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도체공장 백혈병 논란
삼성전자반도체공장 백혈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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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의혹에, 삼성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무관” 되풀이

삼성전자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판정을 받은 20대 여직원이 또 다시 나옴으로써 지난 2~3년간 불명확한 의문으로 남았던 ‘반도체 백혈병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여직원은 사무직원으로 보면 된다”며 “한 달에 30분정도 약사들이 걸치는 가운 같은 것을 입고서 실험실에 들어간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시민단체 반올림 관계자는 “해당 여직원은 상당기간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쓰러진 것이다”며 “지난 3월에는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박지연씨가 백혈병으로 고인이 되었고, 최근까지 파악된 총 피해자만 30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재여부를 떠나서 자기네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은 직원들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반문하며 “그런데도 삼성은 반올림단체랑 연락하지 않는 조건 등 입막음용으로 치료비전액부담을 내세우기도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반도체관계자는 “복지규정에 등에 따라 치료비를 부담할 뿐”이라며 “치료비전액부담여부는 확인시켜드릴 수 없지만, 해당 여직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거의 부담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달 반도체 작업환경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조사시기와 구성위원 등 세부사항은 정해진바가 없어 말씀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반올림에 따르면 백혈병에 걸린 해당 여직원 가족은 현재 언론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시 백혈병 판정

삼성반도체 백혈병 논란이 다시금 불거진 것은 2003년부터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일해 온 김모(20대?여)씨가 지난 5월9일부터 서울소재병원에서 백혈병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음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는 지난 3월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한 박지연씨의 사망이후 언론에 드러난 첫 사례다.
삼성전자반도체 관계자는 항암치료중인 김씨에 대해 “2003년부터 근무한 해당여직원은 실험실에서 불량 처리된 반도체 제품 테스트 업무를 맡아왔던 것 뿐”이라며 “이는 방진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닌, 약사들이 걸치는 가운 같은 것을 입는 수준의 가벼운 업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험실에서 근무한 것은 극히 짧았다”며 “한 달에 30분 정도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2007년 이후 사무실에서 자료 분석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사무직원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업무의 연관성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울림) 관계자는 “그것은 삼성에서 말하는 것일 뿐이다”며 “피해자는 삼성전자반도체에 6~7년 정도 근무한 사람이고 사무실에서 자료를 보는 분이라기보다는 생산직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반도체 측은 현재 복지규정 등에 따라 백혈병 투병 중인 해당 여직원의 치료비를 부담할 계획이다. 이에 반올림 관계자는 “저희도 삼성이 전액 지원해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믿을 곳이 못 된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김씨와 가족의 경우는 언론노출을 꺼려해서 만나볼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고인이 된 박지연씨 경우, 치료비가 어떻게 제시되었는지에 대해 예를 들었다. 반올림 관계자는 “돌아가신 박지연씨 경우 2007년도 9월부터 투병을 시작했지만 저희가 안 것은 그 해 12월이었다”며 “그때까지 삼성은 약간 모금해놓고 잘 와보지도 않아서 그쪽 어머니가 대단히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저희가 백혈병 피해자가 있다고 세상에 알리니까 갑자기 삼성이 박지연씨에게 굉장히 잘해주면서 ‘반올림단체를 만나지 말고, 산재신청도 하지 말라, 그러면 치료비전액을 대 주겠다’고 했다”며 “이에 가족들이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하자, 삼성 측에서 박지연씨 어머니에게 ‘앞으로는 어떤 보상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지연씨의 어머니가 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후회를 하기 시작하자, 반올림은 당시 삼성전자반도체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고 나중에는 삼성 측에서 박지연씨에 대한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반도체 관계자는 “시시비비를 떠나 복지규정에 따라 치료비를 부담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반올림 홈페이지에 제보 잇따라

그간 삼성전자반도체는 “이미 두 차례의 역학조사를 벌였다”며 “그 결과 반도체 작업공정과 백혈병 발병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파악됐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잇따른 백혈병 의심 환자가 이어짐에 따라 반도체 백혈병 논란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다.
반올림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보에 따르면 백혈병에 걸린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삼성전자반도체 전 직원의 가족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올려놓기도 했다.
기흥공장에 다녔다는 한 여성은 “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 4라인 C조 이모(남성?30대)씨 2001년에 백혈병에 걸려 그해 사망했다”고 제보했는가 하면, 한 아들은 “삼성에서 10년 넘게 근무하시던 아버지가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고 전했다.
또 “동생이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4~5년 근무했었는데 이후 빈혈기가 심해서 병원을 가보니 백혈병 판정을 받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등 피해 가족의 제보 등이 잇따랐다.
한 제보자는 삼성전자반도체 반도체사업부에서 근무한 자신의 체험담을 통해 “생산라인에 들어가자마자 20~30분 사이 현기증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며 “밤에 잘 때는 온몸이 가려워 잠을 이루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직업병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며 “이 나라 최고의 흑자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반도체에서 일하다 퇴사하고 나서 백혈병 등 희귀질병에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산업전사로서 충분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이상 희생이 없도록 힘을 모아 사실규명을 해야 할 때”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삼성, 재조사 방침 표명

피해자 가족들은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반도체 측은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 안전성에 대해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제보와 논란이 잇따르자 지난달 삼성은 기흥반도체사업장에서 생산라인을 언론에 공개함은 물론, 작업환경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발표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관계자는 “의혹을 해소키 위해서 조사할 방침이다”면서도 “재조사를 벌이기 위해 내부조율 중에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에서 백혈병이 자주 나오는 것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섞어서 사용 하는 등의 발암물질의 노출, 안전보호조치의 미비, 빨리 빨리 생산하는 것을 추구하며 노동 강도를 너무 세게 책정하는 등 때문이다”며 “현재까지 삼성이 표명하는 것은 기존의 증거들을 은폐하고 백혈병 관련 치료비를 조건으로 한 입막음과 진실은폐 등인데, 그것이 삼성에 결코 도움이 안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월13일 기자회견을 연 이하 반울림은 “고 박지연씨 사연이 알려진 이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한 전현직 8명의 환자가 추가로 지인 등을 통해 백혈병과 림프종 등의 발병 사실을 제보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반도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총 30명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투병중인 5명의 산재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반올림 관계자는 “여태까지 산재신청해서 승인받은 건수는 한명도 없는 상황이다”며 “이번에 새로 신청한 다섯 분들의 경우는 위로금조차도 아예 받지 못한 분들도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까지 산재신청을 한 이는 모두 12명으로 늘어났다”며 “이 중에서 2007년 숨진 황유미씨 등 6명은 불승인 처분을 받은 뒤 행정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고, 2007년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씨는 불승인 처분을 재고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공단에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오는 5월18일 박지연씨 49재를 맞아 서울 강남구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반도체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이 산업재해로 인한 질병인지 아니면, 개인에 국한된 질병인지 촉각이 곤두서는 가운데, 재조사 시점이 과연 언제가 될런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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