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H정신수련원 엽기사건 전모
광주 H정신수련원 엽기사건 전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단섹스·마약투여까지…그곳에선 무슨 일이

H정신수련원생 71명이 마약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엽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입건됐다. 그리고 여기에는 수련원을 장악하기 위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청산가리를 넣은 커피를 원장에게 건네는 등 수십 차례에 걸쳐 원장과 그의 가족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수련원생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음료수에 섞어 마신 후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가졌으며, 그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자신들의 지시에 따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에는 유명 연예인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본지가 H수련원을 장악하기 위해 벌어진 원생 71인의 엽기행각을 파헤쳐봤다.

▲ 광주 H정신수련원.


종교단체 성격의 한 정신수련원에서 엽기적인 일이 벌어졌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H수련원 원생인 정모(53)씨를 포함한 71명을 살인미수, 절도, 협박,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 중에 있다고 지난해 12월16일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30,40대 남녀로 탤런트 K씨를 비롯해 의사, 교사,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정신수련원생 71명, 마약 투약·성관계 강요 등 엽기행각
탤런트 K씨 비롯 의사, 교사, 공무원 등 지도층 인사 다수
운영권 장악 목적, 23차례나 원장 살해 시도 미수에 그쳐
4년전부터 치밀한 준비, 자백 있어도 물증 없어 수사 난황


71인의 엽기행각?

경찰은 “입건자 대부분이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데 어떻게 하다 이런 엽기적인 범행에 가담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일부는 수련원에서 범행에만 몰두해 생업을 내팽겨 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전한 이들의 엽기 범행은 지난 2005년 말 부산에서 활동하던 정씨 등 7명이 본원이 있는 광주로 옮겨와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정씨 등은 성관계 등으로 5명의 회원을 확보해 이듬해 5월부터 수련원 원장 이씨의 살해를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6월 수련원 헌금함에서 1500만원을 빼내는 것을 시작으로 70여차례에 걸쳐 회원들이 낸 돈 18억5000만원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5일에는 원장 이씨를 살해할 요량으로 청산가리를 넣은 커피를 건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계단에서 원장 이씨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 최근까지 무려 23차례나 살해를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다른 원생들을 자기편으로 포섭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이용한 성범죄도 저질렀다. 같은 편인 의사들이 구해 온 졸피뎀을 음료수에 섞어 원생들에게 마시게 한 후 원생들이 잠든 틈을 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특히 새로 포섭한 회원이 여성일 경우 남편들이, 남성일 경우 부인들이 사무실 등에서 유혹해 성관계 서비스를 해주고 확실한 ‘혈맹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 같은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한 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지속적으로 약을 먹이고 원생 간에 성관계를 강요하면서 세력을 유지했다.

졸피뎀 처방에 한계가 있었던 의사들은 대학 동기에게 부탁하는 방식으로 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했고 지금까지 파악된 투약 횟수만 120회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들이 수련원 장악 음모에 자발적으로 가담했고 원생들은 서로 간 합의 하에 약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난무하는 의혹들?

결국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18일 H수련원 원생 71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통상 이런 정도의 중범죄에는 가담 여부에 따라 구속하는 게 일반적인 수사 관행임에도 경찰은 71명 전원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혐의자 대부분이 확실한 직업이 있고, 조사에 잘 응하는 점을 고려해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살인 미수와 관련, 수사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원장을 살해하려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물증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보성 녹차 밭 언덕에서 밀려고 했으나 함께 넘어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농구장 코트에서 뇌진탕시키려 했다”, “청산가리를 조금씩 커피에 탔다”, “설탕을 먹여 죽이려 했다”는 등 상식에 배치되는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2007년 말부터 3년 넘게 23차례에 걸쳐 살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원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올 7월에야 경찰에 뒤늦게 고소한 점도 의문이다.

피의자들이 ‘마약을 투약했다’고 시인했지만 모발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 등이 헌금함에서 3년여간 18억5000만원이나 빼돌렸는데도 원장 측이 전혀 몰랐다는 점도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성관계를 녹화한 CD가 있지만 강요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원점에서 재수사를 할 방침이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의문이 너무 많아 검찰이 직접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뭐하는 곳이 길래?

사실 이들의 엽기 행각은 H수련원의 운영권 장악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창립자가 성 추문에 휘말려 미국으로 건너간 뒤 부산 출신 원생 7명이 광주로 와 수련회 운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했다.

H수련원은 ‘자기 본성을 찾아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한다’를 표방하며 1999년 초 결성됐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광주의 4곳을 포함해 서울과 부산 순천 등에 모두 7곳의 분원이 있다.

원생수가 3000명에 달하는 규모인데다 정신 수양을 위한 비영리 법인이라고 해도 원생 기부금의 규모는 1년에 수십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수련원의 경우 다른 수련단체에서 분리되면서 정통성 논란으로 잦은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정씨 등의 무대가 되기 쉬었다고 한다.

