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등록 아니죠, 빚 등록 맞아요!”
경찰 하위 공직자인 경위, 경사들이 오는 3월2일까지 마쳐야 하는 재산등록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흔히 고위공직자의 부패 방지를 위한 재산등록이 경찰은 하위 관리직에게까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볼멘소리는 대체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으로, 한 경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5급이상의 행정공무원에 적용되는 재산등록이 경찰은 8급이상으로 의무 돼 있다”며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과다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다른 직업보다 비리에 노출되기 쉽고 청렴도가 중시되는 직업인만큼 더 투명하게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가 하위 공직자들이 재산등록에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를 취재해봤다.

발로 뛰며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 하위 공직자들이 재산등록을 하는데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재산등록을 하려면 재산관련 서류를 검토해 온라인에 입력해야 하는데 이들 직업의 특성상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 재산등록을 하려면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하지만 다른 업무와 겹쳐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게 그들의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윤리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전처럼 재산등록 서류를 조회하기 위해 일일이 은행이나 세무서, 보험회사 등을 갈 필요가 없다”며 “본인의 동의만 있다면 온라인에서 금융정보 조회가 가능하다”고 말해 일부 경찰의 잘못된 인식을 꼬집었다.
일반 행정 공무원 5급 이상 재산등록 경찰 8급 이상 의무, 형평성 논란
시민들, “비리 노출 쉽고 청렴도 중시되는 직업인만큼 범위 더 확대해야”
보안명령 믿고 대충등록
경찰 하위 공직자의 재산등록에 대한 볼멘소리는 대체로 ‘귀찮다는 것’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윤리과 관계자는 “재산등록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불만을 털어놓는 경찰들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재산등록 담당자들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각 지방청 재산등록 담당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다보면, 1년에 한번 하는 재산등록에 심적인 스트레스를 받거나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경찰들도 나타난다는 것. 등록을 미루거나 날짜가 임박해 등록을 하는 경찰들이 때문에 담당자의 업무도 지연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충 등록하는 등록자도 생기기 마련. 재산을 누락하거나 과다하게 등록해 보안명령을 받는 경찰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윤리과 관계자는 “지난 2009년에는 재산등록 경찰 6만700여명 중에 3500명이 보안명령을 받았다”며 “이는 지난해 보다 늘어난 수치이며, 다른 등록 의무자에 비해 5%나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들이 재산등록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등록을 대충하거나 잘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년에 한번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헷갈려 하는 경찰들이 많다”며 “쉽게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사무직이 아닌 범죄현장에 있어서 그런지 온라인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경찰이 전체 등록 의무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등록 대상자도 많다. 사람이 많으면 자연히 수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른 공직자에 비에 경찰의 수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산등록을 잘 못 했을 경우 보안명령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규제가 엄격하지 않아 경찰들이 재산등록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안명령을 받는 사람들은 누락하거나 과다 신고한 사람들로 고위로 등록을 한 것 보다는 실수로 등록을 해 보안명령을 받게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여기엔 보안명령뿐 아니라 징계를 받은 경찰의 수도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2008년에 비해 2009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제 작년에는 한명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5명이 징계를 받아 문제가 됐던 것이다.
등록자범위 더 확대해야
사실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경찰과 같은 청렴성이 중시되고 비리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게 일반시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1994년부터 경찰 하위 공직자인 경위, 경사에게까지 확대시행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찰들 사이에선 ‘재산등록이 아니라 빚 등록’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등록을 하고 싶어도 등록할 재산이 없어서 못한다. 채무와 채권란을 채우다 보면 내가 얼마나 빚이 있는지 확인하고 속만 아플 뿐”이라며 “아무리 절차가 간소해졌다고는 하지만 심적 부담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그는 “다른 행적직과 달리 경찰에게만 과다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냐”며 “차라리 적용할 거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중부경찰서 경무과 경사는 “경사급 이하는 보직이나 직급이 없는 하위직 공무원”이라며 “일반 행정직 6급이 계장급이라면, 경찰의 경우 경감 또는 경위가 계장급에 속해 경사급은 계장급에 속하지도 못하면서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경찰들은 재산등록 관련 공직자윤리법과 그 시행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따라서 하위직 공직자들은 재산등록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윤리과 관계자는 “경찰 하위 관리직의 불만이 많아 행정안전부도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면 개선을 해야겠지만,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은 비리에 노출되기 쉽고 청렴도가 중요시되는 직업인만큼 경찰들의 재산등록자 범위를 더 확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민들은 계급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들이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공개해서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확고히 해나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산 형성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야만 재산 형성 과정에서 공직을 이용해 재산을 불린 것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시민단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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