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인 나우루 공화국은 비료에 쓰이는 인산염 수출로 한때 세계최고 부국으로 명성을 날렸다. 오랜 시절 퇴적돼 온 바닷새 배설물이 산호충과 반응해 만들어진 인광석이 섬 전체에 널려 있어서 1968년 호주에서 독립한 후, 이 나라는 인산염을 수출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하지만 흥청망청하던 주민들의 생활도 인산염이 바닥이 나면서 끝이 났다. 그래서 이젠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게 되었는데 한때 람보르기니와 같은 스포츠카를 수입하던 시절을 떠 올려본다면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와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견이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경우 비교 우위 지역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곡물 가격이 오르면 곡물이 싼 지역에서 곡물을 수입하는 것이 빠른 대책이 되기 때문에 한국의 농업은 침체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농업인구들이 결국 이 시점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곡물 생산은 결국 비교 우위 지역에서만 이루어지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결국 세상에 흉년이 오게 될 때 곡물을 소유한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보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거다. 밀가루나 옥수수와 같은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 세상에 식량 위기가 오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지를 넌지시 얘기해 주는 대목이다.
세계 67개국 1100개의 사업장에서 16만 명을 고용하면서 지구촌 곡물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세계인의 밥상을 지배한다는 카길이란 회사를 아는가? 1865년 창립 후 141년간 승승장구한 이 회사의 매출은 1200억 달러(한화 약 151조원)에 달한다.
상장을 했다면 포춘 500대 기업 중 20위 안에 들어갔을 것이다. 스타벅스보다 10배가 크고 코카콜라나 펩시보다 크다고 하면 짐작이 갈 것이다. 상장을 하지 않아 베일에 싸인 기업이 바로 카길이다.
이 회사는 1865년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곡식저장 창고로 출발한 뒤 사료를 만들기 시작했고 축산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이젠 식품업까지 영역을 넓힌 상황이고 세계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언론에 어떤 기사가 나오든지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돈을 빌리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최대의 글로벌 기업이란 찬사와 함께 세계 밥상을 지배하는 '식량주권의 찬탈자'란 소리도 듣는다.
유태인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회사의 이야기는 다가올 식량위기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유태인들의 전략을 읽게 한다. 굳이 상장하지 않아도 향후 식량 가격의 폭등은 이 회사를 충분히 살찌우게 할 것이다.
1940년 최초로 나일론을 개발한 후 세계적인 화학 섬유 업체가 되었던 듀퐁은 계속적인 히트 상품들을 통해 성장을 구가해 나갔다. 하지만 개도국들에 섬유사업이 밀리면서 이 사업을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며 변신을 시도하더니 옥수수 밭을 사기 시작한 이 기업은 종자회사들을 인수하면서 농산 및 식품 분야로 치고 나가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업은 마치 어떤 사업이 성공할 것인지를 확신하기라도 한 듯 그들의 신념을 증명해 보였다. 결국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신념은 바로 미래에는 식량산업이 세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세계는 식량과 자원이 무기가 된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사실 식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니 향후 세계의 국면은 새로운 기류를 탈 것임에 분명하다. 먹을 것이 풍요로운 미국에서 한때 식량 배급을 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휘몰아치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한국 사람들은 흔하게 슈퍼마켓에서 보던 쌀을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기도 했다. 마치 향후 식량위기의 조짐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식량과 에너지 정책을 고쳐서라도 향후 세계 위기를 대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가장 기초적인 문제로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형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