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세종시 놓고 민심잡기 치열, 자유선진당 선전 기대
영남은 한나라당-호남은 민주당, 전통적 강세지역 이번에도...
6·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와 각 당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지사 선거의 판세는 한나라당 우세 9곳, 민주당 우세 3곳, 자유선진당 우세 2곳, 백중세 1곳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남은 기간 동안 판세가 바뀔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나라당은 현재 수도권의 경기·인천을 비롯해 경상도 5곳(부산·울산·대구·경남·북)과 강원·충북에서 여론조사 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이 9곳에서 모두 이기고 서울과 백중으로 분류되는 제주까지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여당 승리’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민주당이 확실한 우세를 보이는 지역은 광주와 전남·북이다. 민주당은 서울·경기·인천, 충남·북 등에서 당장은 여론조사에서 뒤지지만 막판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충남과 대전에서 앞서고 있다.
서울시장은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바로미터로서 여야의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장 대결 구도는 재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곽영운 전 대한통운 사장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로 기사회생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의 대결로 압축됐다. 지난 3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이 펼쳐진 가운데 정치권의 예상대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앞서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대결에서 파란을 일으킨 나경원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게 되면서 민선지방선거 최초로 서울시장 재선 도전에 성공하게 됐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與우세
한명숙 전 총리도 지난 6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이계안 후보를 완벽히 누르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노풍을 앞세워 오 후보와의 전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장 여야 후보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 후보가 한 후보 보다 지지율이 앞선 상태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24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8.5%의 오 시장이 36.6%의 한 전 총리를 11.9%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당 자체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오 시장과 한 전 총리의 격차는 불과 6%포인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여당 후보 10%포인트 디스카운트 효과를 반영, 누가 우위를 점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승부 관건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으며 ‘한명숙 바람’을 일으킨 한 후보가 상승세를 어느 정도 이어가고, 현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한 오 시장이 자신의 지지율을 지켜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린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야권 민주당 김진표 후보,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보다 지지율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만큼, 만약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김문수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간 양자 구도로 그려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경기지사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3자 대결 시 김 지사의 지지율은 40%를 웃도는 반면, 김진표, 유시민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5% 안팎으로 나타났다. 양자 대결의 경우에도 그 격차가 좁혀지기는 하지만 10%포인트 정도 김 지사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막강 후보다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야권 후보 둘 중 어느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든 현직 프리미엄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경기지사 선거 관전 포인트라고 전망했다.
인천에선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과 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경인일보와 OBS, 경기방송이 지난달 25∼26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상수 36.9%, 송영길 31.0%로, 안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워 5.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김성진 후보(2.6%)와 송 의원 등의 야권 단일화가 성사 될 경우, 안 시장과 송 의원의 대결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 될 가능성이 크다.
충청권-자유선진당 우세
먼저 충남지사 선거에선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전 지사가 빠진 가운데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 민주당 안희정 후보,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10% 대를 유지하는 등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세종시로 촉발된 논란의 중심지인 만큼 세종시 민심의 향배가 표심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세종시 수정안에 소극적 지지의사를 표시한 반면, 안희정, 박상돈 후보는 원안 고수로 맞서고 있다. 이는 사실상 세종시 원안-수정안 바로미터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선거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전에 세종시 원안대로 추진이 사실상 확정될 경우, 정부의 수정안 철회를 요구했던 이완구 전 충남지사의 선거 출마 여부에 따라 이 지역 선거 판도에 변화가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전의 경우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와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 간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가 예상된 가운데 민주당 김원웅 전 의원의 추격전이 이뤄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염 전 시장이 30% 중반대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과 김 의원이 20% 중반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단 염 후보가 초반 기선을 잡고 있지만 2006년 선거에서 계속 1위를 달리다가 박성효 현 시장에게 막판에 역전패를 당한 바 있어 이번에도 섣불리 속단하기 어렵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박근혜 전 대표의 적극적인 선거지원을 고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대표의 말 한마디로 박 현 시장의 막판 뒤집기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충남과 대전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에서는 한나라당 정우택 지사가 현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민주당 이시종 의원을 앞서고 있다.
