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룸메이드가 성희롱 등 각종질환에 멍들고 있다. 규모가 작은 호텔은 물론, 서울시내 유명 호텔의 작업 환경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지난 2006년 발표문을 통해 호텔 룸메이드의 74%가 쉬는 시간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67%는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들의 작업환경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인 복지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건강은 물론 생계를 위협하고 있었던 것. 이에 본지가 화려한 호텔 속에 가려진 룸메이드의 삶을 집중 조명해봤다.

손님들이 사용하는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호텔 종업원인 룸메이드. 이러한 룸메이드가 각종 질환과 형편없는 복지로 수십년째 병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만난 전국여성노동조합 허장휘 지부장은 “룸메이드 중에 근·골격계 질환을 겪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손가락이 휘어도 수술을 안 하고 일을 한다. 당장의 생계도 문제지만, 산재신청을 해도 인정을 받기 어렵다. ‘완치’ 판정을 받기 어려운 질환인 만큼 복직이 안 될까봐 신청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표 유명 호텔 룸메이드, 성희롱 등·각종질환 노출
74% 쉬는 시간 없이 중노동 시달려, 67% 근·골격계 질환 앓아
최저 작업환경 호텔 처사 원인, 용역 옮기며 맘에 안 들면 퇴출
기본적 복지 제도 없어, 건강·생계 위협, 대응은 ‘룸메’가 알아서
질환·성희롱에 무자비 노출?
허장휘 지부장은 전직 룸메이드 출신이다. 호텔에서 룸메이드 고충을 몸소 경험한 그는 3년전 일을 그만두고 전국여성노동조합에 들어갔다. 허 지부장은 “룸메이드의 하루는 침대커버와의 사투에서 시작된다”며 “무거운 매트를 여자 혼자 드는 것도 힘들지만 침대가 평평해지도록 커버를 매트사이에 집어넣는 것에 많은 힘이 요구된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잡아당기다 보면 자연히 손 관절에 무리가 온다는 것. 하지만 호텔에서는 침대위에 계란을 떨어뜨려 튕겨나갈 정도의 빳빳함을 원한다고 한다. 방은 룸메이드당 보통 12개에서 16개정도가 주어진다. 그들의 출근시간은 8, 9시지만 대부분이 출근시간 훨씬 전에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하루의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자연히 손이 느린 사람은 출근을 일찍 할 수밖에 없다. 퇴근시간을 넘기면 손님과 마주쳐 곤란하다”며 “일도 힘들지만 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일은 침대커버만이 있는 게 아니다. 욕실 바닥은 물론 벽까지 비누칠을 해야 한다. 앉아다 일어 났다를 반복하는 일인 만큼 무릎관절부터 팔, 다리, 어깨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엉덩이를 바닥에 댈 수 없을 정도로 쉼 없이 일을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방 하나라도 소홀히 했다가는 점검을 하는 호텔직원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방 정리는 손님들의 컴플레인과 직결돼 있어 조심해야 된다는 것. 그는 “깐깐한 손님의 경우 머리카락 하나를 가지고도 컴플레인을 건다. 시말서는 물론이고 고객의 불평으로 퇴직하는 룸메이드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장기투숙객 중에는 안면이 있다고 반말을 하거나 하인 부리듯 심부름을 시켜 일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손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호텔이 그러한 사정을 일일이 봐주는 것도 아니다. 호텔 내 고객에 대한 봉사가 룸메이드 업무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객에 대한 봉사가 업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친 봉사를 요구할 때도 있는 법. 인격 비하 발언은 물론 속옷차림으로 누워있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같이 일한 룸메이드 동료 중에는 ‘쉬고 가라’는 유혹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룸메의 ‘공공의 적’은 호텔?
이처럼 룸메이드의 작업장인 객실은 호텔의 로비나 식당 등과 달리 사적 공간으로 인식되기 쉽다. 호텔 내 다른 대인 서비스직종에서 보다 더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심한 경우 고객의 성희롱이나 폭력 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고객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어 룸메이드 개인이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김양지영 조사연구부장은 지난 2006년 용역 실태파악을 위해 한 달간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근무했다. 그는 발표문을 통해 “객실 편의용품을 요청해놓고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재실청소를 하는 중에 침대에 누워 포르노를 틀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직원들내의 불평등도 만만치 않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명찰에 이름이 있는데도 누구씨가 아닌 ‘언니’라는 가벼운 호칭으로 불린다는 것. 허지부장은 “‘언니’라는 호칭은 남자직원에게도 통용됐다”며 “나이가 많은 룸메이드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아랫사람 다루듯 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객은 물론, 호텔직원들에게까지 무시를 받는 룸메이드의 작업환경을 만든 데엔 호텔측의 처사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룸메이드가 가장 고객접촉도가 높고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이 그들의 일을 ‘단순업무’로 평가절하 시킨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는 “2000년 룸메이드가 호텔 직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 외주화되면서 룸메이트의 소속이 붕 떴다”며 “우리는 호텔에서 그대로 일하는데, 호텔은 몇 년 주기로 용역업체를 바꿔가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해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호텔이 A용역사에서 B용역사로 용역을 주면서 B용역사에 은근한 압력을 건다는 것이다. 60명이 몇 년씩 근무하고 있었지만 50명만 선별해서 나머지 10명은 새로 채용하도록 한다는 게 그의 말이기도 하다.