주모자인 정씨는 돈을 노리고 4년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고 이러한 사실은 경찰을 통한 자백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원생으로 가장하기 위해 주소를 광주로 옮긴데다 마약과 집단 성관계는 세력을 불리는 수단으로 동원했다. 그리고 여기엔 청산가리를 이용해 원장을 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정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을 한방에 보내면 탄로 나니까 서서히 죽이려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가 하늘마음 수련원과 전화통화를 시도했는데, 관계자는 “게시판에 나온 글 외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특히 그들은 일부언론의 보도과정에서 기사의 제목을 ‘수련생들의 엽기행각’, ‘도 넘은 수련생들’이라는 표현으로, 자칫 이 사건에서 피해자인 하늘마음수련원회원들이 범죄를 벌여온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H수련원의 홈페이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접속자가 너무 많아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등 접속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것. H수련원 관계자는 사건의 정황을 올린 글로써 그들의 입장을 대신해 논란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탤런트 K씨 누구?

인터넷 공간에서도 H수련원 사건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얼마지 나지 않아 사건에 연루된 한 연예인의 미니홈피가 곧 폐쇄 조치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번에도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은 대단했다고 한다.

▲ H정신수련원 사진이 담겨있는 탤런트 K씨의 미니홈피.


먼저 네티즌들은 H수련원 사건이 유명 연예인과 관련됐다는 언론을 접한 뒤, 이니셜로 거론되는 연예인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기사에 밝혀진 주소를 단서로 삼았다. 웬만한 사이버수사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네티즌 수사대들은 이니셜 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결국 수련원 건물과 동일한 사진을 밝혀낸 네티즌은 정신수련원의 이름을 이용, 미니홈피에서 수련원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찾아낸 것. 실제로 네티즌이 찾아낸 미니홈피에는 H수련원의 상징마크와 “오늘도 수련원과 함께 연연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는 글이 올려져 있는가 하면, 수련원 전경 사진아래 “공기가 맑아 폐 속까지 비워지는 느낌”이라고 소개돼 있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K씨는 지난 2006년부터 수련을 했으며 최근에는 H수련원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자신이 마음을 닦고 있다는 수련원에 대해 공공연히 밝히며 ‘정신수련’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해 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수련원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대상 캠프의 기획을 맡아 광주시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극을 통해 꾸준히 얼굴을 비춰 착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큼 네티즌들의 충격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엔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K씨 미니홈피가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에 폐쇄됐다고 해도 그건 운영진의 조치인데다, 공식적으로 그가 누군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마녀재판이 될 우려가 있었던 것.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미 그를 확정지어놓고 그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미인대회 출신 방송인 H씨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본지가 확인해본 결과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H씨는 실체가 없었다. 연예인은 K씨 하나뿐이었던 것.

일각에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빚어졌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미 H이니셜을 가진 미인대회출신 여자 연예인들 몇몇이 곤혹을 치뤘기 때문이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해당 연예인이 아닌 다른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돼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검찰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K씨가 경찰에 출두해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H수련원 관계자 역시 “K씨는 경찰에 가서 자신이 어떤 행각을 지시했고 어떻게 가담하게 됐는지 말했다. 처벌을 받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해 조만간 K씨의 윤곽이 뚜렷해 질 것으로 보인다.


====================================================================
광주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김철 부장검사[미니인터뷰]
“71명 짠 것처럼 똑같은 진술”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18일 H수련원 원생 71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통상 이런 정도의 중범죄에는 가담 여부에 따라 구속하는 게 일반적인 수사 관행임에도 경찰은 71명 전원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본지가 지난해 12월29일 광주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김철 부장검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논란 속 수사진행 상황을 들어봤다.


불구속 송치에 대한 말이 많다. 피의자들이 혐의를 인정한 건가.

1대1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단 내부의 문제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가 명확한 일반사건과는 좀 다르다. 같은 집단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고 그 집단 내부에서 발생했던 문제라 피의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더라도 다시 수사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피의자 대부분이 확실한 직업이 있고 조사에 잘 응했다. 사건의 중대성으로 봤을 땐 불구속 송치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예컨대 71명이 모두 똑같은 진술을 하고 있다면 그거는 그거대로 의문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럴싸한 정도의 수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객관적 사실과 증거자료를 찾고 있다.

71명이 같은 진술을 했다는 건 미리 입을 맞췄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

모르겠다.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양쪽 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의자의 진술 중 의문이 드는 점은 특히 어느 부분인가.

20여차례에 걸쳐 원장을 죽이려다 못 죽였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막상 그들이 한 행동은 밀어서 넘어뜨리는 것 등 미약한 부분이 많다. 청산가리의 경우 수긍이 간다지만 막상 증거가 없다. 원장 역시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가 말들이 오가고 나니 뒤늦게 고소한 점도 의아하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또 어떤가. 피의자들의 소변검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향정을 압수한 것도 아니고 피의자가 약품들을 어떻게 구입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H수련원을 압수수색 하는 등의 방법을 취해 증거를 찾아야 하는 건가.

범죄 집단이라면 압수수색을 하겠지만 피해자를 압수수색하는 경우는 드물다.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름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수사 노하우를 말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피의자 각각의 소환조사는 얼마나 이루어졌나.

이미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정확히 몇 명이 받았는지 얘기해줄 순 없지만 대체로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들을 소환했다. 그들이 일반인들보다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진술을 해 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수사가 언제쯤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나.

사실 경찰에게 고소장이 접수된 게 작년 7월이다. 경찰이 5개월간이나 사건을 끌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해 우리만 곤란을 겪고 있다. 어느 정도 혐의가 확실해지고 난 다음 보도가 됐어야 우리도 수사하기가 편하지 않겠는가. 이젠 수사를 조용하게 진행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됐다. 그래도 1월 정도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