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국내서도 '계층별' 원정출산 붐
해외서도 국내서도 '계층별' 원정출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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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면 부자대로,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아이를 해외에서 낳는 원정출산의 방법이 계층별로 달라지고 있다. 원정출산은 소위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이의 이중국적 취득을 위한 수단처럼 이용됐었지만 중상층에 속하는 사람들까지 아이의 유학대신으로 원정출산을 택하고 있는 것. 최근엔 장려금을 타려고 지자체로 주소를 옮겨 아이를 낳는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 원정 출산은 출산 장려금을 받으려는 소위 가난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해외서도, 국내서도 다르게 성행하고 있는 계층별 원정출산 붐을 추적해봤다.



원정출산 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이 특권인 냥 비춰졌던 원정출산이 이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하나의 방법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

상류층, 아이의 이중 국적 취득을 위한 수단부터 병역 기피 까지
중상층, 원정출산 패키지, 아이의 유학대신으로 원정출산을 택해
미국, 원정출산 금지령? 법안 통과 여부 불투명함에도 한국 시끌
하류층, 장려금 타려고 지자체로 주소 옮겨 아이 낳는 방법 성행


여기에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지난 11월13일 법무부를 통해 입법예고 되면서 기존 군 미필자가 병역의무 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국적을 택해 두 나라 혜택을 모두 받으려는 의미의 원정출산도 성행하고 있다. 덕분에 원정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질타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상류층은 해외로

얼마 전 이건희 삼성회장의 막내딸 이윤형과 장남 이재용의 부인이자 대상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의 미니 홈피가 언론에 공개됐다가 곧 폐쇄된 사건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부인 임세령(27)과 처제 임상민(24)이 미니 홈피를 만들었는데 임세령이 삼성가 며느리답게 가족사진과 친구사진을 철저히 비공개로 해놓은 반면, 임상민은 조카와 언니 사진을 비롯해 소소한 일상을 모두 공개해 이재용의 둘째딸이 미국에서 낳은 사실이 홈피를 통해 공개돼 원정출산 의혹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삼성그룹 측은 “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의도적인 원정출산이 아니다”며 “첫째는 이 전무 부부가 유학시절 출생했고 둘째는 첫째와 같은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미국에서 낳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출산을 위해 바다를 건너는 재벌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란 이유를 댄다. 일단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 추후 재벌가문의 필수코스인 유학기회를 비교적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는 원정출산을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상상플러스로 큰 인기를 누렸던 KBS의 노현정 아나운서 역시 이러한 원정출산 의혹을 받아 최근 곤혹을 치룬 대표 연예인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대선 BS&C 사장과 지난 2006년 8월 결혼한 그는, 지난 2007년 5월 미국 보스턴 한 병원에서 아들을 얻었다. 이어 그는 지난 12월 미국에서 둘째아들까지 출산해 ‘이젠 드러내놓고 원정출산’을 하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

이를 두고 BS&C측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소위 ‘상류층’의 원정출산 의혹은 이들 사례 말고도 비일비재할 정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제벌그룹 2~4세들의 병역면제율은 40% 정도로 일반인의 병역면제율(8%)에 비해 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병역면제 사유를 살펴보면 시민권 등 국적 관련 부분이 가장 많았다.

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원정출산의 남아 출산율이 80%에 이르는가 하면 국적을 포기한 사람 중 남성이 무려 98%에 달하는 현상은 병역기피 목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재벌가의 기회주의적인 원정출산 형태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지만 이를 막기 위해선 한국인의 의무를 포기하는 만큼 권리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기다 복수국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 되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 원정출산 붐이 다시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기유학은 물론 해당 국가의 복지와 의료 등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현지부동산 취득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명 원정출산 대행업체의 경우 내년 초까지 예약이 꽉 찼다. 지난 22일 한 원정출산 대행업체에 따르면 해외 원정출산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소위 강남 3구 등의 임신부들 사이에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원정출산 대행업체들의 설명회도 잇따르고 있어 말 그대로 원정출산 붐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최근 설명회를 가진 한 대행업체 사장은 “출생하면서부터 복수국적을 갖게 된 이들은 만 22세 이전에 외국국적을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평생 양쪽 국적을 갖고 살 수 있다”며 “특히 남성의 경우 병역을 피해 미국인으로 살 수도 있고 국내에서 병역만 마치면 두 개의 국적과 두 나라 국민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중상층은 꼼수로


사실 그동안의 원정출산자들이 질타를 받은 데에는 한국남자라면 당연히 지게 되는 병역의무를 이중국적으로 어물 쩡 넘기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단 이유에서였다. 물론 남자아이의 경우 병역의무를 져야지만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 2007년 국적법이 일부 개정됐지만,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개정안이 새롭게 입법예고 됨으로써 두 가지 국적을 모두 갖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원정 출산이 성행되고 있는 것.

