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종시는 기업 입주 전쟁 중’
‘지금 세종시는 기업 입주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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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치열한 탐색전... 입주 확정 기업은 ‘신중’

1월11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재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삼성·한화·롯데·웅진 등 세종시 입주가 예정된 그룹은 사업 시기를 놓고 열심히 저울질에 한창이다. CJ 등 다른 그룹도 세종시 입주를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세종시 입주를 위한 중소기업계의 움직임도 가시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세종시 사안은 정치 이슈를 뛰어넘어 경제 분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세종시 입주가 확정된 삼성·한화·롯데·웅진 등 세종시 입주그룹들은 원안 수정을 위한 특별법 개정이 늦어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한화·롯데 등 입주예정…‘위험 줄이기’ 위한 계획 세워
주요 기업들 ‘정중동’ 행보…CJ가 가장 적극적인 흥미 보여

이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핵심사업의 실행시기를 2013년 이후로 잡는 등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국내 입주기업들의 전체 투자비 4조원 가운데 사업 초기인 2012년까지 3년간 투자계획 분은 20%수준이다.

세종시 입주 그룹 ‘느긋하게 관망’

지난 1월13일 삼성·한화·웅진·롯데 등 세종시 입주그룹들이 정부에 낸 사업계획을 보면 이들 기업이 아직까지는 세종시 투자 계획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의 경우 2015년까지 연료전지·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에 2조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사업계획 중에서 2012년까지 시행이 확정된 투자는 아직 삼성전기와 콜센터에 들어가는 6000억 원 뿐이다.


이 중 삼성전기 대전공장 증설 분 4500억 원은 사실상 세종시 사업으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은 2011년부터 조명용 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세부 투자액 공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이 사업계획서에 적어낸 발광다이오드 투자액 15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초기 3년간 투자 합계액은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체 투자비의 18% 선.


한화그룹 또한 태양에너지 등에 총 1조327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2012년까지 실행되는 초기투자는 국방미래기술연구소 건립을 위한 430억 원이 전부다. 이는 전체 투자비의 3.2% 선. 이밖에 태양광 연구개발과 태양전지 및 태양광 모듈 생산 등 핵심 투자는 2013년 이후로 잡혀있다.


롯데는 식품바이오연구소 건립에 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2012년까지 실행되는 투자는 400억 원이다. 외형상 초기 투자비중이 40%이지만, 모두 연구소 땅 매입과 건축비 용도로 국한돼 있다. 연구소 가동에 필요한 설비투자는 2013년 이후로 잡혔다.


반면 초기 투자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그룹은 웅진이다. 웅진은 9000억 원의 투자액 중에서 초기 3년간 51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용 부지 늘려 달라’ 건의 예정

이밖에 다른 주요 재계 그룹들은 세종시 입주 가능성을 검토하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 입주에 가장 적극적인 흥미를 보이고 있는 그룹은 CJ다. 1월11일 CJ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충북 오성 첨단의약품 공장과 충남 논산 해찬들 장류 공장과 연계해 세종시에 식품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분석한 결과, 땅값 등 입주조건이 매주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LG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입주 가능한 아이템을 그룹 차원에서 취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땅값 등 세종시 인센티브가 매력적이긴 하나, 미래 주력사업도 대부분 투자계획이 잡힌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제철사업과 국외 생산기지 등에 굵직한 투자 수요가 많아 여력이 없다는 태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철에 2015년까지 투자할 게 남아 있고, 자동차는 국외 생산기지 확충이 우선”이라며 “회장도 주력사업 외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SK 그룹도 입주 가능한 미래 사업 분야가 2차전지 등에 한정돼 있어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소기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세종시에 중소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부 의견을 모아 조만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재 세종시 산업 부지 347만㎡ 가운데 대기업에 배정된 땅을 제외하고 남은 50만㎡(15만평)에 중소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해 입주하기를 바라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이후 세종시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반면 세종시의 산업부지는 거의 동이 나는 상황이라 기업들의 치열한 입주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세종시에 입주하는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도 치열한 입주경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협력업체 입주를 위해 녹색산업단지 내에 160만㎡의 부지를 확보해놓았지만 투자가 완료되면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만도 1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이들이 모두 입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세종시 녹지비율을 축소하고 산업단지를 확대해 기업 투자 여지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앞으로 재계를 중심으로 세종시의 산업용 부지를 더욱 늘려달라는 요구가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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