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중재 나서며 광폭행보
정세균vs정동영의 민주당 역학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
야권 초미의 관심사인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강원도 칩거생활을 정리하고 정계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 손 전 대표는 4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재 정국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복귀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어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민주당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와 연쇄 회동을 갖고, 최근 결렬된 경기지사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의했다. 또, 두 후보와의 회동 이후 정세균 당 대표와의 만남을 이어 나가 정치적 광폭행보를 보여줬다. 야권의 분위기가 침체된 현재 시점에서 손 전대표의 행보가 새로운 국면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정치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선거의 황태자’로 불리는 손 전 대표의 가세로 민주당 진영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손 전 대표의 복귀 조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4월 19일을 맞아 올린 선언문에서 예견 됐었다. 그는 선언문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에게 주문하는 것은 명확하다”며 “이 정부의 무자비한 질주를 견제하고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고 민심을 해석했다.
손학규 ‘경기도 야권연대’ 불씨 살렸다
이어 “그러나 지금 야권은 작은 이익 앞에 ‘야권 대연합으로 희망의 정치를 만들겠다’는 대의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며 “국민과 국가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 정치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믿고 정치를 맡기겠는가?”며 한탄했다.
손 전 대표는 “야권대연합의 길을 반드시 만들어 나가야 하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나 역시 몸을 사리지 않겠다”고 선언해 정계에 복귀할 것을 은근히 내비쳤다.
손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무산된 야권 단일화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도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만큼 손 전 대표가 칩거를 깨고 이제 전면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2일 전면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손 전 대표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경기도의 야당후보들이었다. 손 전 대표는 경기도 야권 연대의 최대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회동을 가졌다. 야권은 현재 경기도에서 경선 방식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중재해서 야권연대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손 전 대표가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손 전 대표가 과거 경기도 지사를 지냈던 경험이 있고 선거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경기도 야권 단일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전 대표는 이날 낮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만나 2시간 동안 얘기를 나눈 데 이어 김진표 민주당 후보도 만났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경기지사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을 보고 안타까워 유 후보에게 만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손 전 대표는 유 후보를 만나 경선 방식의 문제점과 현재 상황의 애로점에 대해 들었으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중재안을 내놓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손 전 대표는 유 후보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단일화 열망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유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강한 것이 희망의 단초”라고 전했다. 손 전 대표는 이후 김 후보와 만나서도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김 후보가 “경기도 야권 단일화가 진행되기 위해선 서로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하자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대화를 끝낸 뒤 기자들에게 “단일화의 의지를 김 후보와 공유했다.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표측 관계자 역시 “추후 회동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후보단일화 의지에 대해서는 3명 다 공감한 것 같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거침없는 광폭행보로 야권진영 새로운 국면 맞아
손 전 대표의 행보는 두 후보와의 만남으로 그치지 않았다. 손 전 대표는 발 빠르게 움직여 26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정 대표와는 지난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회동한 지 7개월 만에 만나게 됐다.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회동은 손 전 대표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손 전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에 나선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만난 것도 역시 본인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에 나섰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정 대표를 만난 손 전 대표는 “경기지사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관건”이라며 "야권의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를 위해 정 대표가 적극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손 전 대표의 적극적인 부탁에 정 대표는 “민주당은 최선을 다하겠다, 단일화 성사를 위해 손 전 대표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진표, 유시민 후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야권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며 “어느 한명이 후보가 되더라도 후보가 되지 않은 쪽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야만 경기도민의 민심을 얻어 선거에서 야당을 밀어줄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 전 대표가 정 대표를 만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작년 재보선의 사례를 들어 손 전 대표가 선대본부장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 대표는 손 전 대표와의 만남에서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도 고생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의 승리를 위해 손 전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의 조력을 구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전병헌 의원도 “특유의 뚝심과 원칙으로 고비마다 지리멸렬한 야권의 중요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손학규 상임고문은 민주당의 외연을 넓히는데 공헌을 해오고 있는 새로운 자산”이라며 당을 위해 활동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 같은 당 안팎의 부탁에 손 전 대표는 “일단은 경기지역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경기도의 야권단일화가 충족되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손 전 대표가 경기지역 단일화에 힘을 쓰고 있는 만큼 일이 잘 성사 된다면 선거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수포로 돌아간다면 복귀 명분을 잃을 수도 있어 고민스러운 처지이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의 한 측근 역시 “경기지사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어 질 수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한편 이런 우려 속에서도 손 전 대표의 중재로 경기도에서의 야권 단일화는 살아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이견으로 파탄까지 갔던 야권 단일화 협상이 재개 된 것이다. 비록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꺼져갔던 불씨를 다시 살렸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모 정치전문가는 여권에 비해 그동안 야권에서의 중심인물이 부족했던 만큼 이번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고 손 전 대표가 선거에서 힘을 써준다면 새로운 흥행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활동 재개?
정계에선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손 전 대표가 다시 활발한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동안 칩거 생활이 길었던 만큼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에 성공 한다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도 잠정적인 대선 주자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데 성공한다면 당의 핵심 세력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에 대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 자신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백의종군 할 것이고, 선거 이후에는 정치 전면에 복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 전 대표가 최근에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며 “기대에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 역시 “지방선거 전에 당 내에서 역할을 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손 전 대표 같은 분의 역할이 없으면 민주당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선거가 끝나면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대권을 준비하기 우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많은 인사들이 손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 반대의 입장도 보이고 있다.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가 민주당 내 역학 구도를 변화시켜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재보선 이후 칩거에 들어가면서 손 전 대표가 딱히 당을 위해 해온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행보와 결과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정세균 대표와의 관계도 이상없는 것으로 밝혀져 그간 공천문제를 두고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불화설도 깔끔하게 털어버렸다. 이 같은 불화설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타 야당에 공천을 양보하려 했던 기초단체들 중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손 전 대표를 도왔던 인사들이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곳이 포함되면서 손 전 대표가 서운해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이번 정치 행보로 내적인 불안요소들을 상당부분 해소했지만 아직까지 외적인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지방선거 결과이다.
특히 손 전 대표가 선거 위원장을 맡을 경우 실패의 부담감은 두 배로 돌아오게 됐다. 당의 패배 책임을 손 전 대표가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승리로 장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명분과 이점이 많지만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아 그의 고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권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정동영 의원이 선거에 거는 부담이 적다는 것도 걸리는 부분이다. 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손 전 대표는 큰 타격을 입지만 정 의원 측은 정 대표와 대립하고 있는 만큼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속에서 정치권은 손 전 대표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민주당의 역학구도를 주시하면서도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