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국정원에 파견나간 장군’이라 속여 6년동안 같이 산 동거녀와 ‘A향우회모임’으로부터 12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철저히 장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기관리를 하며 동거녀까지 감쪽같이 속인 손모씨가 결국 쇠고랑을 찬 것이다. 동거녀와 피해자들은 손씨의 완벽한 사기행각에 검거되는 날까지도 그를 철썩 같이 신뢰했다. 이에 본지가 사건의 전모를 취재하여 어떻게 감쪽같이 피해자들을 속일 수 있었는지 파헤쳐봤다.
'국정원 간부'라고 속여 동거녀에게 11억 갈취하려다 감옥행
완벽한 장군위장위해, 전문 서적 들여다 놓고 비밀요원 행각도
지난 4월28일 손모(48)씨의 6년간의 거짓된 노력이 세상에 탄로 났다.
서울 중랑 경찰서는 손씨에 대해 현역 육군 장군과 국가정보원 간부를 사칭해 6년간 4명으로부터 12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상습사기)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손씨가 3일 검찰에 송치되는 날까지도 거짓을 말했다며 “그는 입만 열면 모든 것이 거짓이다.”고 했다.
손씨의 거짓은 6년전인 2004년 8월경으로 올라간다.
6년간의 사랑이 거짓?
손씨는 인터넷 61년생들의 ‘소띠 모임’을 통해 김모(48)씨를 알게됐다. 그는 김씨가 남편과 사별한 사실을 알고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손씨는 그녀와의 만남에서 일정한 직업이 없었지만 “자신은 국정원에 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결혼을 하지 않아 독신으로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손씨는 그녀의 마음을 얻는데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치밀한 계획대로 움직이며 천천히 다가갔다.
손씨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직접 접근을 하지 않고 ‘소띠 모임’에서 그녀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지인을 먼저 포섭했다. 그녀의 친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해 시간을 두고 만나는 횟수를 늘려갔다.
손씨는 그녀의 남편이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을 알아내고 자신도 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며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제 3의 인물을 이용하기도 했다. 손씨는 제 3의 인물이 보내는 것처럼 하고 그녀에게 수 백통의 메일을 보내며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그렇게 서서히 손씨는 그녀의 마음을 열었고 호감을 느끼게 된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말했다. 이에 대해 손씨는 자신도 같은 처지였다면서 크게 공감을 표하고 자신이 해결해주겠다며 그녀와의 동질감을 형성해 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의 진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손씨에게 의지하며 더욱 친밀해졌다. 그러나 이를 시작으로 손씨는 본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손씨는 그녀에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속여 가로챘다.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르고 항상 다정하고 매너 있게 행동하는 손씨와 동거를 하며 손씨를 믿고 의지했다. 그녀에게 강한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 손씨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손씨는 국가안보와 기밀사항을 다루는 듯한 전문서적을 아파트에 들여다 놓고 비밀요원인 듯 행동했다.
손씨는 그녀의 자녀들에게도 잘했다. 그녀의 교원인 딸 역시도 점잖고 박식하며 따뜻해 보이는 손씨에게 속아 엄마와 손씨의 관계를 축복했다.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자녀들에게 까지 신뢰를 받고 인정받은 손씨는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냈다.
손씨는 용인시에 임야를 구매한다며 1억5000만원을 비롯하여 백화점 상가 투자 명목으로 3억7000만원, 은평 뉴타운 투자 명목으로 1억8000만원 등 투자명목으로 2010년 4월초까지 수십회에 걸쳐 11억 상당을 빼돌렸다.
손씨는 투자할 곳으로 데리고 가서 보여주며 서류를 위조해 그녀의 믿음을 샀다.그녀는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손씨를 믿고 빚을 얻어가며 투자했다. 그녀는 손씨에 ‘ㅊ승용차’를 선물 하는 등 강한 신뢰감으로 손씨를 지원했다. 경찰은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밥만 먹어도 영광?
손씨는 지난2007년 범행 대상을 더 물색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출신지역을 이용하여 07년 3월초부터 중랑구 거주 자신과 같은 고향 출신자들의 친목도모인 ‘A향우회’에 회원으로 활동했다.
