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항 ‘알몸투시기’ 도입 논란
국내 공항 ‘알몸투시기’ 도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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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막으려다, 국민 ‘알몸’ 다 보겠네

미국 등 주요국 공항에 설치돼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전신 알몸투시기’가 상반기 중 국내 공항에 설치될 예정이다. 알몸 투시기는 세라믹 소재의 무기와 분말 폭약 등을 신체접촉 없이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다. 오는 11월 개최예정인 ‘G20 정상회의’에 앞서 테러에 대비하고 출입국 안전을 확보한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다수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알몸 투시기 도입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가 국내 공항의 알몸투시기 도입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취재해봤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27일 신종 항공테러 위협에 대비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우리나라 주요 국제공항에 전신검색기(알몸투시기)를 상반기 중 설치·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등 국내공항 오는 6월까지 알몸투시기 설치, 신체 적나라하게 드러나
테러 탐지 목적, 인체 부작용 없어 VS 명백한 인권 침해, 찬반 논란 가열


오는 6월까지 인천공항에 3~4대, 김포·김해·제주공항에 각각 1대씩 설치할 예정인 것. 이들 공항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고 휴대용 검색기도 가동 중이지만 이 장비들로는 탐지할 수 없거나 직접 만져보지 않으면 찾아 낼 수 없는 테러도구를 탐지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긴박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알몸투시까지 한다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인권침해, 인체부작용?

사실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이 알몸 투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미국 항공보안청에서 지명한 승객과 당일 예약 없이 탑승한 승객,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레바논, 쿠바 등 14개국에서 비행기를 타거나 환승한 승객이 대상이 된다. 임산부와 영아, 장애인 등은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인 것.

그러나 문형이나 휴대용 금속탐지기 등 1차 검색에서 의심되는 승객도 알몸 투시기 검색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검색대상자에 속하지만 알몸검색기 검색을 거부할 경우에는 정밀촉수검색을 실시한다.

따라서 국토부는 알몸 투시기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논란을 우려해 이미지 분석실을 별도로 격리하고 이미지 분석 요원은 승객을 볼 수 없고, 검색 요원은 투시 이미지를 볼 수 없도록 했다. 검색 이미지를 보관하거나 출력·전송·저장 기능을 삭제할 수 있거나 자동으로 삭제되는 장비와, 얼굴 등 신체 주요부분은 희미한 이미지로 처리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할 계획인 것.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적잖은 반발이 일고 있다. 전신스캐너 반대론자들은 신체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알몸 투시영상이 인권을 침해하는 한편, 스캐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또는 밀리미터파가 의학적으로 인체에 부작용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성급한 결정?

그러나 국토부는 전신스캐너의 인체 부작용설에 대해 “10초 이내에 한 사람을 처리할 수 있다. 휴대폰 1번 통화 때 발생하는 전자파의 1/10,000 정도의 전자파만 나와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정일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검색대상 확대문제는 국제적인 흐름과, 위험정도 및 사생활침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은 시범운영 차원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알몸스캔을 설치하는 것이 효과가 큰지 인권침해의 가치가 큰 지에 대한 고민 없이 장비를 설치하고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사생활 보호 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장치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검색장소와 스캔을 보는 장소가 분리된다고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자신의 알몸을 본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국민의 알몸을 들여다봐야 할 만큼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목욕탕 절도범을 잡겠다며 탈의실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며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테러 방지 수단을 찾는 게 정부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알몸투시기 도입의 문제점은 유럽 등 지구촌의 많은 나라가 이 장비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민간항공 보안규정 위원회’에서는 알몸투시기 도입 의무화 방안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으나 회원국들 사이의 의견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찬성하는 나라도 없지 않았으나, 스페인·독일 등은 인권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알몸투시기 사용 법제화를 고려한다면서도 “인권침해, 개인정보 보호, 인체 부작용 등의 문제도 동시에 검토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더욱이 지금은 시범운영 차원에서 알몸투시기 검색대상자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검색대상을 모든 승객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몸투시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폭탄테러 기도사건을 계기로 미국·영국·네덜란드·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이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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