부 언론사들은 알게 모르게 찬반양론에 치우친 보도를 했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MBC를 상대로 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싸움이다. 먼저 지난 1월9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프랑스 인쇄매체 대책 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를 실었는데 지난 1월16일 MBC는 그 기사에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중앙일보가 “프랑스 정부가 신문과 방송 겸영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를 육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보고서를 냈다”며 “대형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의 동시 소유를 어렵게 하고 있는 방해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내용”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이 보고서가 기업에 대한 자본 집중 규제를 완화해 지상파 방송과 신문의 겸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는데 MBC 뉴스데스크가 일주일 뒤인 지난 1월16일 “‘신문의 방송 소유’ 해외 보고서 왜곡 보도”라는 리포트에서 두 신문이 보고서 내용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MBC는 “신문들이 인용한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해 봤더니 68쪽 짜리 보고서 어디를 찾아봐도 신문 방송 겸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그들의 싸움이 시작됐던 것.
이후 동아일보는 지난 1월19일 ‘프랑스 언론보고서 왜곡 보도한 MBC’라는 기사를, 역시 중앙일보도 같은 날 ‘MBC 기자의 이상한 취재’라는 기사를 통해 “MBC의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면서 왜곡보도 공방은 불거졌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MBC의 손을 들어주며 “보고서 원문에는 신방 겸영 규제완화 내용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결과적으로 두 신문사가 외국의 보고서까지 거론해가며 신문·방송 겸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보도가 왜곡됐음이 방통위에 의해 가려지게 된 것”이라며 “헌재의 이번 판결역시 헌재까지 미뤄진 사안이라면 간단명료하게(국민이 납득할 법조문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논란 없이 국민과의 대화도 가능해야 하는데 이번 결정은 그렇지 못해 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들은 헌재의 위법성 논란 판결 또한 왜곡보도 공방 때의 방통위처럼 누군가 나서서 옳고 그름을 가려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해줄 대상이 없다는 말이기도 해 당분간 미디어법 관련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이태희 대변인 [미니인터뷰]
“미디어법은 유효한 판결, 이미 시행되고 있다”

국회 처리과정에서 위법성이 인정된 미디어법의 재개정 문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과 신문법에 대한 시행령개정안을 정식안건으로 상정, 의결했다. 이에 본지가 지난 6일 방통위의 이태희 대변인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미디어법 관련 입장을 들어봤다.
헌재 판결이후 미디어법 진행사항은 어떤가.
방송법과 신문법 등에 대한 개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11월 중순쯤 발효시킬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지난 2일 시행령개정안과 함께 사업자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도 발족시켰다.
방송법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어떤 것이 있나.
시청점유율 제한 및 신문구독률의 시청점유율 환산과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시행기준 등 재벌기업과 신문사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진출에 필요한 세부기준 및 운영방안을 담고 있다.
중점을 두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가.
이번 미디어법 개정으로 방송광고시장의 구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에 새로운 방송 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사업 장벽을 허물거나 낮출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에게는 새로운 사업과 정책의 토대를, 언론 경험이 풍부한 신문 등에게는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뒷받침돼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재개정 논의가 일고 있다. 강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강행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될 일을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는 거뿐이다. 미디어법은 헌재에서 유효한 판결이 났고 이미 시행되고 있다. 위법사항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방통위는 국회에서 재정한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처이지 결정된 법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만약 국회에서 미디어법 관련 재개정 안건을 보내면 또 그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거지 어떠한 입장도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반대세력에 대한 대응책이 있는 건가.
반대세력에 대한 대응책은 없다. 국회에서 결정한 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대응할만한 입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