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0위권에 속한 중견기업 일진그룹이 후계구도에 있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설이 증권가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일진그룹에 대한 투자분석을 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일진그룹의 후계자 경영권 구도에 대해 “허진규 회장이 지주회사인 전기관련 등의 주력계열사를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사장에게 물려주는 중이라면, 차남인 허재명 일진소재산업 사장에게는 소재부문과 생명공학 등 일진디스플레이를 비롯한 IT분야를 물려 줄 것으로 예상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아직도 정정하신 마당에 후계구도 관련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소문이고 모순이다”면서도 “먼 미래의 일이니까 알 수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허진규 회장과 둘째딸 송은씨가 계열사인 일진레저에 농지를 무상으로 증여하며 골프장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배경과 관련해 “비영농인 승은씨가 어떻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었나”, “세금문제 때문에 증여한 것 아니냐”는 등의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소유과정에 대한 부분은 10여년 전의 얘기라서 알 수가 없고 그 시절 관계하던 사람들도 있을 리 없다”며 “추측해서 답변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닌데, 대체 누가 그런 의혹을 제기하느냐”고 물어왔다. 이어 “무상증여한 부분은 결손회사인 일진레저를 살리기 위해 적법한 법적절차에 의해 증여한 부분인데,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초고속 승진가도 달려온 두 아들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가족이 직접 경영에 나서고 있는 회사는 총4개사다. 장남 허정석씨는 일진홀딩스 사장으로, 차남인 허재명씨는 일진소재산업 사장으로, 첫째사위인 김하철씨는 일진반도체 사장으로, 둘째 사위 김윤동씨는 일진자동차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중에서 허 회장의 두 아들은 그간 초고속 승진레이스를 밟아왔다.
허 회장은 2006년 각각 일진전기 부사장과 일진소재산업 전무로 장남과 차남을 승진시켰으며 1년 뒤인 2007년에도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또 한 번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후 허 회장은 2008년 4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일진홀딩스의 사장 자리에 장남을 앉혔으며, 올해 1월에는 차남인 허재명 일진소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두 아들의 지분율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허진규 회장이 일진전기, 일진홀딩스, 일진디스플레 등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허정석 사장은 2010년 5월 기준 일진홀딩스 지분 29%를 획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고, 허재명 사장은 일진소재산업 지분의 84.5%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허재명 사장의 경우는 2008년 일진소재산업 지분 51.82%를 획득하고 있던 것에서 2010년에는 84.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누구에게로?
증시 관계자들로부터 일진그룹의 후계구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차남에 대한 승진 소식과 일진소재산업의 2011년 상장계획 소식이 들려오면서 부터다.
장남인 허정석 사장은 일진홀딩스를 비롯한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전기 등 그룹의 기존 전기 분야에 대한 주력사업을, 동생인 허재명 사장에게는 일진소재산업을 비롯해 그룹 내 핵심 IT계열사인 일진디스플레이 등의 소재부문과 생명공학 관련 신규 사업을 물려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아들의 영영정리에 대한 밑그림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그러나 일진그룹 관계자는 관련 소문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아직도 회사경영을 하시며 정정하신데, 그런 것이 정해졌겠느냐”고 반문하며 일진디스플레이가 원래 장남에게 관장되려다가 차남에게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원래 디스플레이가 다이아몬드사업부로 시작해서 성장한 것인데, 그런 얘기는 들은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IT계열 쪽도 일진홀딩스와 같은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다른 이들이)추측했다고 해서 추측으로 답할 수 있냐”며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살을 붙여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게, 어떻게 해서 이런 소문이 나왔는지 (그런 경우가 없는데)모르겠다”며 “단정 지어서 얘기하면 회장님은 정정하시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먼 미래의 이야기니까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와 함께 두 아들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 너무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후계구도를 (그런 식으로)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허 회장이 소유한 상당수의 일진디스플레이 지분율을 차남에게 물려주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대해서도 “정해진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혹시 세금 때문에?
한편 허진규 회장과 둘째딸 송은씨가 계열사인 일진레저에 농지를 무상으로 증여하며 골프장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배경과 관련해 토지매입부터 증여까지 의혹에 휩싸이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과 승은씨가 경기도 용인 쪽의 농지를 일진레저에 무상증여한 것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답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보면 비영농인 승은씨가 어떻게 까다로운 농지법에 규정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었는지 이다. 더욱이 서류상으로 보면 2001년 농지를 소유한 이후에야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선후차성 문제가 뒤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일진그룹 관계자는 “10여 년 전의 일이고 관련자도 없는 만큼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의혹으로는 2007년 7월 설립당시만 해도 상호가 일진DSP였던 일진레저가 평판디스플레이어를 생산하는 분야에서 어떻게 골프장 개발 쪽으로 변경된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일진관계자는 “싱글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일진디스플레이에서 떨어져 나온 일진DSP는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등의 사업성 결여로 인해 더 이상의 사업을 진행시킬 수 없었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설립한지 두 달 밖에 안 된 시기인 2007년 9월 일진DSP가 용인시청에 골프장 개발 신청을 한 것으로 볼 때, 사업성 결여라고 판단하기엔 그 시기가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의문을 가하고 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오래전에부터 근무한 것이 아니라서 알 수가 없다”며 “법대로 무상증여한 것이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무상증여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대체 누가 그런 의혹을 제기하느냐”며 물어왔다.
한편 일진레저가 일진디스플레이의 평택 땅을 210억원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생산설비증비를 위해서 구입한 것”이라고 전하며 “일진레저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없고, 관련 관계자 연락처도 모른다”고 답해왔다.
이처럼 일진그룹이 후계구도 본격화에 대한 소문을 전면 부인한 것을 비롯해 오너일가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은 일진레저의 골프장 개발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도 “모른다”로 일축하고 있어, 관련 소문과 의혹들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증권가와 재계의 촉각을 집중시키고 있다.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진그룹은 1967년 전기부품 생산업체인 일진전기공업으로 출발한 이래, 1982년 일진그룹으로 도약한 국내 대표 부품, 소재 전문기업이다. 일진그룹은 지주회사인 (주)일진홀딩스를 비롯해, 일진전기, 일진 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등 상장사를 두고 있으며 일진유니스코, 일진레저, 일진네트웍스, 일진반도체, 전주방송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