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상조 사태 후폭풍
보람상조 사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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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례 서비스 시장 ’폭풍 전야‘

연간 6조 원 대에 이르는 국내 장례 서비스 시장에 거대한 돌풍이 몰아닥칠 조짐이다. 지각 변동의 진원지는 바로 업계 1위인 보람상조. 최근 보람상조는 회장 일가의 비자금 사건으로 계약자들의 해지 요구가 속출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강한 조직과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 계열사 및 공제회가 속속 상조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 1위 보람상조, 계약자들 해지 요구로 ‘흔들흔들’
자본금 1억원 미만 업체 63%… 퇴출업체 속출할 듯
자본 앞세운 대기업·공제회 군침…‘블루오션’으로 각광
에스원·롯데·교직원공제회 등 장례서비스 시장 진출 검토


최근 보람상조 대표 일가의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뒤 이 회사 부회장인 최모 씨가 지난 4월1일 구속됐다. 또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 특수부는 법인과 개인 계좌에서 160여억 원을 인출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최모 회장도 강제송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존 상조업체 ‘퇴출 공포’

이렇게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75만 명에 이르는 보람상조 가입 회원들의 불안감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원은 해약을 강력하게 요청하거나 아예 자동이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람상조는 회사의 앞날에 대한 문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본사와 지점 고객센터 모두 하루 종일 전화가 불통인 상황이라 사실 상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보람상조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되어 온 고질적인 상조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특히 보람상조 사태 이후 상조업 관련 소비자 상담이 하루 60~80건으로 증가하는 등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최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처리결과 현황’에 따르면 상조업체와 관련된 구제신청은 2006년 81건에서 2008년 234건, 지난해 374건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구제신청 중 23건은 ‘처리 불능’으로 처리됐음이 밝혀졌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상조업체가 폐업이나 도산해버려 피해 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상조업체 등록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상조서비스 가입자는 현재 약 270만 명으로 정당한 계약해지를 거절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요건을 강화한다면 상조 업체가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추지 못할 경우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281개의 상조업체 중 자본금 1억 원 미만인 곳은 176개사(62.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3억 원 미만도 59개사(21.0%)다. 상조법이 강력하게 시행되면 83.6%인 235개사는 자본금을 확충하지 않는 한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


이와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장 조사와 직권 조사를 동시에 추진하는 등 업계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4월14일 공정위는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400여개 전체 상조회사에 대해 5월까지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제출이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상조업체들의 고객 불입금과 회원 수, 자본금, 자산과 부채 등이 공정위의 중점 조사대상이다. 5월부터 석 달 동안은 법위반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간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업체의 법위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50명의 전담 소비자모니터요원을 지난달 말부터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상조업체들이 자산, 고객환급 의무액, 불입금 관리방법 등을 홈페이지, 계약서 등에 표시하는지 집중적으로 감시하게 된다.

삼성·롯데 등 눈독...공제회도 ‘솔깃’

이렇게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대기업들이 상조업에 전격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 개정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신규시장 진출로 상조업계 전체에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최근 삼성그룹의 보안전문 계열사인 에스원은 사업 목적에 ‘분묘 분양, 장례서비스업’을 추가하며 상조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향후 미래 산업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 입장으로서는, 연간 6조원 규모의 장례 서비스 업계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짭짤한 ‘블루 오션’으로 파악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에스원 측은 상조업 진출을 내심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삼성그룹 임직원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삼성서울병원 등 계열사와 협력한다면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계산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삼성은 장례 서비스를 생명보험업 및 병원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삼성생명 및 삼성의료원과 힘을 합치면 ‘패키지 상품’ 구성이 가능하여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여기에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에 필요한 ‘실탄’을 현재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장례시장 진출을 시도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애초에 작년 상반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던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사업을 추진하던 임원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표면적으로는 사업 진출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롯데그룹도 장례 서비스시장 진출 가능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만 장례 서비스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도 지난해 9월 상조 브랜드 ‘더케이라이프’를 설립했으며, 올해 초에는 상조 브랜드 ‘예다함’을 본격적으로 출범시켰다. 예다함은 자본금만 해도 500억 원에 이르러 국내 최대 규모의 상조업체로 우뚝 섰다. 예다함은 영업을 개시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가입 2만 건을 돌파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또한 현재 61만여 명의 교직원공제회 회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돌입 했다.


교직원공제회의 성공적인 상조업 진출을 계기로 군인공제회를 비롯한 다른 공제회들도 상조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제회는 최대 수십만 명에 달하는 회원 네트워크가 강력한 메리트로 꼽히는 만큼, 상조시장 진출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공제회 계열의 상조사는 무엇보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고 영업망 구축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보람상조를 중심으로 한 기존 업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의 실망과 불신이 나날이 커져가는 현실이다.

대기업 및 공제회가 제대로 된 규모로 장례 서비스 시장에 무서운 ‘핵폭풍’을 일으키면 업계 판도는 하루아침에 천지개벽할 수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공세로 지역 시장 및 슈퍼의 씨가 말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상조업계도 본의 아니게 ‘퇴출’ 위기를 겪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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