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Hi Car, Hi Life”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현대해상보험(회장 정몽윤)이 보험금 지급을 두고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해상보험 가입자 A씨가 자동차사고를 내 김진우(가명)씨 소유의 컨테이너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피해자 김씨는 “사고이후 현대해상이 3600만원을 지급한다 해놓고서 돌연 민사조정을 내, 1060만원으로 깎았고 그것도 모자라 보험사기로 형사고발해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반면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에 관한 돈은 결국 보험가입자들이 낸 돈이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며 “피해자가 과다청구를 한 것인지 정확한 피해조사를 위해 수사의뢰 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피해자 김씨 “양계장 사무실 파손 등 피해봤는데 형사고발까지”분통
보소연, “보험사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느낌. 금감원 감사 요청”
2009년 12월9일 새벽 5시경 전남 영광 묘량면에서 현대해상보험가입자가 탄 차량이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김진우씨(가명)의 양계장 사무실 겸 숙소인 컨테이너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를 형사고발해
김진우씨에 따르면 손해사정사가 조사에 착수한 결과 컨테이너파손, 백신(약품)파손, 계란선별기, 집기비품파손 등 그 피해액만 400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물 금액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백신으로 사정금액만도 약 2000만원이었다.
김씨는 “양계장을 운영하는지라 기금티푸스를 예방하고자 냉장보관 되던 고가의 백신이 냉장고가 파손되면서 다 쏟아진 것이다”며 “때문에 손해사정사가 피해수량을 확인해보고, 백신거래처 원장, 세금계산서 등을 확인한 결과 피해금액이 40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상금에 대해 처음에 합의할 때만 해도(1월4일) 현대해상측은 3600만원을 주기로 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이틀 뒤(1월6일) 갑자기 현대해상은 민사조정을 신청했고 1060만원만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더 황당한 것은 저를 보험사기로 몰면서 엄벌에 처해달라며 형사고발했던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만약 그 당시 사고 때)저희 부부가 컨테이너에 있었다면 큰 중상을 입거나 자식들은 졸지에 고아가 되었을 텐데, 기계 백신 등이 망가져 정작 수 천 만원의 피해를 입은 사람한테 보험사기라니요?” 이렇게 말하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형사고발 건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묻자, 이에 김씨는 “지금은 무혐의처리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서 김씨는 “백신 주사를 맞지 못해 닭들은 죽어가고, 저희 역시 집을 잃어 수개월 째 모텔에서 전전하며 일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고 피부병까지 생겨 (5월27일)재판하는 대로 현대해상이 주면 주는 대로 다 포기하고 싶다”고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민사조정 안 돼 본안소송으로
기자가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을 찾아가자 해당 관계자는 현대해상처럼 이렇게 횡포가 심한 보험사는 보기 드물다며 운을 뗀 뒤, 피해자 김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22일이라고 전했다.
보소연 관계자는 “원래 손해사정보고서가 들어간 날로부터 보험사는 10일 이내에 답변을 주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피해자 김씨가 지난해 12월31일에 제출했으니 현대해상 측에서 늦어도 1월10일까지는 서면답변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피해자 측에서 보낸 보상금액청구에 이견이 있을 경우 해당 보험사에서도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답변을 보내 서로 타협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현대해상이 이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보소연 관계자는 “김씨의 사건이 민사조정으로 넘어가자, 판사가 2600만원으로 합의하라고 했지만 현대해상은 1060만원만 주겠다고 고집하고 있다”며 “결국 현재는 본안소송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서 “특히 현대해상은 경찰에다 ‘(김씨가)청구한 피해물에 대하여 인정할 수가 없으며 도덕적 수준을 넘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판단이 되어 (김씨의)위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벌하여 주시기를 간청한다’고까지 해 피해자를 마치 범죄자인양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해상이 고발한 것은 피해자 김씨만이 아니었다. 보소연 관계자에 따르면 자신까지 문서유출건으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보소연 관계자는 “보험사의 횡포가 너무 심해 이번 건을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한 적이 있다”며 “이를 알게 된 현대해상에서 자신들이 피해자를 형사고발한 내용의 문건을 어떻게 보소연이 입수해 금감원에 제출했냐고, 불법문건유출이라면서 저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보소연 관계자는 무혐의처리를 받은 상태다.
