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합동조사결과 발표는 천안함 생존 승조원이 참석한 가운데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생존 장병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어 최원일(중령) 함장을 포함한 장교 몇 명만 나올지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은총 하사를 제외한 전원이 나왔다. 참석 장병 중 일부는 휠체어를 탄 상태였고 다른 환자들도 상당수 상반신이나 목 보호대, 깁스를 하거나 목발을 짚고 있었다.
이들은 겉보기에 큰 외상이 없었지만 모두 어두운 표정이어서 심적으로 괴로운 상태임을 짐작하게 했다. 특히 합동조사단 대변인 문병옥 해군준장이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설명할 때 일부 장병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가를 훔치거나 눈을 감기도 했다. 다음은 생존장병과의 일문일답 요지.
- 함장은 실종 장병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지.
= 최원일 함장 : 아직도 실종 장병들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으며 복귀신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 몇 시쯤 사고가 났는지와 사고 직전 상황을 설명해 달라.
= 작전관 박연수 대위 : 마지막으로 눈으로 확인한 시간은 함교에서 당직사관이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상에 21시 24분이었다. 사고 직전까지 정상 근무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었다고 언론에 보도되는데 당시 상황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상황이라는 용어 자체도 잘못된 것 같다.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 기관장 이채권 대위 : 부연설명하겠다. 사고 당시 기관장실에 있었는데 긴급 상황이었거나 상황에 대한 조짐이라도 있었다면 고속 추진을 위해 기관조종실에 가 있었을 것이다. 본인이 기관장실에 있었다는 것은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는 증거다.
- 사고 순간에 폭발음이 났다는데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 병기장 오성탁 상사 : 사고 순간 지하 2층 격실에 있었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떠오르고 정전이 됐다. 귀가 아플 정도로 폭발음이 났으며 펑 하는 순간 배가 90도로 기울었다.
- 화약냄새나 여타 폭발 징후는 없었나.
= 오 상사 : 병기장이라 누구보다 화약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화약이었다면 불이 나거나 냄새가 진동했을 텐데 화약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 후타실에 왜 5명의 장병이 있었는가.
= 오 상사 : 병기장이라 운동기구를 담당한다. 그 시간대면 항상 가 있었다. 후타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명은 항상 운동하는 인원들이었다.
- 침몰 직전 휴대폰으로 통화한 장병은 누구인가. 급하게 전화를 끊을 상황이 있었나.
= 전탐실 허순행 상사 : 21시 14분에서 18분까지 집사람, 딸과 통화했다. 개인적인 내용이다. 집사람이 현재 임신 중이다.
- 천안함 내부적으로 보수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됐나.
= 기관장 이 대위 :물이 샌다는 얘기는 함정 내부의 온도차 때문에 생기는 응결수가 떨어지는 것을 오해한 것이다. 함정 외부에서 물이 스며드는 상황은 없었다.
- 사건이 발생하고 다른 배가 올 때까지 1시간 정도 뭘 하고 기다렸나.
= 최 함장 : 최초로 함교에서 좌현으로 통로를 나왔다. 구조가 올 때까지 추워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장병들을 안정시키고 환자들이 먼저 구조될 수 있도록 인원관리를 했다. 갑판에 올라오니 함미 쪽이 안 보였고 환자와 대원들이 갑판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 물기둥을 못 봤다는데 쿵 소리 이후 특이 상황을 목격하신 분이 있는가.
= 전탐장 김수길 상사 : 쿵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나와 전탐실로 가려는데 3초 후 꽝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우는 느낌이 났다. 소화 호스를 타고 5~7분 걸려 탈출해 외부로 나왔는데 함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기둥 이야기가 나오는데 함정은 야간이 되면 등화관제를 한다. 다들 문을 닫고 있어 밖으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물기둥을 볼 수 없었다.
- 암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 조타장 김병남 상사 : 배가 암초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사주·뻘에 걸리면 출렁거린다. 외부 충격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