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떠나 함께 일할 때 진정한 화합 이뤄질 것”
“계파 떠나 함께 일할 때 진정한 화합 이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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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원내대표 사실상 확정,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김무성, 차기 원내대표로 추대...세종시·개헌 등 MB정부 후반기 국정 돌파구 될까
친이-친박 화합 기대, ‘김무성 대세론’...그러나 박근혜 침묵, 두 사람 결별에 종지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 4월 26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친박계 진영을 이끌면서 좌장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입장과 전혀 다른 세종시 중재안을 공식 제안하면서 ‘세종시 해법’을 둘러싼 파열음이 증폭됐었다. 그런 그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 하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당내 계파간 ‘화합’을 이끌어낸 뒤 지방선거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종시 수정문제와 개헌 등의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과제를 돌파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김 의원이 어느 정도 역할을 감당해 낼지 관심이 쏠리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친박 좌장’꼬리표를 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 4월 26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친이’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도전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공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은 지 1년 만이다.

김무성 “계파 벽 허물것”

김 의원은 “이제 과거는 그만 잊자. 저부터 먼저 모든 것을 잊고 미래만 이야기하겠다”며 “용서와 화해, 통합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왜소하게 비치고 있는 정치를 통큰 정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양보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계파갈등과 관련 “친이, 친박, 주류, 비주류, 언제까지 이런 것들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느냐”며 “주류건 비주류건 열린 가슴으로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래야 중요한 정책 결정도 계파의 입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에 계파가 장애물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계파를 떠나 함께 어울려 일할 때 진정한 화합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다면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 또 적당히 성공한다고 해서 다음 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느냐”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 재창출이며, 우리 모두 사심을 버리고 공적인 사명감 앞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 의원은 최근 ‘세종시 수정안’ 지지 입장을 밝힌 후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친이계가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이같은 처지를 두고 그는 “‘지금 원내대표를 맡는 것은 독배를 받는 것’이라고 조언을 주시더라”며 “위기에 처한 당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설령 독배라 해도 받는 용기가 저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주류인 친이계는 대체로 김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출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기류다. 4선 중진인 김 의원이 세종시 문제 등을 둘러싸고 박근혜 전 대표와 사이가 멀어졌지만,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던 만큼 집권 3년차인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이계 핵심에선 “이미 다 정리됐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김무성 추대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정두언 의원이 이날 한 언론과 통화에서 “당내 화합, 국정과제의 힘 있는 추진, 야당과의 원활한 협상을 위해선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적합하다”고 힘을 싣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친이 주류측은 김 의원을 앞세워 외면적으로라도 당내 계파간 ‘화합’을 이끌어낸 뒤 지방선거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종시 수정문제와 개헌 등의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과제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이다.

친이측, 당내화합 기대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의 무게추는 이미 김 의원에게 쏠렸다. 청와대와 친이 주류가 주도해서 사실상 ‘옹립’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친이계 정의화·안경률 의원, 중립 성향의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게 방증이다.
출마를 고려했던 친이계 고흥길 의원은 김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지난 4월 22일 출마를 선언한 친이계 이병석 의원도 중도포기 가능성이 나온다.

여권 핵심부가 ‘김무성 카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한때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린 위상과 상징성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세종시 수정안, 개헌 등 인화성 강한 현안의 처리를 염두에 둔 여권 주류로선 친박계와의 소통·협의가 절실한데,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김무성 원내대표’의 성공 여부는 결국 친박계에 달렸다는 얘기도 된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상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씀드리지 않았다. 친박 의원 중 많은 분들이 찬성하고 있다. 그렇게 (반대)하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그러나 “청와대가 만들어낸 ‘김무성 원내대표’는 친박계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전도가 밝지만은 않다는 신호다.

친박계내에선 대체로 김 의원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의 출마 소식을 전해들은 친박계에선 김 의원이 친이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직에 도전하는 정치 행보는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론이 주류를 이뤘다.

당장 “친박계를 분열시키는 행위”, “자기만의 성공을 위해 정치적 동지들을 배신한 것 아니냐” 등의 불쾌감이 역력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박계는 특히 김 의원이 세종시 수정문제에 있어 친이계와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 강한 반발심을 갖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친이계가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미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세종시를 처리하는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적 절차’를 강조한 김 의원의 노력으로 세종시 수정안이나 절충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은 차기 대선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이는 한나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동고동락했던 같은 당 김 의원이 이날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 전 대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할 말 없다”고만 했다. 일부에선 “김 의원은 이번 선택으로 완전히 저쪽으로 갔다”며 불쾌해한다.

金-朴 각자의 길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으며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 그는 화끈하고 선이 굵은 스타일이다. 80년대 중반 상도동에 합류,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시작으로 청와대 민정2비서관·사정비서관을 역임하며 문민정부 실세로 꼽혔던 인물이다. 1994년에는 최연소 내무부 차관에 발탁돼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김 의원은 이명박정부 개각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친박(親朴)계 포용작전의 일환이었지만 차관을 지내며 익힌 실무 능력과 여의도에서 습득한 정치 감각을 높이 평가받았다.

본인도 어느 정도 의지를 보였으나 박근혜 전 대표가 탐탁치 않아 해 뜻을 접은 것은 정설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당 주류가 화합 차원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설득했을 때도 박 전 대표의 반대로 고사했다.
보통 김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사이가 틀어진 시기를 ‘원내대표 불발’ 직후로 여기지만 불화는 2008년 18대 총선 때부터 예견됐다.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 의원은 낙천했다.

부산에서만 내리 3선에 성공한 중진 의원이 당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 말대로 “살아서 돌아”왔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박 바람’을 일으키며 보란 듯이 당선됐다.

김 의원과 박 전 대표는 판이한 정치 스타일로 종종 삐그덕 대면서도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돌이켜보면 두 사람 사이 균열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수면 위로 부상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위한 정치’가 아닌 ‘박 전 대표와 함께 하는 정치’를 원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2인자’로 정치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박 전 대표와 정치철학이 다른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 의원은 세종시 원안고수파인 박 전 대표와 “세종시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라며 “박 전 대표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고 나는 정책으로 대하는 것의 차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정치적 배수진을 친 세종시 정국에서 김 의원과의 절연(絶緣)을 감수했고, 두 사람의 냉랭한 관계는 이제 결별로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김 의원은 앞으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인 ‘협상과 타협’을 내걸고 세종시 문제에서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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