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될 돌릴 수 없는 강 건넜다”VS친박계 “강력히 저지 하겠다” 갈등 대폭발
수정안 4월 표결 처리 시사, 李-朴 무력충돌 예고, “분당은 기정사실화?”우려 목소리
정부와 친이계가 세종시 수정안 관련법을 27일 입법예고한 가운데 친박계와의 대립이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앞서 세종시를 두고 친이-친박 간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지만 이번 입법 예고는 갈등 촉발에 쐐기를 박으면서 분당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와 친이계는 3월 초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속전속결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야당 및 친박계가 불사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수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4월 상임위 논의·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친이-친박이 자칫 무력충돌로 이어 질수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분당 현실화가 농후하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전대론’이 불거지면서 친이-친박 간 당 주도권 장악을 위한 피 말리는 암투도 예고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 직후 이들 간 파열음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친이계 진영은 “이제 될 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며 “돼 든 안돼 든 앞길만 보고 가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친이-친박 이혼하나
반면 친박계는 “(수정안이)부결 될 상황이 뻔히 보이는 데 정부는 감지 못하고 있냐”며 “정부와 친이계가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당은 물론 국론 분열까지 촉발시키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앞서 친이 성향 홍준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독불장군식으로 하려면 분당하고 나가라”고 힐난 하자 친박 송광호 의원은 “사람이 살다보면 어떤 골목에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막말은 조심하자”며 직격탄을 날리는 등 이혼을 앞둔 부부처럼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모습이었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한 27일 한나라당 중진회의에서 계파 간 설전이 오고가며 또 다시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희태 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내 일각에서 분당설이 나오고 있다. ‘단생산사’(團生散死) 즉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그러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워낙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이를 입법예고 같은 공적인 토론에 붙일 경우 같은 식구끼리 감정의 앙금만 남고 결론 없는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박종근 의원도 “국론분열, 지역별 민심동요, 당내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이렇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냐”며 “국론을 좀 더 모으고 당정 간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친이계 핵심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헤겔은 ‘역사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로 발전 한다’고 했다”며 “정반합의 치열한 투쟁과 토론이라는 변증법적 논리에 따르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법예고에 힘을 실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시끄럽다고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해가서도 안 된다”며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당 밖에서 이명박-박근혜의 심복으로 불리고 있는 정두언 의원과 이정현 의원의 2차 설전이 오고 가다.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민주정당에서 수정안을 논의조차 못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수정안으로 당론변경을 하는 게 마땅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세종시 백지화 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해 국론분열을 심화시키고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받아 쳤다. 특히 이날 정운찬 총리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협조를 위해 한나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을 오찬에 초대했으나,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대구 의원 12명 중 11명이 참석하지 않는 등 갈등의 골은 깊게 폐인 모습이었다.
수정안 4월 표결처리...두나라당 현실로?
한편 정부와 친이계는 27일 정부의 세종시법 수정안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3월 초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속도전을 내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종시 수정 법률안은 국토해양위 소관의 행정도시건설특별법, 혁신도시 건설·지원 특별법, 산업 입지·개발법, 기업도시개발 특별법과 기재위 소관의 조세특례제한법 등 5개법이다. 관련법들이 2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과 법제처·차관회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및 대통령 서명을 거쳐 3월 초에 국회로 제출되면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이 달에 관련 상임위에서 법안들을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개정법안의 제출 시기는 정부가 한나라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다음 3월 초에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순 밟기는 자칫 시간을 끌다간 6.2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지체하지 않겠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표결처리 과정이 친이계의 예상대로 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본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수정안 상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주요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의 경우 전체 29명 가운데 한나라당 내 친박계가 4명이고, 야당이 12명으로 과반을 넘어 친이계로선 손 쓸 방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 친이계가 미디어법, 노동법개정안처럼 상임위에서 소속 상임위원장 권한으로 직격상정을 시도할 경우 야당은 물론 친박계 과의 무력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분당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친박계는 상임위 통과를 불사 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를 벼르고 있는 상태다.
설령 본회의 상정으로 마지막 관문인 표결처리로 가도라도 친이계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169명의 의원 중 적어도 50여 명이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모든 야당들이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법안들을 통과시킨다고 할 때?친박계로 분류된 의원 중 절반정도만 빠져도?재적과반수 출석이 불가능해 의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이계 로서 그 전에 국민여론을 설득해 처리 명분을 다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충청민심 절반이상이 수정안을 반대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는 반대로 국민여론에 힘을 얻고 표결처리 명분을 내세운다면 친이계에게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 이 과정에서 민심의 명분을 들어 친박계를 압박해 설득을 이끌어 냈을 때를 전제한다. 그러나 친이계가 친박계의 설득 없이 각가지 방법을 총동원시켜 법안을 처리 할 경우, 더 이상 두 세력이 한나라당이 공존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는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사실상 조깨짐을 의미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친박계의 계속되는 반대로 4월 표결처리가 지연되면서 장기화로 표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 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정안 처리가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지방선거와 맺을 같이 하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친이계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선 집권당의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최소한의 피해로 줄이기 위해 이 전 수정안을 폐기하거나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그럴 뜻이 없다면 수정안 처리는 현재로선 충청권 민심을 다 사로잡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전 조기전대론 대두 “朴 나서라”
이처럼 세종시 문제로 친이-친박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갈등이 점차 두 세력 간 당 주도권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일부에서 ‘조기전당대회론’을 제기하면서 지방선거 대비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수정 당론변경을 주장한 정몽준 대표를 비판하는 등 수정 반대에 대한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자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 의원은 “정부에서 세종시 문제를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 상황변경 사유가 조금 생긴 것 같다”며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누가 당을 믿겠나’라는 생각에서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권 친박 의원은 “예전에는 박 전 대표가 조기전대에 대해 무관심했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조금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방선거의 선전과 당권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영향력이 큰 박 전 대표가 빨리 당권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로선 차기 대권의 시발점인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을 장악할 필요성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최측근들은 조기 전대론에 대해 한 결 같이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인 이정현 의원은 “전혀 사실적 근거가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고, 허태열 최고위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표가 정몽준 대표를 비판한 것은 당론이 수정안 지지로 바뀐 것을 말한 것이지, 조기전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친박측이) 이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옆에서 보좌하는 한 측근 역시 “조기전대 문제을 박 전 대표가 거론한 것을 들은 적이 없다”며 “일부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에서 사견을 얘기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계도 조기 전대에 부정적이다. 한 의원은 “지금 세종시 문제를 얘기하는데, 조기전대를 하자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민본 21’ 등 개혁성향 의원들은 7~8월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패거리 전대’가 되지만, 3~4월에 전대가 열리면 표를 중심으로 한 ‘이성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조기 전대론을 계속 거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여당 관계자 대부분은 조기전대가 허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세종시 갈등에 따라 친박을 더욱 자극 시킬 경우. 당권 장악과 차기대권 행보 가시화를 위해서라도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조기전대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