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수사는 90점짜리"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90점짜리"
  • 김부삼
  • 승인 2005.03.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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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일"
2년 임기 마치고 퇴임 송광수 검찰총장 송광수 검찰총장이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한 소신발언은 흘려듣기 어렵다. 4월2일 임기만료를 앞둔 송 총장은 검찰 독립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와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직자 비리와 국가 안보사범 수사를 총괄하는 검찰 수장의 말이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 우리는 공수처를 만들고 이를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두려는 정 부·여당의 움직임에 줄곧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공직자 부패가 기구신설로 해결되리라는 발상부터가 단견이다. 송 총장도 언급했듯 공직자 비리는 정치·사회·문화적 요인이 수십년 누적돼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폐단이다. 척결 의지만 분명하다면 기존 조직으로 안될 까닭이 없다. 공직자 인사검증 실패가 법 미비보다는 판단 잘못에서 비롯되고 있는 최근 사례는 시사적이다. "전담기구 하나 늘린다고 해서 비리가 없어지겠습니까?" 송광수 검찰총장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8층 집무실에서 한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미소를 섞어가며 검찰총장으로서의 보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송 총장은 "30년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국민과 언론의 지지와 질책이 있었기에 대과(大過) 없이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며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나가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88년 12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뒤 12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송 총장은 다섯번째로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됐다. 화제는 이내 재임 당시의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옮겨갔다. 송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 총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정치권이 검찰권 약화시키려는 듯” 내달 4일 퇴임하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에 대해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송 총장은 우선 4월중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수처에 대해 “당초 조사처에서 수사처로 바뀌었다는데 수사가 그렇게 하고 싶은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공수처와 비슷한 기관이 동남아 몇개 국가에 설치돼 있는데 그 나라들은 검찰이 없거나 검찰이 공직자 수사를 하지 않는 곳”이라며 “우리나라는 일본도 부러워하는 검찰 기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게 모자라서 새로 수사처를 만드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사회적·정치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비리가 전담 기구 하나 만든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 총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공수처의 이론적·법률적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정치권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그동안 기존 기관(검찰)을 보강해서 공직자 수사를 맡게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 때문인지 송 총장은 정치권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공수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지 경계하고 나섰다. 그는 “정치권에서 제발 좋은 뜻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길 바란다. 검찰권 약화가 목적이 아니길 빈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존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밝혔듯이 법 집행기관의 특성상 국보법 또는 그에 준하는 법체계는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예민한 문제라 내 입으로 존폐를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안보와 기본질서를 지키는 법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90점짜리”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당시 송 총장은 수사 초기 정치권에서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았으며 수사가 진행되면서는 수사팀이나 지휘라인이 여러가지 형태로 압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송 총장은 “우리 수사 의지나 당시 상황이 그런 것에 영향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사팀의 의지와 내용 그리고 그 결과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들을 고려해 보면 90점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대선자금 수사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권에 인사청탁하면 수사 칼날이 무뎌진다”며 “인사운동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 총장은 당분간 독서와 여행으로 소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사건을 수임하면 후배 검사들에게 압력이 될까 두렵고, 로펌(법률회사)에 가도 얼마 전까지 자신이 수사를 지휘한 사건이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총장으로 재직한 2년은 창살 없는 감옥살이"라며 "집사람과 시장에도 같이 가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력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29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며 후배 검사들에게 ▲국민 편의 위주의 제도·관행 개선 ▲지속적인 검찰 내부 정화 ▲수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당부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서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71년 사법시험 13회에 합격했다. 군법무관을 거쳐 77년 수원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에 입문, 법무부 검찰4.2.1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98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법무부 법무실장, 대구·부산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구고검장을 거쳐 2003년 4월 3일 33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원칙을 중시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호불호가 뚜렷하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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