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의 황제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2월 ‘삼성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8000억원에 상당하는 이 전 회장 일가와 삼성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2008년 4월 차명계좌 의혹이 드러나자 실명전환과 함께 세금을 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사회 유익한 곳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약 2년여가 지난 2010년 현재 이건희 전 회장의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이에 본지가 이 전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 그 후를 따라가 봤다.
두 차례의 사재출연 약속…첫 번째는 ‘고른기회재단’ 탄생에 기여
삼성, “결정 된 것 없다” VS 일각, “합법승계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천 여개의 달하는 차명계좌로 지난 2008년 4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또한, 경영권 편법 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혐의에 대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자진사퇴와 사재출연
차명계좌의혹에 대해 검찰소환을 앞둔 이 전 회장은 2008년 4월22일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를 통해 모든 직함에서 물러났다. 삼성과 관련된 의혹들이 붉어지자 책임을 지고 떠났다. 정국돌파를 위해 ‘자진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사재출연’이었다. 삼성과 관련된 의혹이 붉어짐에 따라 ‘자진 사퇴’와 ‘사재 출연’이라는 초강수를 띄운 셈이다.
지금까지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이 ‘사재출연’을 약속한 것은 총 2번이다. 첫 번째는 지난 2006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혹, 불법대선자금, 이른바 ‘삼성 X-파일’ 문제가 붉어져 사회적으로 ‘반삼성 분위기’가 확산되고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면서이다.
5개월간의 미국 장기체류를 마치고 돌아온 이건희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격인 ‘삼성 현안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발표를 통해 8000억원 상당의 사회기금을 헌납하고, 사회복지 확대 및 자원보상센터 창단 등에 2000억원을 지원하는 등의 사재출연을 약속했다.
이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이건희 회장과 자녀들의 소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모두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었다.
당 이 전 회장은 세 자녀들이 계열사 주식 취득으로 발생한 추정이익과 막내딸인 고 이윤형 양의 상속재산 등을 합친 3500억원의 사재에다 이 전 회장이 1300억원, 이재용 부회장이 1100억원 삼성 계열사들이 2100억원을 공동 출연하여 지난 2002년 설립한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기금 4500억원, 총 8000억원 상당의 기금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기로 했다.
이 전 회장일가가 출연한 사재 3500억원은 지분 취득과정에서 얻은 부당이익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이득 약 800억원, 부진·서현 자매의 이득 500억원과 고 윤형양의 재산과 일가가 기부하는 22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첫 번째 공언은 지켜졌다. 현재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 현재 당시 출연한 8000억원을 탄생했기 때문. 또한, 현재 고른기회장학재단은 삼성그룹이 아닌 서울 중부교육청에서 관리 및 운영을 하고 있다.
“결정되면 공개할 것”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사재출연 약속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 쇄신안’ 발표 당시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실명으로 전환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고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계좌가 드러난 ‘삼성 특검’ 당시 이 전회장의 차명 재산은 4조1000억원 규모였다. 당시 특검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 486명의 명의로 총 1199개의 차명계좌로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
작년 3월19일 삼성은 전자공시를 통해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삼성이 밝힌 이 전 회장의 차명 재산은 2조 5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1조1344억원, 삼성SDI 254억 4000만원, 비상장 주식인 삼성생명 약 1조2979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특검이 밝힌 금액과 1조 6000억원 가량 차이가 있다. 이러한 금액의 차이는 당시에도 많은 의혹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금액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1년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전 회장의 사채출연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재출연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세금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얽여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지부진한 사재출연에 대해 “유익한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결정되면 10원 한 장까지도 깨끗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일각에서는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삼성의 사재출연 약속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고 있다. 삼성은 그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사재 출연’이라는 카드를 사용해 왔다.
온 국민의 치를 떨게 만들었던 ‘사카린 밀수 사건’ 당시에는 한국비료를 사회에 환원했고, 삼성자동차 부실 채권 문제 때에는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무마했다. 하지만 이 약속 역시 삼성생명의 상장이 차일피일 미루어져 현재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태다. 현재 법원은 채권단과 삼성 측의 조정하기 위해 ‘삼성생명 상장’ 이후로 판결을 보류시킨 상태이다.
이러한 삼성의 사재출연 카드에 대해 일각에서는 “투명경영 등 근본적 사건해결책을 마련해야지 피해가기식의 사재출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꼬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