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권 놓고 떠도는 의혹에 멍드는 ‘동심’
오는 3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 국회 제2어린이집 운영기관 위탁 선정을 둘러싸고 ‘외압설’이 일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1월 국회 어린이집 위탁운영자 모집 공고를 냈고, 이후 11명으로 구성된 ‘국회어린이집 위탁운영사업자 선정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업체심사에 착수했다. 심사결과 제2어린이집의 위탁 기관으로 H사를 1위로 선정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한 달여 만에 차점자인 E대가 위탁 운영업체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국회사무총장이 특정 운영기관을 지지해 타 업체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협상과정에서 H사가 위탁운영에 대한 포기각서를 제출함으로써 E대가 위탁운영자로 선정 됐다”며 “외압이 아닌 사무총장의 타당한 협상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국회 제2어린이집 위탁 운영기관 선정을 둘러싼 외압설을 파헤쳐봤다.

국회 제1어린이집 홈페이지와 국회 전자게시판에 학부모들의 항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H사가 공개경쟁을 통해 제2어린이집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될 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E대가 된 거냐”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국회 사무처, 심사결과 H사 선정했지만 한 달 만에 E대로 바꿔
일부 학부모 “사무처가 특정 운영기관을 지지한 것 아니냐” 주장
사무처 “외압설 사실무근, H사가 포기각서 제출로 운영기관 바꿔”
외압설 잠재우려면 포기각서 내용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 나와
본지가 만난 선정심사위원 역시 “심사 결과가 당일 바로 확인됐음에도 한 달이 넘도록 입찰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고위 관계자가 선정심사과정에서 특정 기관을 밀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이 일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위탁운영자 선정 관련 학부모 공개질의서’를 국회 전자게시판에 올렸고, 사무처는 이에 대해 반박의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국회사무처의 답변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감표명서’를 다시 올렸다. 때문에 학부모와 사무처간 ‘외압설’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정 운영기관 지지?
지난 8일 일부 학부모가 공개질의서를 통해 질문한 내용은 5가지다. ‘국회사무처가 특정 운영기관을 지지했었나’, ‘H사가 선정됐음에도 E사로 결정하게 된 배경’, ‘계약체결을 한 달 이상 미루게 된 정황’, ‘제1어린이집 운영기관이기도 한 H사의 위탁기간을 애초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이유’ 등이다. 여기에 H사가 제출했다는 포기각서 사본의 공개요구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확인된 바 없는 각종 ‘소문’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를테면 “선정심사위원회 결과가 한참이 지나서야 H사가 포기각서를 제출했다고 사무처는 밝혔지만, H사의 포기가 자발적인 게 아니라 고위층의 압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학부모들은 H사의 제1어린이집 위탁운영 계약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은 것 역시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답변은 간단했다. 지난 11일 첨부된 답변 내용에는 위탁 운영선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개경쟁방식 중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고 명시했다. 제1순위자인 H사부터 순차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제2순위자인 E대가 최종 위탁자로 선정됐다는 게 요점이다.
사무처는 E대 선정이유에 대해서 “국회어린이집의 경우 대학과 연계된 보다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어린이집의 보육기능과 교육기능이 모두 충족될 수 있는 모법적인 어린이집의 모델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사무총장님이 판단했다”며 “이런 취지에 대해 제1순위자(H사)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회방송 및 교육연구 분야에서 국회사무처와 대학 간 관학협력체계가 구축돼 해당 분야의 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비춰, H사도 이러한 사무총장의 의견에 동의해 협상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무총장의 뜻을 전달받은 H사는 포기각서를 제출했다는 게 사무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협상 혹은 외압테이블?
하지만 사무처의 협상 과정 공개에 대해 학부모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공개 입찰에서 최고점을 받은 데다, 제1어린이집 운영도 잘 하고 있는데 이런 협상에 순순히 응했겠느냐”며 “외압이나 거래가 있지 않고서 자발적으로 운영권을 포기했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는 사무처의 답변에 대해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은 일반적 원칙이 아닌 ‘전문성, 기술성, 긴급성, 공공시설물의 안정성 및 그밖에 국가안보목적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된다”며 “국회어린이집 위탁운영자라는 게 과연 이러한 국가안보목적 등에 해당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설사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채택했다 하더라도 ‘입찰공고시 협상에 의한 계약이라는 뜻을 명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지난 11월3일에 공고된 위탁운영자모집공고 어디에도 그러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 공고문 중에는 제안서 평가일이 11월19일, 위탁업체 결정 및 계약은 다음날인 11월20일로 돼 있지만, 한 달여가 지난 최근에야 H사가 아닌 E대학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제1, 2어린이집을 하나의 기관인 H사가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심사를 하고 공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명확한 이유로 위탁운영업체 선정이 바뀌어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은 제1어린이집(H사)과 제2어린이집(E대)이 두 기관에 의해 분리·운영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 사무처는 “더 이상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정보로 해야 될 것을 불필요한 오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학부모들에게 공개한 바 있다”며 “앞으로 이와 관련해 더 이상의 답변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가 없는 것을 자꾸 문제가 있다고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는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공개경쟁을 했고 H사와 협상을 통해 이뤄낸 타당한 결과”라며 “반영을 위한 공개경쟁이었지, 결과를 얻기 위한 공개경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사무처는 제2어린이집 위탁기간이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5년으로 위탁운영을 한정한 국유재산법에 의해 이미 3년 계약을 만기한 H사를 고려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즉, 계약대로 3년 운영을 한 H사가 오는 2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제1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아 재계약기간을 2년으로 상정했다는 것. E대 역시 형평성을 고려(두 기관의 운영기간을 맞추기 위해), 계약기간을 처음 5년에서 2년으로 계약기간을 다시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사무처 관계자의 말이다.
또한 그는 업체선정 결정을 한 달여를 끈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타당한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이 걸린 것 뿐”이라며 “사무총장이 E대학을 선정한 것이 실무자로써도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더 이상의 외압설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윗분들이 하시는 일?
이와 관련해 H사는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H사 관계자는 ‘외압설’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뭐라고 하더냐”를 먼저 물으며 답변을 꺼렸다.
그러나 본지의 계속된 물음에 “윗분(국회 사무총장과 H사 이사장)들이 구두상으로 협상을 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그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본지 확인 결과 사무처 관계자 역시 사무총장과 이사장이 구두로 협상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H사 관계자는 “위탁운영 포기각서라는 것도 사실 포기이유가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겠다는 서명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본지가 실무자로써 운영을 포기한 게 타탕한 결정이었냐고 묻자, “윗분들이 결정한 일에 아랫사람이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약이 기간이 2년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H사 관계자는 “사무처 관계자가 언급한 국유재산법이 아닌, ‘갑’이 그렇게 하자고 하니 ‘을’은 따를 수 없다”며 발언했다.
따라서 제2어린이집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외압설 의혹에 대해 ‘윗분들의 정확한 입장표명과 포기각서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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