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1조원 사재출연, 거북이걸음... 왜?
정몽구 1조원 사재출연, 거북이걸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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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구도가 가장 큰 걸림돌?

현대자동차 그룹과 총수인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6년 4월19일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져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의 내용은 정몽구 회장 부자 사재 1조원 상당 환원, 윤리위원회 설치, 기획총괄본부 조직 축소 개편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과와 약속에도 불구 4년여가 지난 2010년 현재까지 정몽구 회장의 사재출연 소식은 간간히 들릴 뿐이다. 이에 본지는 정몽구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이 현재 잘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직접 짚어봤다.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그룹은 지난 2006년 4월19일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한다. 당시 이전갑 현대·기압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은 “모범을 보여야 할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비자금 의혹 수사 당시 약속… 대국민 사과문 발표로 이뤄져
해비치 재단에 1500억원 기부…약속한 1조원에 15%에 불과
일각, “후계구도와 연관” 분석…현대, “회사차원서 언급은 불가”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 ‘출두’

당시 이 부회장이 발표한 사과문의 핵심 내용은 정몽구 회장 부자 사재 1조원 상당의 사회환원이었다. 당시 정몽구 회장 역시 검찰에 소환됐을 때 “사재를 출연해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의 글로비스 주식 2250만주를 포함한 1조원 상당의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이후 2007년 2월5일 정몽구 회장은 3년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69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현대차 계열사에 21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실형 선고에 정몽구 회장 측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정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이행과 준법 경영을 주제로 2시간 이상 강연할 것, 국내 일간지와 경제전문잡지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각 1회 이상 기고할 것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이 ‘노역’의 형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후 정몽구 회장은 2008년 6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 받았고, 파기환송심에 대해 원하던 대로 집행유예 유예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상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사실상의 파기환송심의 선고가 확정됐다.

도의적 책임의 ‘사재출연’

이러한 확정 판결로 인해 당초 정몽구 회장이 약속한 1조원의 글로비스 주식을 통한 사재출연과 2심 재판부가 선고한 8400억원의 사재출연에 대해 법적 효력은 없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과 회사에 끼친 손해, 글로비스 주식의 편법 증여가 확인됐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재출연을 약속했기에 도의적 책임만이 따른다.


이러한 사재출연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현대차 그룹은 ‘해비치 재단’을 만들었다. 2007년 10월22일 탄생한 해비치 재단에 같은 해 11월20일 정 회장은 1차 기금으로 약 6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출연했다. 또한, 2차 기금으로 2008년 7월4일 주식을 출연해 300억원 상당의 기금을 출연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2월7일 글로비스 주식 출연으로 약 6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출연했다.


2006년 4월 사재출연 약속 후 지금까지 총 1500억원을 헌납한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4년이 지난 현재까지 1조원 중 약 15%만의 기금으로 출연됐다”고 지적하며 “사재 출연 약속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사회단체들은 “재판 중 사회공헌을 위해 사재출연을 언급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유도해 판결에 영향을 주는 행위였다는 평가가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하며 “판결을 통해 사회공헌 의무가 사라짐과 동시 약속을 잘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글로비스의 역할이 배경?

한편,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 주식 매각을 통한 사재출연이 더딘 배경에 대해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비스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어 향후 경영권승계에 있어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1195만4460주(31.88%)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이다. 또한 2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으로 현재 761만139주(20.29%)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52.07%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는 향후 현대차 기업 승계의 핵심사이다. 현재 현대차 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으로 후계구도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주식 인수가 핵심인데, 모비스는 현재 기아자동차가 16.88%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이다. 재계는 정의선 부회장이 기업을 승계받기 위해서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16.88%의 지분을 글로비스 주식을 통해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글로비스가 가진 현금이 부족해 모비스의 지분 매입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장남인 정의선 사장에게 기업을 이어주기 위해서 정몽구 회장 입장에서는 선뜻 글로비스의 주식을 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재계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정 회장이 약속한 사재출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만약 정 회장이 사재출연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정몽구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말 그대로 ‘사재’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사재 출연 계획 등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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