중부매일이 지난달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지사는 42.5%, 이 후보는 36.2%로 6.3%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3.4% 지지율을 기록한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와 이시종 의원 간 후보 단일화를 성사, 이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정 지사의 승리를 그리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시종 후보를 밀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영향력 역시 충북지사 선거 판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 못 할 부분이기도 하다.
영남권-한나라당 우위 그러나 노풍이 변수
부산, 대구, 경북, 경남 등 영남권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세지역으로서 단연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독주 속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건 야권의 연대와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노풍(盧風)이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풍’몰이가 최대 관건인 경남지사 선거에선 현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이자 ‘MB맨’인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참여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리틀 노무현’으로 인식된 무소속 김두관 후보와의 혈전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경남신문과 경남리서치가 지난 3월31일 조사한 두 전직 장관의 대결에서는 이달곤 37.3%, 김두관 31.2% 등으로 나타나면서 이 전 장관이 오차범위 내 우세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경남 김해시 봉하 마을에 영면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5월23)가 코앞으로 다가 오면서 노풍의 세기가 돌풍으로 돌변할 경우, 김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야권 단일화 역시 김 후보에게 상당한 뒷받침이 된다는 점도 어느 영남지역과 달리 백중지세의 흥미로운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남을 제외한 부산, 대구, 울산, 경남은 한나라당 소속 현역 시.도지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야권의 추격전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선거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부산일보와 부산MBC의 지난달 10∼11일 지지도 조사결과 허남시 현 시장이 35.5%, 민주당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9.3%,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두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는 허 시장(35.2%)과 김 전 장관(23.3%)의 격차는 11.9%포인트로 줄었지만 격차를 바짝 줄일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야권은 허 시장의 지지도가 35%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부동층이라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김범일 현 대구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 등이 뛰어든 상태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울산의 경우도 박맹우 현 울산시장(50%이상)이 야권 단일화 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과 격차를 벌리면서 야권 후보가 박 시장의 지지율 뛰어넘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호남권-민주당 텃밭
한나라당의 표 텃밭이 영남권이라면 반대로 호남권은 민주당의 싹쓸이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눈에 띄는 건 여권과의 대결구도가 아닌 야권 후보 난립 현상으로 막판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광주의 경우 지난 달 경선을 거쳐 강운태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선정됐으나, 석패한 이용섭 의원과 정동채 전 의원이 ‘불법 여론조사’를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주류 대 비주류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노무현맨’으로 불리는 국민참여당 이병완 후보와 무소속 정찬용 후보가 극적 단일화로 민주당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나라당은 ‘MB맨’인 정용화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앞세워 적극공략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의 역주를 막기는 힘겨워 보인다. 광주KBS와 전남일보의 지난달 3∼4일 여론조사 결과 강운태 28.4%, 이용섭 18.1%, 정동채 16.6%, 이병완 7.9%, 정찬용 2.6%, 정용화 1.9% 등 민주당 후보들이 일제히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은 일부 예비후보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기는 했으나, 전남지사 후보로 박준영 지사를, 전북지사 후보로 김완주 지사로 확정했다. 특히 전북에선 한나라당은 전략공천으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영입, 여권의 승전보를 기대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한나라당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평화민주당 김경재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박 지사가 민주당 예비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30∼40%의 지지율로 ‘1강(强)’을 유지한 만큼 독주가 예상된다.
강원-제주, 한나라당 우세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여 온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온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의 대결이 초미 관심사다.
강원 도내 5개 언론사가 지난달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계진 38.2%, 이광재 23.6%로 조사된 가운데 이계진 의원이 앞서나가고 있다.
특히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여야 대결을 넘어 이계진 의원이 원주고 9회 출신으로, 27회인 이광재 의원의 고교 선배라는 점에서 고교 동문 간 맞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이광재 의원 측은 강원도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선거운동 개시일 전까지 역전의 목표를 세워놓고 있고, 이계진 의원은 강원특별자치도 실현을 통한 강원 백년대계를 내세워 선두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제주는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무소속 우근민 후보와 민주당 고희범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다.
인터넷매체인 ‘미디어제주’와 ‘이슈제주’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명관 38.1%, 우근민 26.0%, 고희범 11.6% 등으로 현 후보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때 제주시장 유력 후보였던 우근민 후보의 민주당 탈당 여파가 한나라당에 기우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우 후보가 민주당 고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 될 경우, 판세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