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잔다르크’... 과거사 ‘발목’
대선주자 성장위한 혹독한 `수업'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3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 대표는 지난해 탄핵 후폭풍으로 좌초하던 한나라당의 선장을 맡아 아버지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본인의 대중적 매력에 힘입어 4·15총선에서 121석을 건져내 보수층의 ‘잔다르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과거사 논란과 국가보안법 개폐를 놓고 벌어진 보혁 논쟁,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당 내홍(內訌)을 거치며 박 대표의 지난 1년은 그야말로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톡톡한 `수업료'를 낸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1965년 박순천 여사가 통합야당인 민중당 당수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여성 대표로 데뷔하고, 4.15 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을 확보해 `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나 그 화려함과 눈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상생의 정치를 화두로 제1야당의 리더로 등장한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곳곳에서 여당과 충돌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당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는 도화선이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대표 선친인 `대통령 박정희(朴正熙)'는 그의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부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박 대표는 총선에서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영남권 석권을 이끌어냈지만, 여당의 과거사 재조명과 뒤이은 3공 외교문서 공개 등으로 인해 `아버지 박정희'는 박 대표에게 아킬레스건으로 되돌아왔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자신이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어달라"면서 한일협정 외교문서, 문세광 사건 문서 등 `3공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달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박 대표가 홀로서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친 박정희'는 극복할 대상이었고, 결국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 문제 등의 정리를 통해 조금씩 그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 대표에게는 여전히 리더십의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강경보수적 대응과 과거사법에 대한 소극적 대응, 당명개정의 무리한 추진과 무산 등은 박 대표 리더십의 취약점을 보여준 사례가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로 당 내분사태가 격화되면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수도분할반대 투쟁위원회'가 박 대표의 사퇴를 요구, 박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작년 7.19 전당대회 이후 박 대표체제의 최대 지지세력이었던 소장,개혁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은 가장 비판적 세력으로 돌아설 정도로 박 대표의 리더십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박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아 이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위상에 걸맞은 정치적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고, 한나라당의 진로도 박 대표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도시법 처리를 둘러싼 당 내분사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고 내년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등 한나라당의 잠재적 `빅뱅' 가능성은 늘 잠복해 있다.
◆ 박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박대표는 미국방문을 마친 뒤 22일 오후 귀국했다. 취임후 첫 방미는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는 숙제들은 하나같이 간단치 않은 사안들이다. 박대표의 귀국을 기다렸다는 듯 행정도시법 반대파는 여전히 장외투쟁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가 정책정당을 만들겠다며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지난해 입당시킨 박세일 의원이 행정도시법 처리를 놓고 의원직을 던진 것이 그에게 상당 기간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13일간의 단식 농성을 벌인 전재희 의원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수도권 보수층과 멀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 측과 행정도시법 반대파간의 갈등 속에서 완충지대로 부상한 강재섭 원내대표와 맹형규 정책위의장,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 등 중도파와의 화학적 결합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 대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등장한 중도파는 “더 이상 지난해와 같은 당 운영은 안 된다”는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맹 의장과 임 원내수석부대표는 행정도시법 처리 과정에서 박 대표와 마찰을 빚었다.
4월 임시국회는 또다른 시험대다. 당내 비판세력들은 “여당 들러리나 서는 상생정치보다 선명한 야당”(김문수 의원)을 요구하고 있다. 임시국회는 박 대표가 방미중 보여준 전향적 자세를 시험하는 리트머스라는 측면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 대표는 방미 이후로 미뤄둔 당 지도체제 개편 마무리 등으로부터 취임 2년차를 맞을 전망이다. 하지만 보다 큰 그림을 구상중인 당 혁신위 등과의 마찰 가능성이 상존한다.
여기에다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박 대표와 함께 `빅3'로 불리는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당밖에서의 파상공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이런 당 안팎의 도전을 무난히 통과하고 `검증된 차기주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대표는 ‘박정희의 딸’에서 ‘정치인 박근혜’로의 변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서 박 대표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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