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에도 색깔 논쟁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독립영화진흥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영진위는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꼴찌 평가를 받은 보수성향의 단체를 1등으로 선별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MB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끊이지 않던 ‘좌파색출’ 검열 논란이 독립영화계까지 뻗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영진위의를 통한 문화·예술계 단체장 물갈이가 영화계에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는 것. 여기에 지난 8년간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했던 미디액트가 “심사과정에서 미디액트를 배제하기 위한 공모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짚어봤다.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해 주위를 놀라게 한 영화 ‘워낭소리’. 이 같은 독립영화 제작을 주로 지원했던 게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였다. 그러나 영진위는 지난 1월25일 8년 동안 영상미디어센터를 맡아온 미디액트 대신 신설단체인 사단법인 시민영상문화기구를 운영자로 선정했다.
영진위, 꼴찌 평가 받은 보수성향 단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로 선정
"공정성 무시 정략적 계산 앞세운 처사", ‘좌파색출’ 검열 논란까지
영진위는 “아무런 평가 없이 같은 사업자와 수년간 계약을 유지한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다른 사업자에게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판단 하에 공개 모집 공고를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디액트 운영진과 수강생들은 “기존의 성과를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급조 단체’를 선정한 심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합리적 심사?
더불어 전 세계 42개국 588명은 ‘미디액트 국제연대’를 만들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에게 영진위의 심사결과에 항의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미디액트 국제연대는 탄원서를 통해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과정이 최소한의 객관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잃은 과정이기 때문에 집행과정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적한 내용은 세 가지로 공모 참여단체가 심사위원을 겸하는 것은 객관성 상실이라는 것과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인력 구성과 사업계획서가 1차 공모에선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가 2차 공모에선 최고점을 받은 것에 의문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공모 추진 과정에 조희문 위원장이 깊이 연루되어있다는 의혹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들은 이번 심사 과정에 적용된 심사 기준과 1,2차 심사채점표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 공모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제의 근거는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위탁 사업자가 그간 지정위탁이었으니 공모제로 사업자 선정방법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디액트는 영진위로부터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미디액트는 당연히 문제를 제기했고 주변의 반대도 커 공모제는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오면서 다시 공모제 이야기가 붉어진 것이라는 게 일부 미디액트 운영자의 말이다. 미디액트 김명준 소장은 “선택이고 뭐고 우리로써는 소통의 방법이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 소장은 “정부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던 미디액트를 쫓아내고 검증 안 된 듣보잡 단체가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공모제의 근거가 있으려면 우리가 하는 사업의 문제나 변화의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심사과정에 대해 꼬집으면서, 심사위원들이 사무실 위치를 묻는 등 심사에 관심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언론은 진보와 보수로 넘어갔다고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합리적인 것에서 비합리적인 것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정된 교체?
조희문 위원장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지난 2월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표명했다. 먼저 조 위원장은 “1차 심사에서 평균 70점 이상을 받은 3개 단체가 2차 심사에서 토론을 거쳐 운영사업자로 1개 단체가 선정됐으며, 9인 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여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한독협이 2009년 감사원으로부터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는 지적과 함께 2797만원 환수 조치를 받았다”며 “이에 앞서 영진위는 2008년 국정감사에서 ‘특정 단체에 기금이 편중 지원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아 사업자 선정 방식을 ‘지정’에서 ‘공모’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진위가 사업자로 지정한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미디액트’라는 명칭으로 8년간 센터를 운영했다. 그리고 미디액트 관계자들은 조직을 강화해 지난해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라는 새 법인을 만들었고 공모에 응했다.
때문에 그는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한독협과 무관한 단체라면 지난해 10월29일 법인 설립한 신생단체”이므로 시민영상문화기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위원장이 공모과정을 해명하다 모순에 빠졌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영진위가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신생독립단체기 때문에 다른 단체와 동일한 조건에서 심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한독협의 감사 결과가 영상미디어센터 공모 심사 과정에 작용했다는 모순된 답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영진위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무시하고 정략적 계산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만들어진 시민영상문화기구는 이제야 실무 직원을 모집하고 있는 부실 단체”라는 비판도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진위가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를 교체한 이후, 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와 자유게시판에는 회원탈퇴 및 개인정보 삭제를 신청하는 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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