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니스프리의 성분 잘못표기 의혹
태평양 이니스프리의 성분 잘못표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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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가 있는데도 없다?

태평양의 로드숍 브랜드인 이니스프리가 자연주의를 홍보하기 위해 성분을 잘못 표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내놓은 미백라인 ‘화이트톤업’에 방부제 성분이 함유돼있는데도 ‘무방부’라는 홍보를 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도된 게 아니라 표기상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니스프리 전 제품이 자연주의를 표방해 홍보를 하고 있는데다, 실제로 일부 제품은 ‘무방부’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호도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이에 본지가 홍보를 위한 이니스프리의 자연주의 표기의혹을 파헤쳐봤다.

▲ 태평양 이니스프리가 최근 출시한 미백제품 '화이트톤업'


이니스프리가 지난 2월23일 ‘화이트톤업’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화이트톤업의 모든 제품이 방부제를 비롯해 색소, 인공향, 광유물, 에탄올, 동물성 원료, 벤조페논 등 7가지 성분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던 것. 그러나 방부제가 없이 제품보존이 가능한 이유를 묻자, 이니스프리는 ‘무방부’라는 문구는 자료작성자의 실수로 표기된 것이라며 방부제 성분인 ‘파라벤’을 넣지 않는 대신 다른 방부제 성분인 ‘페녹시 에탄올’을 쓴다고 답해 논란이 일고 있다.

표기 바꾼 ‘무파라벤’, ‘무방부’오인 우려, 자연주의 홍보전략?
이니스프리측 “표기상의 실수일 뿐” 해명, 소비자 혼란 가중 우려


‘무방부’ 아니라 ‘무파라벤’?

결국 이니스프리는 보도자료에 원래 쓰려던 것은 ‘무방부’가 아니라 ‘무파라벤’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붉어진 지난 24일 이후 보도자료의 내용도 ‘무방부’에서 ‘무파라벤’으로 고쳐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파라벤’이라는 표기 역시 자칫 방부제를 쓰지 않는 제품인 것처럼 호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페녹시 에탄올이라는 방부제를 쓰면서 다른 종류의 방부제인 파라벤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파라벤이라고 홍보하면 소비자로 하여금 방부제를 쓰지 않는 제품인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화장품에 주로 쓰이는 파라벤은 유방암과 피부노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데다, 최근 그러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무방부’ 제품이 하나둘씩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니스프리의 이러한 ‘무방부’ 표기가 ‘자연주의’ 제품이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의도된 표기가 아니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이니스프리 거의 모든 제품이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홍보를 하고 있는데다, 일부 제품은 ‘무방부’제품으로 돼 있어 이러한 표기가 자칫 ‘무방부’ 제품으로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정했으니 홍보는 그대로?

이니스프리의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탕을 쓰는 대신 다른 당종류를 넣은 식품의 경우 무설탕이라고 홍보할 수 있는 것처럼 파라벤이 없기 때문에 파라벤이 없다고 알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정작 파라벤과 페녹시 에탄올의 효과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해 이후 이니스프리의 해명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관계자는 이러한 답변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는데, 심지어 그는 “누가 그러한 답변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진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다른 종류의 방부제를 넣고선 방부제를 넣지 않았다고 홍보를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 당종류를 넣은 식품에 무설탕이라고 표기한 것과 같냐“며 “적절하지 않은 비유인데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거기다 페녹시 에탄올이 유해성분이 아니냐는 질문에 “파라벤 같은 경우는 사용을 지양하려는 분위기이고 무방부를 완전히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내용을 알면서도 무방부로 표시했다는 비난을 받아 의혹을 가중시켰다.

물론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도자료를 내기 전인 지난 20일 이미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뿐 아니라 다른 판매 자료 역시 성분표시를 ‘무방부’가 아닌, ‘무파라벤’으로 하고 있었다”며 “의도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표기상의 실수였다”고 거듭 해명했다.

표기를 했던 당사자이기도 한 그는 “새로운 홍보대행사와 처음 일을 한데다, 일을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회사에 있는 내부 감독기관을 거치지 않은 채 일을 진행했다”며 “회사가 아닌 개인의 잘못”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니스프리는 화이트톤업 라인의 ‘7free system’을 통한 홍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니스프리는 ‘무 방부’라는 표기 대신 ‘무파라벤’이라고 고친 후, 애초에 보도자료에 홍보한 대로 무 색소, 무 인공향, 무 광유물, 무 에탄올, 무 방부, 무 동물성 원료, 무 벤조페논 이라는 ‘7free system’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

따라서 이니스프리는 ‘무방부’를 ‘무파라벤’이라고 시정하긴 했지만, 홍보의 내용에는 변화가 없어 자연주의 홍보를 위한 의도된 표기였다는 일각의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 더욱이 방부제가 들어간 제품을 자칫 들어가지 않은 제품인 냥 소비자를 호도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약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한 보도자료에 성분 표기를 잘못한 경우, 시정을 했더라도 처벌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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