손씨는 김씨에게 했던 것처럼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접근해 나갔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친해지며 신뢰를 형성했다. 손씨는 ‘A향우회’에 자신을 장교로 소개를 하고 가입을 한 후 모임에 자주 오지 않고 얼굴을 알리는 정도로만 활동을 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9월 범행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모임에 활발히 참석했다. 손씨는 회원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국방부 소속 육군준장이며 현재 국정원에 파견근무중이다”라고 사칭했다.
이를 믿게 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군용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군복과 준장 계급장, 군화’등을 구입하여 이를 착용한 상태에서 동거녀 김씨가 선물한 승용차에 기사를 대동하고 다니며 ‘A향우회’모임에 참석했다.
손씨는 장군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전방에서 보내준 특산물이다”면서 더덕 등과 장군벨트, 대령급 착용 야전용 상의 점퍼, 장군 방한용 내피를 선물하며 범행이전에 동향의 회원으로 신뢰를 쌓아 의심하지 않게 만들었다.
손씨는 향후회원이라는 동질감을 형성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업소단속에 대한 민원해결과 군납업체 선정로비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할 대상자를 물색했다.
손씨는 09년 9월 노래방 주류판매 건으로 경찰에 단속된 우모(여,당44)씨에게 접근 하여 “자신의 친구가 북부지검에 근무하는데 우선 식사를 하여야 하니 돈을 입금하라”는 등의 방법으로 30만원을 가로챈 것을 비롯하여 2010년 3월 중순경까지 검사선물비, 노래방단속 무마 및 업종변경 등과 관련 총 10회에 걸쳐 1718만원을 가로챘다.
손씨의 범행 대상자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씨는 지난 1월 초순 용마산역 부근에서 이모씨와 주모씨 등 3명이 만난 자리에서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보급장교를 잘 알고 있다. 군부대에 ‘ㅍ막걸리’ 및 ‘ㄱ막걸리’를 납품하게 해주겠다. 기존 거래업자에게 보상문제로 돈이 필요하다”고 속여 이씨에게 1260만원과 350만원 등 2회에 걸쳐 1610만원을 자신이 지정한 은행계좌로 입금받아 가로챘다.
손씨는 지난 4월7일 노원구청 부근의 식당에서 주씨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군납업체 선정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이에 대한 대가로 2회에 걸쳐 1220만원을 편취했다.
손씨는 이렇듯 회원들의 의심을 피하고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 09년 10월 중순경 서점에서 ‘장군의 리더쉽’을 구입 탐독하는 등 장군의 행동 및 생활에 대해 연구하며 치밀하게 행동했다.
손씨는 최대한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점잔하게 행동하며 자세는 부동자세를 유지하면서 항상 곧게 하여 누가 봐도 장군같이 행세했다. 평상시에 국방부에서 파견된 국정원 소속 장군으로 검사·경찰과 상당한 친분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등 이중생활을 하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다.
동향 향우회원들은 손씨와 식사라도 한 끼 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 할 정도로 손씨를 따르고 신뢰했다. 피해자들은 손씨의 완벽한 사기행각에 속아 손씨가 검거되는 날까지도 끝까지 믿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모든 것이 거짓으로 밝혀져 피해자들은 절망했다. 경찰은 “손씨로 인해 생긴 빚 때문에 매우 힘들어하는 피해자를 보면 안타깝다”며 “피해자중 일부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싶다’고 까지 했다”고 전했다.
손씨는 경찰에 국방부 소속 준장으로 행세를 하게 된 동기로 육군사관학교에 관심이 많아 1979년도에 응시를 하였다가 불합격 된 바 있으며, 입학시험 동기들이 지난 2009년에 장군으로 진급한 사람이 있어 회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별 1개가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고 했지만 조회결과 거짓으로 밝혀졌다.
손씨는 또한 ‘ㅇ대학교’를 나왔다고 했으나 고졸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손씨가 조사를 받는 중에도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했다”며 “실제 피해액은 알려진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