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여자를 좋아하는 마광수’<인터뷰>
‘야한 여자를 좋아하는 마광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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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섹스당도 있는데, 우리는 내숭문화”

“외국에는 섹스당도 있는데, 책이 야하다고 현행범으로 구속된 작가는 세계에서 제가 유일무이해요!” 21년 만에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를 부활시킨 탐미주의 작가 마광수교수가 대뜸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가 개정판에 이어 연극으로도 재탄생되며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마광수라는 이름 석 자가 다시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마 교수를 찾은 기자에게 “어쨌든 할 말은 해야겠다”며 구속된 당시의 얘기부터 꺼낸 것이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강의하다말고 즉석에서 잡혀간 바 있는 마 교수는 “제자들이 일일이 계산을 해봤대요. 공소장이 나오거든요? 책 내용 전체 중 딱 2% 때문에 구속시킨 거였대요”라며 “당시 검사한테 물었죠. 제 것보다 야한 춘향전은 왜 안 잡아갔냐고요. 그랬더니 검사가 춘향이는 한 사람하고만 섹스 했다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어 “한 번은 책 내용을 가리키며 ‘너 이거 해봤지?’묻습디다”며 “아니, 그럼 추리소설작가는 살인해보고 소설 쓴답니까? 어떤 교수는 증인석에서 그러대요. 주인공 사라가 끝까지 반성하지 않아 잡은 거래요”고 반문한다. 마 교수의 요지는 이렇다. “작가의 상상력을 잡아간 우리나라는 체면사회이다. 이중성이 너무 고질적인 나머지, 밤에는 야수이고 낮에는 교수인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한편, 마 교수의 책 ‘즐거운 사라’는 지금도 금서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여전히 ‘야함’을 고집한다고 한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마광수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교수님의 책은 19금으로 유명합니다. 빨간 딱지가 붙는 것에 대해 기분이 가히 좋지 않으실 텐데요.
▲ 사랑의 학교. 발랄한 라라. 등 내가 쓴 창작물은 거의 19금이다. ‘귀이’란 책을 제작 년에 냈는데, 가정이 어려운 남자대학생이 호스티빠에 나가면서 몸을 파는 얘긴데, 이것도 19금에 걸렸다. 제일 야한 것은 오히려 ‘권태’라는 사디즘 소설인데, 이것은 19금으로 안 걸렸다. 간행물 윤리위원회가 박정희 정권 때 만든 거다. 반대파 때려잡으려고. 근데 그거 써먹을 데가 없으니까 야한 것 단속하고 있다. 영화가 오리려 낫지. 영화는 등급심사다. 잡혀간 사람도 없다. 살인영화가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얼마 전 영화 처키에 심취해 모방살인을 한 청소년들에 대한 뉴스도 나온 적 있다고 말하자) 완전범죄 소설 같은 건 하나도 안 걸린다.

- 문민정부 때 ‘즐거운 사라’로 구속되셨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금서인 게 맞나요?
▲ 내가 전과 2범이라는 것이 말이 되나? ‘즐거운 사라’ 때 지식인S는 “에이즈를 퍼트린 사람이라서 잡아 간다”고까지 했다. 해방이후 패러다임을 바꾼 세권의 책 중 하나로 평가되는 게 ‘즐거운 사라’다.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였고, 한국 최초의 반 유교소설. 진짜 여성주의 소설이라고 극찬도 해줬다. 당시 판결문에서 “사라가 끝까지 반성을 안 한다”고 하더라. 더 재미난 것은 정말 야한 고전소설 춘향전은 왜 안 잡아 갑니까 하자, 춘향이는 한 사람하고만 섹스해서 괜찮단다. 당시 강단에서 강의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때 세계에서 영어로 격려편지가 쏟아졌다. 책까지 보내주고. 기막힌 것은 공소장이 나오는데, 단 몇 줄, 책 내용 전체 중 딱 2% 때문에 구속시킨 거였다. 난 너무 쉽게 써서 욕먹거든? 룰루랄라, 또 남자 만나면 돼지. 이러고 끝난다. 근데 우리나라는 아, 섹스는 허망하구나면서 자살시키면 봐주고 섹스는 즐겁다 하면 안 봐준다. 내가 소설에서 ‘나’라고 하는 것은 일명 ‘작전’이다. 작가는 속이는 즐거움. 독자는 속아 넘어가는 즐거움이 창작의 즐거움 아닌가? 근데 ‘즐거운 사라’때 판사가 책 내용을 가리키며 “너, 이거 해봤지?”묻더라. 아니, 그럼 추리소설작가는 살인하고서 소설 쓰나?