이를테면 병역의무를 마친 후에 복수국적으로 두 나라의 혜택을 모두 받자는 의미의 원정출산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지난해 11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 대상국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사회적 질타로 잠시 주춤했던 원정출산이 붐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원정출산 붐 현상은 비단 상류층의 얘기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은밀히 이뤄지던 원정출산이 중산층으로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던 것.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네티즌(ID:choe********)은 “미국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나라”라며 “원정출산이 아이에게 공립학교 교육제도가 우수한 나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합법적인 방법으로 좋은 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쉬운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비를 패키지로 현지한인 교포처럼 이용하는 방법이 있어서 적은 비용으로 출산과 병원 입원비를 해결할 수도 있다”며 “입국비자로는 학생비자를 신청하거나 임신한 것이 잘 드러나지 않으면 여행사의 관광코스를 신청해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하는 것도 좋다”는 다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최장 90일 체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세계인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말로 원정출산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돼서 유학을 시킬 바에 미리부터 원정출산을 해 미국시민권을 갖게 하자는 얘기였다. 그의 말만 따라 이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미국 원정출산 고객을 모집하는 광고 글들이 수두룩했다.

이들 업체의 원정출산 과정은 ‘출산, 산후조리, 자녀 출생신고, 자녀 사회보장번호(주민등록번호 해당)수령’등의 4단계로 이뤄졌다. 비용은 최소 5000만원이 필요했는데 그마저도 붐이 일자, 업체들끼리 경쟁이 붙어 점점 가격이 다운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덕분에 이들 중산층들은 원정출산에 혹하기 쉬운 상태에 놓이고 있었다. 그들 산모는 아이가 선천적으로 가지지 못한 경제적 혜택을 이중국적 취득을 통해 후천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하나의 교육 방법으로 무리를 하면서까지 원정출산을 택하고 있었다. 이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기회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그들 나름의 부모 도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정작 미국은 금지령?


사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진료비로 유출하는 돈은 연간 약 1조2000억원에서 이중 원정출산 비용이 4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원정출산을 떠나는 한국인 임산부는 1년에 최소 5000명이 넘었던 것. 이는 연간 한국 신생아 100명당 1명꼴로 1% 정도가 미국 시민권을 갖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는 원정출산 금지 법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하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구 출신인 엘튼 갈러글리 공화당 의원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현행 이민 국적법을 개정한 법안을 마련해 최근 하원 법사위에 제출하면서 국내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법안은 신생아의 부모가 외국 국적자일 경우 신생아의 시민권 자동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갈러글리 의원은 “원정출산 온 외국 산모에게 의료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고 미국 내 불법체류를 근절하기 위해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사회적 문제인 원정출산이 어렵게 될 전망이어서 원정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재벌가 로열패밀리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동안 앞 다퉈 만산인 며느리 딸들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운 재벌가로선 당연한 반응이지만 일반인들 역시, 자식을 통해 꿈꾸었던 신분상승의 꿈을 접어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안의 통과 여부는 거의 불투명하다는 게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원정출산 금지법안’을 지지하는 동료 의원이 한명도 없는데다, 지금까지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속지주의(미국은 50개주와 괌 등 자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 폐기법안을 여러 차례 의회에 제출했으나 입법화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각국 가운데 유독 대한민국만 시끌벅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과 여부가 희박한 법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할 정도로 국내 미국 원정출산이 기승을 부린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류층은 지자체로


특히 이러한 원정출산 붐은 하류층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그들은 해외가 아니라 국내로 원정출산에 나서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자치단체마다 출산장려금에 차이가 나면서 지급액이 많은 인근 지자체로 주소를 옮겨 아이를 낳는 일로 번지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 9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대전시는 셋째 아이 출산에 한해 10만원의 축하금과 1년간 매달 5만원씩의 양육지원금을 주는 반면, 충남의 대부분 시·군은 첫째 아이도 주고 셋째는 최고 3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었다.

때문에 얼마 전 첫째 아이를 낳은 대전지역 주부 김모(35)씨는 충남의 한 자치단체로부터 출산장려금을 받기위해 대전에 직장과 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댁으로 주소를 옮겨 놓아 3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이에 대해 “적은 돈이지만 출산장려금을 받아 병원비에 보태려고 임신 후에 주소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에 충남 서천군 관계자는 “매년 350명 정도가 출산장려금을 받는데 1년 뒤에 돌 사진 상품권(20만원)을 줄때 보면 20명 안팎이 돈을 받고 지역을 빠져 나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즉, 이들 지자체 원정출산자들은 주로 시부모나 친정, 형제, 친인척 집에 주소를 옮겨놓는 것으로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주느냐’고 묻는 외지인이 많다”면서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한 전남, 강원 등 다른 지역도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주로 ‘부자’들이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해 해외 원정출산을 벌이고 있는 반면, 국내 원정출산은 출산 장려금을 받으려는 ‘가난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들은 출산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조금이라도 가게에 보탬이 되기 위해 출산 장려금을 타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각자 계층이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원정출산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사회에 원정출산은 만연해 있다”며 “원정출산을 막는 법제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계층별로까지 확산된 원정출산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우리국적 포기자가 17만명이나 달했다. 이제 원정출산은 일부 특수층의 빗나간 행태가 아니라 하나의 추세가 돼버린 것이다. 거기다 한 해 그 숫자가 7000명에 달한다고 하니, 이제는 남의 눈치 보며 몰래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ID janhead807) “사람은 성장하면서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현재와 미래가 사람마다 달라진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잘사는 부모, 못사는 부모, 많이 배운 부모, 못 배운 부모를 둔 아이라도 같은 조건에 시작 할 수 있도록, 산모나 아이에게 같은 혜택이 갈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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