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거물 검거, 왜이리 힘들어!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67)이 공개수배 됐다. 칠성파의 비리를 인지한 경찰이 검거작전을 펼쳤지만 이씨를 눈앞에서 놓쳤던 것. 이후 경찰은 물밑작업을 통해 이씨에게 자수를 권유했으나, 이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더욱이 영장이 발부 된지 30분도 되지 않아 이씨가 종적을 감춰 검거작전이 사전에 유출되지 않았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전국에 공개수배 된 사연을 추적해봤다.
검거작전 실패 한 경찰 공개수배 결정,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 의혹
눈앞에서 이씨 놓치는 안이한 대처, 공조 소홀 등 얕잡아 봤다는 지적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2일 이 지역의 모 건설사 대표를 협박 폭행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이강환을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0여차례 부산 모 건설업체 대표 A씨를 협박해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4억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조직원을 동원해 A씨를 납치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실패하자 공개수배?
경찰은 지난해부터 피해자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칠성파의 비리를 인지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피해자 A씨가 칠성파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갈취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시작했던 것.
그러나 이씨는 경찰의 소환장에 불응하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체포영장을 들고 부산의 한 커피숍에 잠복해 이씨가 자리를 잡는 순간을 기다렸지만, 이씨는 화장실로 향하는 척하다 행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씨는 미리 파악한 동선대로 이날 낮 12시20분경 휠체어를 타고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경찰 역시 잠복해 이들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씨의 동선 또한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씨 일행이 커피숍에 들어서면서 어디에선가 온 전화를 받고 평소와 달리 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 일행은 화장실 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경찰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던 것이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이씨가 자리에 앉지 않자 바로 검거에 나서려고 했지만, 영장의 발부 상황을 몰라 검거를 미룬 상황이었다”며 “이미 이씨를 거주지에서 검거하기로 작전을 세워 다른 경찰 직원들 역시 사무실에 대기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이씨는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동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씨 측근을 통해 체포영장 만료시한인 지난 2월28일까지 출두를 종용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지난 2일 이씨를 전국에 공개 수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각에선 경찰이 이씨를 눈앞에 두고도 놓친 것과 관련해 검거작전이 사전에 유출되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역시 오전 11시50분께 발부 됐지만 30여분이 지나지 않은 12시20분 전후에 이씨 일행이 이를 알아채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씨를 상대로 오랫동안 은밀히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어떠한 정보 유출 기미도 없었다”고 말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경찰은 ‘검거작전 유출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체포영장 발부과정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가 유출됐거나, 영장발부 직후부터 보안이 유지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해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경찰은 호텔 로비에서 바로 검거를 하지 않는 등 눈앞에서 범인을 놓쳐 안이한 대처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공조 소홀히 한 대가?
무엇보다 칠산파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세를 불려 자신들만의 세력을 확고히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산 연제경찰서에서만 감당하기에 벅차다는 게 일각의 비난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07년에는 부산경찰청이 칠성파 대 반 칠성파간의 충돌로 유혈사태를 빚었던 지난 2005년 영락공원 사태가 재발되지는 않을까 우려, 이날 광역수사대 2개팀과 일선경찰서 11개 팀 형사 100여명을 호텔 곳곳에 투입하고 지원경찰력 2개 중대를 호텔 주변에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의 기화가 된 ‘88년 칠성파 이강환과 일본 야쿠자 가네야마(한국명 김재학)의 결연식’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 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강환은 지난 1991년 검찰의 ‘조직폭력과의 전쟁’ 때 구속 수감돼 8년간 복역했으며, 지난 2000년에는 부산 모 나이트클럽 지분 싸움에 연루돼 검찰에 구속된 적도 있다.
이처럼 이씨는 검찰 수사에 의해 체포된 적은 있지만 경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수배가 내려지기는 처음일 정도로 조심스런 인물이다. 본지 확인 결과, 경찰의 수사역시 이러한 이유로 지연된 것으로 보였는데,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A씨가 두차례의 폭행과 두차례의 협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포기하고 잠적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경찰은 지난 1월28일에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2월22일 검거작전에 실패한 경찰은 이씨를 전국에 공개수배한 후,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 만료 기간을 공소시효 만료 시점인 향후 7년까지 연장하게 됐다.
결국 부산 연제경찰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폭력조직 두목에 대한 검거에 나서면서 부산경찰청과의 공조를 소홀히 한데다 다양한 정보원을 두고 있는 이씨를 너무 얕잡아 봤다는 지적이다.
한편, 칠성파는 이씨의 손위 동서가 1957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칠성파를 거대 폭력조직으로 키운 뒤 이씨에게 조직을 넘겨줬다. 칠성파는 이후 분파를 거듭하면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였다. 결국 부산지역에서 자신들만의 세력을 확고히 키운 후 전국 최대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현재 이씨를 두목으로 한 칠성파는 권모씨와 30명의 직계가 칠성파의 실질적인 관리를 하고 있으며, 까드깡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자금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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