해고처리 되는 대상은 룸메이드 노동조합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들이 된다고 한다. 그는 “호텔은 호텔에 테클을 걸어오는 사람을 굳이 쓸 필요가 없고, 용역사 입장에서도 사주가 중요하지 않냐”며 “호텔이 암암리에 용역업체에 자료를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지난 2006년 룸메이드 노조로 활동할 당시 나를 포함한 9명의 간부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적이 있다”며 “이건 해당용역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여기에는 합의를 보는 경우도 있다. 호텔 측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용역사를 상대로 노조를 하면 용역사가 호텔에 얘기를 해 들어주도록 한다는 것. 그는 “노조가 시끄러우니까 이미지를 생각해 입막음용으로 호텔이 나선다”며 “용역사는 그동안 일해 준 예우차원에서 합의를 봐줬다 하고, 호텔은 이를 함구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호텔·용역사도 ‘룸메’ 몰라라?
뿐만 아니라 호텔계는 룸메이드를 위한 시설이나 장치, 휴게실을 구비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복지마저 외면하는 실정이다. 허지부장은 “내가 룸메이드로 일할 당시 노조를 통해 휴게실을 만든 호텔이 있었다”면서도 “호텔 내 룸메이드 노조가 없어져 가는 형편이라 룸메이드의 작업환경을 위해 옳은 말을 해줄 사람이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여성노동조합은 2006년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룸메이드 131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룸메이드의 74%는 쉬는 시간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이 가운데 67%는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다고 밝혔다.
또한 합성세제나 먼지 등 부적절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고 및 질환 발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룸메이드 작업장의 유해 요인으로는 먼지가 65.6%, 무거운 도구 및 기구의 조작이 38.4%, 합성세제가 36.3%로 꼽혔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객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리, 근·골격계 예방을 위한 휴식시간 등 정확한 가이드라인으로 룸메이드의 건강이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최경희 교수는 “조사를 해보니 룸메이드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건강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룸메이드는 평생 가는 질환을 그냥 참고만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영남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사공준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르면 ‘미세먼지’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치를 넘으면 호흡기 점막 질환과 눈 충혈 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합성세제 중 락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되면 중독이 일어날 수 있고 얼마나 노출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내 대표적 호텔들은 이에 대한 대책에 무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매출 1조원을 넘어선 호텔신라와 용역·호텔간 분쟁에서 고등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르네상스호텔의 경우 작업장의 공기질 문제, 룸메이드 건강 문제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은 호텔신라와 르네상스호텔 관계자가 “최근에 신종플루와 관련해서 예방접종을 했지만 그 외에 딱히 복지를 신경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며, 룸메이드만의 휴게소를 따로 만들진 않고 용역 쪽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측은 노동부가 호텔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는 유해요인으로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를 고시해놓았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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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P호텔 용역 상대로 법정공방 중인 최명숙 룸메이드[미니인터뷰]
노조탈퇴 해야 재계약 할 수 있어!
서울 P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던 최명숙(54)씨가 2008년 5월 호텔 용역과 재계약을 하면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텔이 용역을 A에서 B업체로 바꾸면서 그와 같이 일하던 동료 23명은 고용시켰지만, 그는 여성노조에 가입됐다는 이유로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가 지난 15일 최명숙씨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다.
혼자만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재계약 당시 계약서에 싸인을 하지 않았다. 용역에서 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노조에서 탈퇴를 해야지만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근로계약서에 싸인을 하지 않았다.
그럼 다른 룸메이드는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았나.
당시 모두 노조에 가입돼 있었지만 탈퇴를 하고 재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나는 그러한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체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게 용역에서 요구한 재계약 사안이었나.
노조탈퇴를 요구한건 용역사가 아니라 호텔이다. 용역사에서 흘러들어온 얘기가 실제로 그랬다. 물론 용역사는 부정하고 있다. 대체로 A에서 B용역사로 바꾸면서 호텔은 용역을 주는 조건으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텔 안에 노조가 있었던 건가.
우리는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정식 노조가 없다. 그래서 여성노조에 가입했다. 특히나 P호텔의 경우엔 업무환경이 최악이었다.
어떤 식으로 최악이었나.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언어폭력이 심했다. 아침마다 룸메이드를 관리하는 팀장이 칠판에 ‘일을 그런 식으로 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글을 써놨다. 범죄자를 관리하듯이 우리를 대했다. 기죽어서 일을 하겠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여성노조에 가입했다.
룸메이드 생활을 오래했나. P호텔에선 얼마나 일했나.
15년 됐다. P호텔에선 30개월 일했다. 그리고 이전 호텔에서는 9년을 일했다. 거기서도 물론 문제는 있었다. 특히 우리 룸메이드를 호텔이 직접담당하지 않고 용역사에게 주게 되면서 우리의 고용환경이 더 열악해졌다.
법접공방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처음에 지방노동청에 관련 서류를 냈지만 기각됐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민사소송을 해 항소를 했고 결심 중에 있다. 2월5일이면 판결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