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하 GSK)가 전략적 사업 제휴를 맺었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지난 5월11일 양사는 제약시장에서 비즈니스 입지 강화를 위해 사업 제휴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동아제약은 글로벌 선두기업과 손잡고 국내 제약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아제약이 GSK와의 이례적인 동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으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낸 동아제약이 GSK와의 제휴를 통해 강신호 회장과 강정석 부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또 다른 속내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부동의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글로벌 제약기업과 손잡은 내막에 대해 직접 파헤쳐봤다.

동아제약이 전 세계 제약시장의 1,2위를 다투는 GSK와 손잡고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에 초석을 마련했다. 동아제약과 업계 등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지난 11일 GSK와 전략적 사업제휴를 체결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색다른 ‘동거’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은 “글로벌 선두 제약기업인 GSK와 함께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제휴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GSK의 우수한 제품군과 더불어 글로벌 마케팅 및 운영 전문성과 기준을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행보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GSK와 전략적 사업 제휴 합의… 국내 업계서 전례 없는 일
업계 일각, “경영권 방어라는 다른 속내 있을 것”이라 분석
금번 제휴를 통해 동아제약은 자사 내에 양사가 공동 관리하는 사업부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이 사업부를 주축으로 ▲ 동아제약의 특정 신제품에 대해 GSK의 글로벌 판매 인프라 및 전문성을 활용하는 협력 ▲ 제네릭 제품의 공동 개발 및 사업화 ▲ 새로운 사업개발 협력 등을 비롯해 최적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향적인 논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동아제약은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품과 기업 역량, 전략 및 문화적 적합성 측면에 걸쳐 이번 협력이 양사에게 상당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GSK는 이번 전략적 제휴에 그치지 않고 동아제약의 지분에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GSK는 1429억원을 투자해 동아제약 지분의 9.9%를 보유할 예정이다.
이 일환으로 동아제약은 유상증자를 통해 GSK에게 지분의 4.2%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지난 11일 ‘경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추천받아 납입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제3자 유상증가 배정에 대한 경위를 밝히고 증자규모는 484억1000만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GSK는 지분매입 뿐만 아니라 동아제약 이사회에 사외이사 1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양사의 사업 제휴를 두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간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가 특정 제품의 의원급 영업망 확충을 위해 공동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본사에 지분 투자까지 감행한 경영 참여 방식의 포괄적 제휴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속내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동아제약과 GSK간의 기술 협약에 또 다른 속내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강정석 부회장은 경영권 보장을 위한 우호지분의 확보가 필요했으며, GSK는 아시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처 확보가 맞아 떨어져 이러한 협력이 합의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한차례 치른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크게 작용했을 듯
동아 측,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확보도 일부 작용”
이러한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실제 강신호 회장이 동아제약의 ‘낮은 지분율’이 경영권 확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호 회장은 현재 동아제약 지분의 5.29%에 달하는 56만3663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들인 강정석 부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모두 포함한다하더라도 강신호 회장이 가진 동아제약 지분은 9.96%에 해당하는 106만2339주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우호지분인 오츠카 제약의 지분 6.28%를 포함하더라도 강신호 회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은 16.24%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호세력이 아닌 한미약품과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각각 8.91%와 8.23%로 이 둘의 지분율을 합치면 17.14%로 단번에 강신호 회장과 강정석 회장의 지분율을 앞지르게 된다.
이러한 지분율은 강신호 회장과 아들 강정석 부회장의 향후 경영권 확보에 걸림돌이자 눈엣가시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신호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경영권 확보에 가장 큰 숙제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 회장의 숙제는 GSK가 금번 협력을 통해 약 9.9%의 지분에 투자할 것에 합의하면 단번에 해결됐다. 특히 9.9%라는 지분율은 단일주주로써 동아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됨으로써 강 회장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신호 회장과 강정석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로 이미 한차례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강신호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전 동아제약 이사는 지난 2007년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다. 당시 강 전 이사는 동생이자 강신호 회장의 4남인 강정석 부회장(당시 이사)에게 사실상 기업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지자 임시주총을 소집해 이사회 구조를 바꿔 강정석 이사의 경영권 확보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강문석 이사 측은 특수관계인의 지분 15.71%를 확보하고 있었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형제의 난’으로 불렀다. 특히, 강신호 회장이 황혼 이혼 후 첫째부인 사이에서 얻은 강문석 이사 보다 혼외를 통해 낳은 강정석 부회장을 총애해 이 같은 ‘형제의 난’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형제의 난’은 강신호 회장과 강정석 부회장 측이 더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표대결에서 승리했고, 지난 2008년 12월 강문석 이사가 4차례 장내 매도와 1차례 장외 매도를 통해 부유하고 있던 2만 500주를 모두 포기함에 따라 일단락됐다.
나머지 지분 매입 어떻게?
이처럼 동아제약과 GSK간의 동거가 강신호 회장 측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속내가 있다는 궁금증에 대해 동아제약 관계자 역시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제약회사로의 성장 등 사업적인 측면이 이번 사업제휴의 가장 큰 이유”라며 “그러나 우호 지분 영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 역시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총 1429억원을 투입해 9.9% 지분 확보 계획 중 밝히지 않은 5.7%의 지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양사가 밝힌 1429억(9.9%) 중 484억원에 해당하는 4.2%의 지분 확보 이후 나머지 945억원(5.7%)에 해당하는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 그 방식에 대해 궁금증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양사의 제휴 협력 발표 이후 나머지 5.7%에 달하는 지분매입 방식에 대해 동아제약과 GSK 모두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증권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혹시 양사가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동아제약 관계자는 “나머지 5.7% 지분 매입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히며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발표할 시 소액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발표하고 있지 않는 것 일 뿐”이라고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일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양사가 나머지 지분 매입 방식에 합의하면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들은 신주 뿐만 아니라 구주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동아제약의 주요주주인 한미약품, 국민연금, 오츠카 제약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