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의장국 위상 걸 맞는 한은 새로운 역사 열어 나가자”
“G20의장국 위상 걸 맞는 한은 새로운 역사 열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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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

김 총재, “한은 독립성 지키면서도 금융 안정 위해 정부와 정책 긴밀히 협조 강조”
靑, 김 총재 풍부한 실무 경험과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한은의 공공성·투명성 기대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일 임기 4년의 중앙은행 수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금융위기가 끝나고 경제가 정상화되는 변곡점에서 중앙은행을 이끌게 된 김 총재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경제회복 지원과 출구전략, 중앙은행 독립성과 정부정책 협조 등 현안 하나하나마다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하는 사실상 ‘샌드위치’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대응과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혀왔다. 때문에 김 총재의 낙점 배경에는 정부와 한은의 거시정책공조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재도 취임사에서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면서 무거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G20 의장국 위상에 걸맞는 한국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 나가자”며 한은의 권위를 대내외적으로 높여 국격 향상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한은 독립성 확보와 위상 강화”

김 총재는 이어 “한은의 권위를 세우는 데 일조하겠다”며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ㆍ영국 등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진정한 우리의 경쟁자란 생각을 갖고 이들이 자국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에 뒤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안정과 관련, “정부, 감독당국과의 정책과의 정책협조를 긴밀히 하는데 적극 노력하자”고 언급했다.

김 총재가 유독 강조한 것은 한은의 ‘권위’와 ‘중앙은행의 국제경쟁력’이다.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G20 의장국 위상에 맞는 새로운 한은의 모습을 갖추자는 뜻이다. 그는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금융 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책 협조를 긴밀히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재는 내정 직후 “물가와 성장이 상충될 때 최종 판단은 대통령이 하는 것” “중앙은행의독립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이날 그런 시각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중앙은행은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고 중립성 자율성 자주성을 갖고 있다”며 “이것은 훼손될 수 없는 중앙은행의 가치이며, 이를 지키기 못하고서는 결코 우리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누구나 한국은행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융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관련되는 제반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야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은행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직원들에게는 금융위기 이전의 사고와 관행, 조직운영을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체질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내부혁신과 조직개편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출구전략 늦어질 듯”

국제 공조도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풀기 쉽지 않은 난제도 있다. 시중에 많이 풀린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가계부채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총재가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이미 신중한 접근을 밝힌데다 금통위도 지난 7일 임기가 만료되는 심훈 위원의 후임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는 등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은 이미 김 총재가 금리인상을 하반기 이후로 늦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 후 기자회견에서 김 총재가 세계 중앙은행과의 공조와 협력을 중요시하는 발언을 거듭하자 장중 채권 금리가 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채권 딜러는 “이날 취임사는 대부분 예상했던 수준이었다”며 “특히 국제 공조를 강조한 부분이 금리인상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크게 부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판매신용 포함)는 734조원에 달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3%나 돼 미국(129%)보다 높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홍범 경상대 교수(사회대 학장)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금리를 올리거나 최소한 시그널이라도 보내야 한다”며 “한두 달 안에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이후 시장은 한은이 아니라 정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최적의 출구전략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박사는 “김 총재는 출구전략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제시해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출구전략 시행 이후에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김 총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덧붙였다.

“시장과의 소통이 관건”

이처럼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며 시장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장과의 소통’이다. 김 총재도 취임사에서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과 인식의 차이를 적절하게 메워주어야 하며, 시의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해 경제주체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되 전달과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첫 시험대는 지난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향후 김 총재의 금융통화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14개월째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김 총재로선 상당히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총재 자신이 갖고 있는 통화정책의 철학과 확신이겠지만, 이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어떻게 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한국은행 수장에 오르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총재는 1947년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는 197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한림대 총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뒤 주 OECD 대사직을 수행해왔다.

이어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을 맡아 한국의 OECD 가입에 크게 기여했다. 초대 OECD 담당 공사를 역임했다. 박사학위를 미국(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받았고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에는 경제부총리 특별보좌관과 조세연구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KDI 원장으로 발탁돼 3년간 국책 연구소를 이끌면서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합리적 시장주의 이끈다!

김 총재는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로 유명하다. 또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OECD 대사직을 수행함으로써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총재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한은의 독립성 후퇴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김 총재 인선 당시 “김 내정자는 학계, 관계 등을 거쳐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륜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OECD 대사로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나있어 한국은행의 업무수행에 있어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올해 G20 의장국으로 G20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주도하고 국제금융개혁 어젠다를 선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OECD 대사를 지내면서 국제적인 경험과 안목을 쌓아 최근 글로벌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G20 정상회의 관련 각종 국제금융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하는 등 G20 정상회의의 아젠다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대응과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혀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엔 환율관리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고, 윤증현 장관 때는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급기야 허경욱 재정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열석해 발언권을 행사하기까지 이르렀다. 법률에 명시된 권리이긴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막기위한 특단의 조치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한은 노조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이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한 한국은행 총재의 자질은 정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김 총재가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적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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