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형사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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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불심검문, 이렇게 대처하라

‘쫄지마 형사절차!’라는 형사절차 가이드북이 화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형사절차 가이드북을 통해 시민들이 인권을 직접 챙기고 보호할 수 있는 길잡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책은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여기저기 체포된 학생들을 기억하고 있다. 혹세무민한 이유로 구속된 미네르바와 지난 2009년 용산참사의 삼보일배로 연행됐던 시민들에게 좀 더 나은 조언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는 것. 따라서 ‘민변’은 경험과 법률지식을 총 동원, 무분별한 형벌권 행사에 어떻게 대응해야되는지를 알리고 있다. 이에 본지가 ‘쫄지마, 형사절차’가 담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봤다.

▲ 왼쪽부터 2008 촛불집회, 2009 용산참사 당시 집회 사진.


경찰과 검찰의 수사절차가 위법한데도 무심코 응해 스스로 죄를 뒤집어쓴 사람이 있다. 다투면 무죄가 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약식명령을 받고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졸지에 전과자가 된 사람도 있다. ‘쫄지마 형사재판’은 그런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돼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시민들 인권 직접 챙기고 보호할 수 있는 형사절차 길잡이
부당한 공권력에 대응, 형사절차 제대로 알고 방어권 행사


불법적 불심검문 맞서기

우리는 보통 죄를 지어야 경찰서에 간다고 생각해 경찰서에 가는 일을 극히 꺼린다. 그러나 아무 일 없이 길을 가다가 원치 않게 경찰서에 가고 수사를 받게 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불심검문이나 임의동행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현재의 법률 조항만으로도 경찰이 자기 마음대로 판단해 아무나 검문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경찰이 검문을 강요하는 경우 시민은 이를 거부하고 경찰의 요구에 불응할 권리가 있는 것. 물론 범죄를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범죄 행위에 관해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상황에서는 불심검문은 허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심검문을 당했다고 해보자, 책은 우리가 반대로 경찰에게 이름과 소속 등 신분을 밝히라고 꼭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적인 불심검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신분을 알아두고 주위의 목격자를 확보해서 고소나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의 동행은 어떨까. 사실 임의동행 시 갖추어야 할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영장에 의한 체포나 긴급체포는 위법한 체포가 된다. 이는 임의동행이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은 동행자가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해 불법체포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책은 최근 사례뿐 아니라, 실전 팁도 잊지 않고 있다. 불심검문할 때 경찰이 주민등록증만 요구할 경우, 여권과 운전면허증 그밖에 신원을 증명하는 증표나, 증명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찰이 강제로 신분증을 빼앗아간 경우, 신원조회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담당 수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계속 반말을 하거나 모욕감을 주는 경우는 어떨까. 책은 즉시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시정하지 않으면 해당 경찰서의 청문감사실에 조사관 교체를 요구하라고 설명한다.

아는 만큼 행하는 ‘법’

이처럼 책은 앞서 언급한 1장의 불심검문과 임의동행 외에도 체포와 구속, 압수와 수색, 경찰과 검찰의 신문, 체포나 구속된 사람과 소통, 수사의 종료, 위법한 공권력에 대한 대응, 여성 장애인 소년에 대한 특례 기타 최근의 형사절차와 프라이버시를 총 9장에 걸쳐 말하고 있다.

한 현직 검사는 피의자가 되서 형사절차를 받게 될 경우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도 분명히 수사기관에서 신문을 받을 때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수사기관은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우리 현실에서 변호인 참여권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시민들로서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자신이 부닥친 사건의 법률적 쟁점을 알기 힘들다.

그렇다고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변호사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형사사법 절차는 검·경 등 수사기관의 신문은,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피의자 신문을 기본 절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피의자신문의 결과를 기록한 서류인 ‘피의자 신문조서’가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은 피의자로서의 방어권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

결국 책은 어느 때보다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와 인권침해가 빈번한 지금의 사회에서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책을 통해 시민들이 형사절차를 제대로 알고 최대한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경들은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피의자 신문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집회로 피의자 신문을 받게 되는 경우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사실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당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검·경이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책의 수익금 가운데 1%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해 저항하다 인권침해를 당한 시민들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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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을 위한 ‘촛불 10조’
“싫으면 싫다고 분명히 말해”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발간한 쫄지마, 형사절차!

제1조
동의하지 않은 한 불심검문과 임의동행은 강제로 할 수 없다. 싫으면 싫다고 분명히 말해라.
제2조
연행되면 주위에 빨리 연행된 사실과 경찰서를 알려라. 연행되면서 위법한 일이 있으면 항의하고 신문조서에도 남겨라.
제3조
소환을 받았다고 주눅 들지 마라. 무슨 혐의와 신분으로 조사받는지 확인하고 출석하고 싶은 날짜를 조정하라.
제4조
체포나 구속되더라도 풀려나는 방법이 있다. 쫄지 말고 적부심제도를 활용하라.
제5조
압수·수색을 당하면 침착하게 대응하라. 반드시 영장을 제시하라고 하라. 끝나면 압수목록이 사실과 다른지 확인하라.
제6조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권리이다. 진술을 원치 않으면 변호사 접견 때까지 입을 다물어라.
제7조
조사받을 때 말은 많이 할수록 손해다. 섣불리 진술하지 말고 변호인 접견이나 변호인 참여를 활용하라.
제8조
벌금 30만원짜리 약식명령도 전과가 된다. 억울하면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라. 돈이 없으면 국선변호인을 신청하라.
제9조
수사기관이 잘못해서 피해를 당했다면 형사고소, 국가배상청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활용하라.
제10조
소년, 여성, 장애인은 형사절차상 다양한 특례가 마련되어 있다. 꼼꼼하게 챙겨서 깐깐하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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