- 성문학에 관심 가진 배경이 궁금하다.
▲ 살아보니까 인생은 딱 두 가지다. 철학적으로 단순하게 말해서 먹는 것하고 섹스로 나눠지는 것이다. 별 거 없다. 근데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나왔다. 예컨대 경제학부터 농악도 그렇고, 군대 문제. 민중소설도 그렇고 다 먹는 문제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섹스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서양에는 많다. 우선 프로이트 것을 다 봤고 비판도 많이 했다. 그는 사디즘 마조히즘이 다 변태라고 했다. 내가 프로이트여 안녕, 이런 거 많이 썼는데 난 변태라는 걸 인정 안 한다. 그건 취양의 문제다. 단 강제적인 것만 아니면. 섹스도 플레이 아닌가?. 내가 말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페티시즘 이런 걸 아무도 몰랐다. 페티시는 나한텐 공부다. 논문도 썼으니까. 이론과 취향아 맞아 떨어질 때 신나서 작업하는 것이지. 내 취향은 그런 것이 아닌데 예컨대 팔아먹으려고. 한 마디로 이상 문학상 이런 것을 노리는 위해 글을 쓰면 안 된다.

- 교수님이 바라보는 우리 문화론에 대해 듣고 싶다.
▲ 내숭문화가 지배적이다. 특히 성문화가 그렇다. 요즘 학생들 봐도 원나잇 스탠드가 지배적인데도 결혼할 때 남자들은 처녀 찾고 여자들은 재생수술부터 하고본다. 이것이 내숭문화고 이중성이 아니고 뭔가. 난 지금도 연대교수들 사이에서 왕따인데, 우리나라는 체면사회이다. 이중성은 고질적이기까지 하다. 밤에는 야수, 낮에는 교수인척 하는 사람들이 지배적이다. 진보는 프리섹스를 동반한다.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을 보면 그들은 16세 이상이면 프리섹스다. 프랑스도 그렇다. 단 성교육 철저히 해야 한다. 그것은 포르노 천국이다. 네덜란드, 독일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그렇게 포르노가 돌아다닐 것 같으면 성범죄가 더 많아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인구 당 발생률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7배다. 이렇게 엄한데 이게 말이 되나. 이런 걸 얘기해주는 사람들? 아무도 없다. 왜냐면 마광수처럼 피 보거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최근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를 재출판한 줄 안다. 탐미주의 작가로써 앞으로 계획이 어떤가.
▲ 요즘은 탐미주의 문학가가 없다. 손톱의 아름다움. 하이힐의 뾰족함의 아름다움. 삐딱한 것이 아름답다. 혼혈적인 것이 아름답다. 계획은 어른을 위한 에로틱 동화를 기획중이다. 기존에도 많이 썼지만 최근에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야한 것을 써봐라”해서 450매정도로 쓸까 싶다. 아니면 내가 주인공으로 해서 섹스의 마왕, 이것을 써볼까도 생각한다. 여자가 능동적으로 섹스를 추구하는 과정을 판타스틱하게 동화적으로 써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근데 이젠 잡혀가기도 두렵고, 항소해봤자 안 되니까 이젠 그것마저 포기했다. 그래서 요즘은 되도록 야하지 않게 하려는데, 연대 제자들은 말한다. “교수님, 더 야하게 쓰세요!”라고.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좀 더 다원적일 필요가 있다. 문화당이 나와야 된다. 예컨대 아나키즘 당 같은 거. 아나키즘은 일체 권력을 멀리했다. 독일은 녹색당이 나왔고 그것은 환경관계이지만. 우리는 오로지 권력 당이 전부다. 소수당 일지언정. 독일의 녹색당 같은 거. 이런 것이 나와야 된다. 하다못해 이태리에는 섹스당도 있지 않나? (교수님이 섹스당을 창당하면 센세이션 할 것 같다고 하자) 하하하. 이제 더는 잡혀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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