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관리시스템이 ‘구멍’
외환은행, 관리시스템이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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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대 불법 사기 대출 ‘지점장’ 개입 의혹

M&A를 앞둔 외환은행에 악재가 드리워졌다. 불법 사기 대출사건에 외환은행 지점장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 경찰 등에 따르면 인테리어 업자 정모(50)씨는 부정대출을 받아 200억대의 돈을 가로챘다. 정씨가 부정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외환은행 모 지점 지점장이 개입해 부실한 대출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이에 외환은행 지점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본지는 200억대 불법 사기 대출 사건에 외환은행 지점장이 개입한 사연에 대해 직접 짚어봤다.

페이퍼컴퍼니 이용한 대출 사기단 검거…외환은행도 지점장 포함
본사차원에서 내사했지만 못 밝혀… 허술한 지점 관리 ‘도마 위’


수백억대 불법 사기 대출 사건에 외환은행 관계자가 개입되어 있어 외환은행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외환은행 모 지점에서 200억대의 부정대출을 받아 이익을 취한 인테리어업자 정모(50)를 포함한 16명에게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아울러 동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전 외환은행 지점장 백모(50)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페이퍼컴퍼니로 사기 대출

경찰 등에 따르면 인테리어업을 하던 정씨는 대규모 펜션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정씨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 명의로는 거액의 대출이 불가능하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개인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한도를 10~20%가량 높아지는 것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의심을 덜 받기 위해서였다.


페이퍼컴퍼니 조성을 위해 정씨는 친인척과 주변인들의 명의를 이용해 D건설, S이노베이션 등을 설립했다.
이후 정씨는 손쉬운 대출 심사를 위해 전직 외환은행 지점장이던 임모(52)씨와 당시 사당점 지점장이던 백씨를 이용했다.


전직 지점장 임씨는 정씨에게 기업 대출로 위장하는 위장술과 문서위조 등에 방법을 전수해줬을 뿐 아니라 당시 현직 지점장이던 백씨를 소개시켜줬다.


소개를 받은 백씨는 정씨의 불법 대출 사실을 알고도 대출 심사를 느슨하게 해주는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정씨는 사기행각에 가담한 전·현직 지점장 임씨와 백씨에게 불법대출로 받은 돈의 일부를 나눠줬다. 아울러 정씨는 대출로 받은 돈을 펜션단지 조성에 사용하지 않고 사적인 용도에 대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금은 지점장과 나눠…

한편, 금번 사건으로 인해 외환은행의 지점 관리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외환은행이 이들의 대출에 의혹을 갖고 자체적으로 내사를 진행했지만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불법 사기대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출금의 이자와 원금이 회수되지 않아 부실 대출에 대해서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내사 당시 외환은행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단순 대출 펑크로 오인했다. 금융 시장과 경제가 위기를 맞게 됨에 따라 정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은 관계된 직원 한명을 정직처분하고 나머지는 감봉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완전 범죄로 끝날 뻔한 ‘지점장 개입 사기 대출 사건’은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정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힌 사람이 정씨를 서울 서부경찰서에 정씨를 고발했고, 이에 서부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해 정씨와 전·현직 지점장의 사기 행각의 전모를 파악해 낸 것이다.


지난 19일 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으며 검찰이 사건의 내용을 추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번 지점장 개입 의혹과 관련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조사 중이고 사건이 종결되지 않음에 따라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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