현대해상 “피해자가 과다청구했는지 조사하기위해 취한 조치”해명
현대해상 “피해금액 입증되면 바로 지급, 피해자 협조 안 해”억울
현대해상 “증거를 대라”
이에 대해 현대해상측은 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서에 진정서를 낸 것은 김진우씨를 사기꾼으로 내몬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이번 건에 대한 조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진정서를 낸 것뿐 보소연이 왜곡되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에 관한 돈은 결국 보험가입자들이 낸 돈이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며 “피해자가 과다청구를 한 것인지 정확한 피해조사를 위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운전자의 100%과실이라 사람이 다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적 피해만 증명이 되면, 일원의 여지없이 보상금액을 주는 것이다”며 “문제는 피해자가 증거물인 백신을 소각해버렸다고 말해, 백신피해액이 정말 (피해자 주장대로)2000만원인지 그에 대한 확실한 입증여부는 알 길이 없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서 “피해자가 손해사정서에 제시한 (전체 피해금액인)4000만원을 받고자하면 조사과정에서 협조를 해줘야 하는데, 파손되었다는 말만 할 뿐 제대로 된 협조를 안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현대해상측은 피해자가 보상팀과 구두로 합의했다는 3600만원에 대한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오히려 사고당시 피해자 입에서 1000만원정도 예상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는데, 그 금액이 어떻게 4000만원으로 올라갔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초기에 조사한 대로 1060만원을 제시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에 피해자 김씨는 “사고가 났을 때는 보상팀이 오지 않고 현대해상에서 보낸 수리업자만 왔는데, 피해액을 물어보길래 자세히 파악 못하고 1000만원정도 예상된다고 했다”며 “근데 손해사정사를 의뢰해 조사해보니 그 피해액이 상당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수리업자가 백신을 소각하라 해서 소각한 것뿐인데 그것이 소송을 당해야만 하는 이유에 해당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보소연관계자 역시 기자에게 관련 서류와 사진을 보여주며 “사고 당시의 사진에는 상당수의 백신이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앞서 잠깐 언급된 손해사정서 청구항목 중 백신에 대한 항목을 재 언급 해봐도 ‘백신은 냉장고가 파손되며 그 충격으로 다 쏟아진 상태였으며 피해수량을 확인함’이라고 쓰여 있다”며 “손해사정서에 의하면 ‘백신 거래처원장, 거래카드, 거래명세서, 세금 계산서 확인하고 첨부함’이라고 나와있다”설명했다.
아울러 보소연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확인절차와 과정들이 담긴 자료가 있는데도 피해자가 협조를 안 했다고 본다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간 끌기 작전?
P보험사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많이 쓰는 방법 중 시간끌기가 있다“며 ”피해자가 지쳐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피해자 김씨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며 하소연했고, 이렇게 고소까지 당해가며 고생하느니, 어차피 소송해봤자 그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며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보소연관계자는 “힘없고 돈 없는 약자가 계속 피해를 받는 현실이다. 피해자가 아무리 힘들고 하더라도 힘내가지고 끝까지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현대해상은 보험금 과다 청구했다고 보험 사기범으로 몰고, 보험금을 과소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무슨 땡처리 회사도 아니고, 4000만원 줄 것을 1000만원으로 준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보험회사가 손해율 올라가는데 기여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현대해상이 경찰서를 정말 좋아하는지, 소송건수가 많다. 이런 회사는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며 “금감원에 특별감사요청을 했는데 더 이상 이런 식의 횡포를 눈감아줄 수 없는 만큼 공정한 감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헙업계 4위를 달리는 현대해상과 피해자 김씨의 본안소송은 5월 27일에 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