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동거’ 열풍이 일고 있다. 이제 혼전동거는 드라마 속 쉬쉬하던 소재에서 벗어나 우리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미혼 남녀의 혼전 동거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심지어 대학가 근처엔 동거족을 위한 맞춤형 원룸텔이 늘고 있다. 과거의 결혼을 전제로 하거나, 사랑을 위한 동거의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동거의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무분별하게 퍼지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키는 혼전동거 실태를 취재해봤다.
대학생, “생활비 줄여보자”… 일반인, “결혼 부담감 벗어 나볼까”
성윤리 추락·낙태·미혼모·결혼인구 감소 등 사회적 문제 야기
대학가를 중심으로 동거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와 달리 동거의 이유 자체가 현실적이다. 대학생들의 경우 하늘 높이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함이 주된 이유였다. 24살 전모군은 "제 친구는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면 방값이랑 생활비라도 줄 것 같다고 동거를 시작했다가 결국엔 대학도 포기했다"며 안타가워 했다.
그 외에 객지 생활의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나누기 위해, 호기심,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전혀 모르는 남녀가 만나 룸메이트의 개념으로 동거를 하기도 한다. 현재 동거 관련한 사이트만 해도 수 십개이며, 포털 사이트에는 ‘동거남녀[룸메이트]’ 등 천개 이상의 카페가 개설되어 있다.
사랑 때문에 동거한다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혼전동거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여성 김모씨(27)는 “동거란거 자체가 남녀가 서로 잘 맞아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므로 이것도 하나의 사회문화로 인정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직 여성 양모씨(31)도 “결혼 보다 동거가 사회활동을 하는데 편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경제적인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여성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는것이다. 여성의 경우 육아와 집안일, 시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남성 역시 가장으로서의 부담감과 책임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동거를 선호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결혼정보업체 (주)웨딩스쿨이 전국회원 미혼남녀 720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하여 ‘신(新) 살아보고 결혼하자’는 설문조사 결과 혼전 동거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전체 63%, 총 454명 (남 260명, 여 194명)을 차지하였고 반대한다는 의견이 37%, 총266명 (남 120명, 여 146명)으로 확인됐다.
(주)웨딩스쿨 이명자 대표는 “우리나라의 사회가 이전 보수적인 사회에서 개방적으로 많이 변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개방하여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동거는 찬성하지만 내 배후자는 안돼
동거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겉과 속은 다르게 나타났다. 모순되게도 찬성하는 많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막상 자신의 배우자가 동거 경험이 있을 경우 결혼을 꺼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혼전동거는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과도기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혼전동거가 사회적 구조를 어지럽히며, 무책임한 성관계는 성윤리를 추락시키고 낙태와 미혼모의 증가, 결혼의 신성함을 퇴색시켜 결혼인구를 감소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동거문제는 혼인과 약혼, 사실혼 등과 달리 남녀문제로 분류하고 있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요즘 젊은이들이 동거를 결혼과 동일 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로 동거인은 그저 한 집에 거주하는 남남일 뿐”이라며 “이 때문에 동거인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가사사건이 아닌 형사 및 민사사건으로 처리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거중인 남성 [미니인터뷰]
“동거를 하는데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현재 동거 중인 김석진(가명, 31) 남성을 만났다. 그는 “동거를 하면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받아들여 하는데 이 과정에서 초반에는 싸움이 일기도 했지만, 큰 배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거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동거에 관한 실상을 직접 들어봤다.
Q) 동거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없나?
A) 동거를 시작할 때 사실 성적인 만족감을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살아보니 달랐다. 남자가 생각하는 성과 여자가 생각하는 성의 차이점이 있다. 그런 것들로 인한 트러블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히 풀어 나갈 수 있다.
Q)주위에 동거를 한다고 하면 추천 할 것인가?
A)남녀 간에 서로 잘 맞고 사랑한다면 동거할 수 있다. 결혼 전 동거를 해보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동거 자체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하진 않다. 연애와 동거가 다른 것처럼 동거와 결혼은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막상 동거하다 결혼을 해도 헤어진 경우가 많다는 통계자료를 봤다.
대학시절 동거를 했던 여성 [미니인터뷰]
“3년 동거하고 헤어졌어요”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현재 동거중인 남성 뿐만 아니라 약 3년여간 동거를 했다 헤어진 장혜진(가명, 28)씨를 만났다. 그녀는 “늘 함께하고 싶고, 어차피 둘 다 집이 멀어 기숙사생활 할 바엔 같이 지내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합리적이라 생각 했어요”라며 입을 열었다. 본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여자로서 동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A)결국 성적인 것들로 인해 동거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사귀면서 자는 거랑 동거 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시간의 길고 짧음의 차이일 뿐이다. 아직 학생이고 사고 치면 안되기 때문에 피임도 철저히 하고 조심했다. 성관계에 관한 트러블도 있었지만 타협해나갔다.
Q)부모님은 알고 있나? 지금 새로 생긴 남자친구에게는 말했는가?
A)부모님께는 동거사실을 비밀로 했다. 솔직히 결혼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닌데 걱정하실 게 뻔하다. 헤어지면 더 그렇다, 설사 결혼까지 한다 하더라도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지식하다. 그 사람과 헤어지고 지금 만나는 사람에겐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부분도 감싸줄 수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나도 미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