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간 반도체 기술유출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또 다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초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이 최대 경쟁업체인 하이닉스로 유출돼 한 차례 큰 파장을 가져왔다. 당시 삼성의 반도체 기술은 ‘AMK코리아’라는 외국계 반도체 생산 장비 업체의 직원들이 6년간 삼성 반도체 공장을 출입하며 국가핵심기술 40건을 포함한 중요기술 95건을 빼내 하이닉스로 유출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직원 4명이 입건되고, AMK코리아 부사장 등 5명과 하이닉스 제조본부장 등 5명이 검찰에 입건됐다. 이후 이 사건은 현재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법정공방에서 역시 AMK코리아와 하이닉스 측은 “기술 유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을 기소한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에 검찰은 현재 법원에 사건의 진위여부를 밝히기 위해 ‘현장 검증’을 제시해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 기술 빼내 경쟁사 하이닉스에 넘긴 장비업체 검찰에 ‘덜미’
해외 출장까지 동행해 직원 노트북서 기술 빼낸 것으로 알려져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지난 2월4일 반도체 기술유출 혐의로 세계최대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의 한국 지사인 AMK코리아의 부사장 등 5명을 입건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자사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내준 혐의로 삼성 반도체의 직원 4명과 AMK코리아로부터 기술을 받은 하이닉스 제조본부장 등 5명을 입건했다.
‘친분’에 ‘철옹성’이 와르르~
동부지검과 업계 등에 따르면 AMK코리아가 삼성 반도체로부터 빼낸 기술은 국가핵심기술 40여건을 포함해 총 95건의 기술이 외부로 세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빠져나간 삼성 반도체의 기술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9건이 삼성 반도체의 최대 경쟁업체인 하이닉스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AMK코리아 직원들은 ‘철옹성’ 같은 삼성의 반도체 공장을 ‘친분’을 이용해 뚫었다.
특히 AMK코리아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제조 업체로 삼성 반도체가 최대 고객 중 한 곳으로 거의 독점적으로 삼성 반도체에 장비를 공급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검찰에 기소된 AMK코리아 직원들은 장비의 설치와 수리, 관리 등을 이유로 수시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손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이후 AMK코리아 직원들은 삼성 반도체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갈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AMK코리아 직원들은 영업기밀이 담긴 자료를 몰래 가지고 나오거나, 친분이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해외 출장에도 삼성 반도체 직원들과 동행해 기술을 빼내 온 것으로 검찰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AMK코리아 직원들은 해외 출장에서 삼성 반도체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직원들의 노트북에서 USB메모리칩 등을 이용해 기술을 빼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前직원에게 ‘역공’당하기도…
한편, 검찰의 수사결과 이러한 ‘사상 최대의 반도체 기술 유출 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반도체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삼성의 기술이 하이닉스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던져줌과 함께 여기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업체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업계는 철저한 기밀 단속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핵심 기술이 해외 장비 업체를 통해 유출됐고, 해외 업체로도 기술이 갔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짤막한 논평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속내는 부글부글 끊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하이닉스 측은 “일부 직원들의 비공식 학습조직의 정보수집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검찰이 유출됐다고 지적한 구리 공정도 그 전에 자체 개발을 마쳤다”며 “유출 기술은 우리 공정과 맞지 않아 활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술 유출의 매개가 된 장비 업체 AMK코리아가 수집한 정보 중 하이닉스의 정보도 포함돼 있어 이 부분도 수사해 달라고 도리어 검찰에 청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현재 AMK코리아를 퇴사한 직원들이 장비 설계도 등을 빼내 회사를 차려 부당한 이익을 벌인 전 AMK코리아 직원을 상대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2월초 AMK코리아 직원 3~4명이 반도체 장비 설계도 등 내부 핵심 기술 자료를 빼돌린 뒤 동종업체를 설립해 영업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장비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로 2008년 무렵 AMK코리아의 화학증착장비 등 반도체 제조장비 설계도면과 핵심 부품의 제작도를 유출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렇게 설립한 회사를 통해 이들은 삼성전자 등 여러 반도체 회사에 장비 납품 등의 의사를 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기술을 빼내 동종업계를 차린 배경은 AMK코리아의 독점적 지위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AMK코리아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업체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고가의 장비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 업체에게 장비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은 동종업체를 차려 같은 수준의 장비를 저가에 공급할 경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아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AMK, “기술유출 아니다”며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中
검찰, ‘현장검증 제시’…재판에 중대 영향 미칠 지 업계관심 ‘집중’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당시 검찰은 이들이 기술을 유출했다는 진술은 확보했으나, 유출 당시 기술 보안이 허술했다는 정황이 나오면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그간의 법원 판례를 고려해 AMK의 기술보안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유출했다 VS 안했다”
현재까지 삼성 반도체와 하이닉스 간의 법정공방은 3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현재까지 진행된 법정공방에서 검찰 측은 “AMK코리아가 삼성 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경쟁사인 하이닉스 측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동부지법에서 있었던 3차 공판에서 검찰은 “AMK사가 삼성전자의 라인설비 배치도, 투자검토자료, 개발정보, 공정 레시피 등 핵심 정보를 하이닉스에 조직적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MK코리아가 반도체 장비회사인데 왜 제조공정이 필요한가”라며 “설비 구매과정에서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는 정보까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산업기술유출방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80나노 이하의 D램, 70나노 이하의 낸드플래시 관련 설계 등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기술을 유출 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AMK코리아와 하이닉스의 주장은 다르다. AMK코리아 측은 “정보 공유는 좀 더 좋은 장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의사는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한 하이닉스 측 역시 “조직적으로 가담한 바가 없으며 삼성의 제조공정은 하이닉스 공정과 달라 적용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열린 첫 공판에서도 AMK코리아와 하이닉스는 ‘기술 유출’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AMK코리아 변호인단은 “20여년 간 삼성에 납품하며 자연스럽게 양사 직원들이 교류하게 된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은 장비 업체와 제조업체간의 협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며 삼성의 영업비밀 역시 AMK코리아의 경험으로도 추정이 가능한 것들”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하이닉스 변호인단 역시 “공판의 쟁점인 구리배선 공정은 하이닉스가 이미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공정을 완성했으며 양산체제에 돌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AMK코리아와 하이닉스가 강하게 반발하자 검찰은 지난 23일 법원에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사건을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업무 진해과정을 지켜보고 업무에 필요한 정보공유였는지 여부에 대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검증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 삼성 반도체 공정을 찾아 협력사 직원들이 어떠한 경로로 출입하게 되며 주로 어떤 업무에서 활동을 하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 측의 현장검증 요청에 대해서도 삼성 반도체와 하이닉스 측의 입장을 명확하게 대비됐다.
삼성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면 반도체 공장을 공개해 현장검증에 임할 것”이라고 삼성 측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하이닉스 측은 현장검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하이닉스 측 관계자는 “그때 당시와 작업환경 등이 바뀌었고, 보안 사안 등이 변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장검증으로 사건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실제 업무에 관여하는 실무자들이 아닌 반도체 공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없는 변호인들만 현장검증에 대해 참관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현장검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대해 피력했다.
한편, 검찰이 제시한 현장 검증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뤄지는 것이라 하이닉스의 반대되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사상 최대의 반도체 기술유출 파문이 ‘현장 검증’까지 이뤄질지 여부와 ‘현장 검증’이 법원의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