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봉은사 ‘외압설’ 휘말리면서 사면초가 직면...현재 침묵 일관, 상황 예의주시
외압설 사실로 규명될 경우 정치행보에 막대한 타격 예상, 당권·국회의장 도전 빨간불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정치행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외압설’로 불교계가 발칵 뒤집히면서 안 원내대표가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 여기에 안 대표를 향한 불교계의 맹공이 심화하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 등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외압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정황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안상수 VS 명진스님의 진실공방은 결과에 따라 6·2지방선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가 될 수 있다. 봉은사는 신도만 25만명에 달하는 거대 사찰이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에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봉은사 ‘외압설’을 둘러싼 진실 공방과 안 원내대표의 정치 행보를 살펴봤다.
안 원내대표가 봉은사 ‘외압설’에 휘말리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명진스님은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아침식사 자리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에게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둘 수 있겠냐’고 말한 것을 김영국 거사에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가 조계종에 압력을 행사해 봉은사가 직영사찰로 전환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 원내대표 측은 “어떤 압력도 행사한 일이 없으며, 당시 주지 스님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말하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조계종 총무원도 성명을 내고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은 조계종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며 “정치권 외압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영국 “명진스님말 모두 사실”
하지만 명진스님에게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한 김영국씨가 지난 3월 23일 오후 장충동 참여불교 재가연대 만해 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스님의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사건의 불씨는 더 커졌다.
김씨는 “그날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며 “앞으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집권여당의 고위 간부가 종단의 중요 스님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명진) 스님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원내대표의 발언이 ‘외압’으로 느낄 만한 정황이 있었냐는 질문에 “집권당 원내대표가 조계종 최고 어른인 총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해야 할 발언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또 “집권당 원내대표가 불교계의 대표적인 스님인 명진스님을 지목해 ‘좌파’ ‘운동권 스님’이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 원내대표가 확실히 입장을 발표해야지 부인한다고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봉은사는 최근 직영 전환을 놓고 종단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명진 스님의 발언은 봉은사 직영 전환 결정이 안상수 원내대표의 압력으로 이뤄졌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대해 안 원내대표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면서 “조계종 내부 분규에 나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원내대표인 내가 감히 신성한 종교단체인 조계종측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실제 어떠한 외압을 가한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조계종 측에 이 점에 대해 두 번이나 밝혔다”며 “이 점에 대해 앞으로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의 이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반 신도와 불교단체들이 봉은사에 대한 직영지정을 철회하고 정치권이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봉은사 신도들의 모임인 신도회는 지난 3월 25일 오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압에 당당히 대처하지 못하고 봉은사 신도 등과 소통 없이 졸속 추진된 봉은사에 대한 직영지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신도회는 또 부당한 외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봉은사 송진 신도회장은 “불교계의 분열과 내분을 조장하는 현 사태의 진상이 명백해진 만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불교계 사퇴압박’ 안상수, 정치행보 가시밭길
불교단체 역시 안 원내대표의 모든 공직 사퇴와 한나라당의 대국민사과, 자승 총무원장의 입장 발표, 총무원과 봉은사(주지 명진 스님)의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12개 불교계 단체들은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사무실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안 원내대표가 총무원장에게 명진 스님의 거취를 거론한 자체는 불교종단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불교를 능멸한 발언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안 원내대표의 사죄와 모든 공직 사퇴, 한나라당의 대국민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불교단체들은 26일 한나라당 당사를 항의 방문, 단체들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총무원장 스님께서도 당시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여불교재가연대(재가연대) 정웅기 사무총장 등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불교단체들은 이어 “총무원과 봉은사는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종단 차원에서도 사부대중의 뜻과 의견을 수렴해 중재를 통한 해결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봉은사 외압설에 휩싸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교계가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천승가회 등 12개 불교 승가 ·시민단체는 26일 한나라당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 단체는 전날 연석회의를 열고 안 원내대표의 공직사퇴와 한나라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안 원내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거취를 거론한 자체는 불교종단의 자주성을 훼손한 망언”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조계종이 지난 3월 25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조계종의 환경총괄기구인 대한불교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주경스님)는 이날 오후 “환경파괴, 생물종 사멸, 문화유산의 상실 등의 국가적 대재앙을 우려하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멀어져가는 국회의장과 당 대표의 꿈
이에 대해 친이계 한 의원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교계와 국민여론이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안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이어 터지는 사안들이 우리에게는 다 악재로 작용하는 이슈들”이라며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 70일 정도 남은 지방선거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파장이 이어질 경우 오는 5, 6월께 치러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안 원내대표의 당권도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각종 개혁과제를 뒷받침해야할 시점에 불교계와 트러블이 있는 당대표는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불교계와 척을 진 안 원내대표가 당대표가 된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 원내대표의 국회의장 도전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불교계의 반발이 커져가는 상황에 ‘안상수 국회의장’ 카드는 불교계와의 전쟁 선포와 다름 아닐 것이다.
국회의장은 집권여당의 의원총회에서 경선에 이어 국회 본회의 투표로 선출하지만 사실상 여권 핵심부가 낙점해왔다.
차기 국회의장은 6선의 박희태 전 대표가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4선의 안상수 원내대표도 강한 도전 의지를 갖고 있어 여권 핵심의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친박계의 6선 홍사덕 의원도 유력 후보다.
한나라당 친이계 일부에선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친이계 중진인 안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해 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여권 핵심이 그를 국회의장으로 낙점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 불교계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 원내대표의 공직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를 차기 국회의장으로 낙점할 경우 불교계는 자신들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좌파성향 판사가 개혁대상”, “좌파교육으로 아동성폭행범까지 발생”등의 발언에 이어 “강남 부자절 좌파주지”운운 등 그동안 힘을 쏟아온 ‘좌파 낙인찍기’가 이제는 안 원내대표 스스로의 발목을 옥죄고 있다.
여권 한 인사의 말처럼 청와대의 신임을 받으며 ‘친이계 핵심’ 역할을 120% 소화해 탄탄대로를 달리던 안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스스로 가시밭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