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회장 선임 절차를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에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가운데, 최근 회장선출 시기가 6월 중순으로 결정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군가를 미리 염두에 두고 역으로 면접을 진행한다거나 외부의 압력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노동조합 측의 의혹이 재기되는 것은 물론, 선출시기 일정을 놓고 “6월2일 지자체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에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련 소문에 대해 도통 모르는 일이다”며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이나 관련 소문들은 언론에 의해 얘기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다”며 “오는 6월 중순에 최종 내정자가 선정될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업계의 떠도는 설에 의하면 “강정원 회장대행의 재도전설이 여전히 유력한 가운데 관 출신 인사인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등 10여명의 인사가 자천타천 거론 중에 있다”로 알려져 뒷말을 무성케 하고 있다. 이로써 5월 넷째 주부터 본격적인 후보선출과정에 대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간의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문제점과 향후 일정 등을 살펴봤다.
관치금융 논란과 더불어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금융지주 회장선출 문제가 연거푸 늦어지며, 안개사태로 접어든 발단은 황영기 전 회장 사퇴 이후 강정원 회장 대행으로 바뀐 지난해 9월 부터였다.
특정후보 지지? 관치금융 논란
당시 황 전 회장 사퇴 이후 강 회장 대행 체제로 전환된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고자 강 회장대행과 더불어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를 회장 후보로 올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이 사장과 김 전 대표는 이사회 선임 방식이 특정인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중도 사퇴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회추위는 일각의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자체적인 인재풀 내에서 회장을 선출하겠다는 의지 아래, 강 회장대행을 내정자로 선임할 것을 발표했다. 그러나 회추위의 결정에 대해 곧이어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건은 새로운 사태로 접어들며 혼돈을 맞게 된다.
당시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추위 제도의 독단성과 폐쇄성을 지적하며, 강 내정자를 비롯한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비리의혹 조사를 착수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강 회장대행이 결국 지난해 12월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이로써 ‘관치금융’이라는 새로운 논란이 야기된 가운데, KB금융지주는 장기적인 회장직 공석이라는 일대 파문을 맞게 된 것이다.
이후 KB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극에 달한 조직불화에 따른 업무능력 저하를 호소했고, 고립된 경영진 리스크로 인해 그 결과는 그대로 수익성 하향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수익성 면에서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에 뒤지는 것을 비롯해 자산규모에선 우리금융지주에 밀리는 등 잇따른 악재에 시달려 왔다.
관련 업계, 유력후보 예측설 솔솔
그러나 최근 KB금융지주회장 선출시기가 6월 중순으로 밝혀짐에 따라, 유력후보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돌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KB금융이사회가 “출신을 따지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더욱 불거진 유력후보설의 중심에는 현재 관 출신 인사인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적인 다크호스로 부상한 가운데, 자천타천 10여명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변수다. 어 위원장은 고교 후배인 노치용 전 산은캐피탈 사장이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 외 강만수 현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을 비롯해 지난해 중도 사퇴한 바 있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은행출신으로는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이덕훈 우리은행장 등 10여명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유력시 점쳐지는 인물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내정자 직에서 물러난 회장대행 역할을 수행했던 강정원 국민은행장이다. 그간 금융업계에서는 강 회장대행의 행보를 지켜보며 “여전히 회장직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대행이 지난 1월 황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중회 KB금융 사장을 직접 해임했다”며 “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비해 정작 촉각을 요하는 회추위 구성에는 정작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회장직에 재도전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회추위가 ‘헤드헌터사’에 회장후보 추천을 요청해 6월 중순 경 회장 최종후보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강 회장대행이 차기회장 선출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한 것도 그간 금융당국의 압력을 받아왔던 만큼,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혼잡한 시기를 일부러 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KB금융의 최대 숙원과제가 M&A를 통한 ‘리딩뱅크’입지 사수라는 점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경우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는 만큼 향후 시장재편을 둘러싼 은행 간 짝짓기를 염두 한다고 봤을 때 강 회장대행의 재도전 가능성은 유력하다”고 전했다.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 없어야
KB금융지주 선출과 관련해 그간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해왔던 KB금융지주노동조합 측 역시 일련의 입장을 발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조합 측은 얼마 전 “은행과 금융그룹의 장기발전을 외면하는 선택이 이어질 경우, 극단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임 회장 선출 때에도 노동조합은 이사회와 회추위에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라”는 요구를 전달하며 이를 위해 고객과 직원의 대표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는 이러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고 되돌릴 수 없는 혼돈의 2년을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조합 측은 “KB의 직원뿐 아니라 이제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알게 된 ‘빼앗긴 2년’ 동안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물으며 “권력을 둘러싸고 회장과 행장간의 대립적 관계로 인해 조직불화가 극에 달했으며, 경영부진에 이어 ‘KB국민은행’이란 이름을 ‘긍지’로 생각하던 직원들의 자존심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인데도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의 편법적 임기연장과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결국 감독당국의 개입을 불러와 어쩔 수 없이 쫓겨나는 모양새를 연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지주 회추위가 후보선출시기 일정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일정은 결국 6월 2일 지자체 선거를 염두에 둔 일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6월2일 선거 이후 바로 압축 후보군에 대한 개별 면접이 진행된다지만 과연 회추위의 말처럼 ‘그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KB를 위한 회장 선임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이냐”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측은 “회장 후보군 중 일부는 이미 지자체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이기도 하다”며 “더욱이 회추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부 인사나 관료 출신 등 특정그룹 제외를 논의하지 않았기에 사전에 자동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을 풀어보면, 현재 정부 인사이거나 이전에 관료출신 모두 KB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으로의 추천이 가능하다는 얘기 아닌가”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특히 최근 KB투자증권의 신임 사장으로 노치용 전(前) 산은캐피탈 사장이 내정되었다”며 “노치용 신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때 6년간 비서를 했던 인물”임을 지적했다. 즉 “(노치용 내정자가)산은캐피탈보다 더 작은 회사로 옮긴 것을 보면 단순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출과 관련해 현재 노동조합 측이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요지는 “과거 CEO의 무분별한 외부인사 중용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며, 어떠한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소신과 자율경영 역량을 갖춘 이가 선정되어야 한다”며 “만약 회추위에서 미리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역으로 면접을 진행한다거나 외부의 압력과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경우에는 극단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6월 중순에 선출될 예정”이라고 일축하고 있어, 오는 지방선거 이후 과연 누가 KB금융지주회장에 오를지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관련 업계의 의혹과 궁금증은 한층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지난 5월20일 33명의 후보군을 확정하였다고 밝히며, 향후 일정에 대해서 “6월4일 3차 회의를 열어 후보군을 10명 이내로 압축한 후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며 “최종 회장후보는 6월 중순경 열릴 회추위 인터뷰를 거쳐 이사회에 추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