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보다 더 웃기는 개그맨’
어느 시골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100년 만에 한번 날똥 말똥한 유명한 K라는 원로목사를 강사로 어렵게 초청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유명한 교회목사를 맘먹고 초대했는데도 예배당 안이 텅텅 비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 후속타로 빨간 리본까지 새겨 반으로 접은 정성스런 초대장에는 ‘행복 전도사’ KBS 봉숭아 학당에 출연한 인기 개그맨 최 아무개를 초청한다며 몇 달 전부터 홍보가 대단했다. 점심과 선물도 곁들인 상당한 경비를 쏟아 부은 대대적인 교회행사였다.
개그맨 최 아무개는 개그콘테스트에서 뽑힌 행복전도사라며, 예배당 입구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주요 광고판 프랑카드에 그의 사진까지 올려 널리 알리고, 환영하는 그야 말로 작은 고을에 축제분위기였다.
그 개그맨을 황금시간대인 주일 낮에 초청하여 어린이와 학생. 어른들까지 상당한 사람들이 동원됐다.
그런데 오전 11시에 온다는 그 유명 개그맨은 반시간이 넘도록 보이지 안했다.
주최 측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수를 치고 기타 반주에 맞춰 복음성가를 부르며 진땀을 뺐다.
얼마를 그렇게 지난 후 드디어 그 주인공인 개그맨이 나타났다. 많은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높은 강단에 올라 첫마디가 주일이라서 차가 막혀 늦었다는 것이다.
사유야 어떻든 약속시간이 늦었으면 정중하게 사과를 해야 도리인데도 당연한 듯 가볍게 넘겨버렸다.
강사로써 그는 오늘의 집회에 던져줄 만한 메시지는 고사하고 경망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무슨 말을 지껄이는 것인지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앞좌석에 앉은 어린학생들과의 표정관리에 대한 대화 몇 마디가 전부였다. 그 흔한 노래 한 곡조를 곁들인 장기자랑 하나 없이 주어진 한시간은 고사하고 불과 10여분 만에 강단에서 내려와 개런티로 거금 200만원을 호주머니에 홀라당 집어넣고서 쫓기는 도망자 처럼 황급히 사라졌다.
허망하기 그지없고 낮도깨비한테 홀린 기분이다. 어째 저런 사람를 강사로 초빙했담! 장내를 둘러보니 말은 못해도 관중들은 실망과 불만의 표정이 역력 했다.
이제 나이 25세라니 무슨 세상 물정을 알 것이며 인생경험이 있어야 신앙 간증도 하고 종교도 논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만도 할것 아닌가?
관중들은 닭 쫓던 개 모양으로 다음 순서를 기대했으나 그 개그맨은 영영 나타나지 안했다.
진행하는 주최 측에 대 망신을 안겨준 채 도망치듯 내뺀 봉숭아 학당 아닌 악당(惡黨)에게 돈만 떼인 격이 됐다.
관객을 무시한 기본기도 없는 무책임한 저런 아이가 어떻게 인기 개그맨이란 칭호를 받았으며 그것도 2등으로 공채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교회라는 특성을 살려 불신자를 신자 화 하기위한 행사로 새벽마다 강사를 위한 기도와 노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일순간에 무너지는 진행상의 실수는 시나리오를 점검 못한 주최 측의 뒷감당과 후휴증이 더 문제였다.
남을 웃기는 일도 힘들지만, 자기를 기만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더욱 고통스러운 개그 공해다.
최아무개 개그맨은 이번 실수를 자인하고 일반상식, 종교 ,문화, 인성 공부 등 기본기부터 공부를 좀더 해야겠다.
개그맨을 뽑을 때 시험관들은 도대채 어디다가 기준을 두고 무얼 보는지 모르겠다.
자기직업에 프로가 되려면 날밤을 새더라도 준비를 철저히 하여 관중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 그리고 약속을 했다면 주도면밀하게 그 시간을 지켜야하며, 그 날에 테마가 무엇인지를 알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고인 된 배삼룡씨의 쇼가 인기가 높은 것도, ‘채플린’의 희극과 웃음도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청중에게 겸손한 자세로 피와 땀과 눈물을 함께한 노력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무대 위에 선다는 것은 관객에게 전적으로 헌신한다는 각오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연습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그 성패를 가름한다.
단 5분간의 시 낭송을 위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자기 직업과 명예를 걸고 수십 시간의 연습과 수 십 만원 짜리 의상을 준비하고 얼굴표정 등에 혼신을 다하는 k시인에 대한 존경심과 그 광경이 새삼 돋보인다.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한 이 시대에 희망과 용기와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개그맨을 나는 좋아한다.
그러나 그 날에 최 아무개 개그맨은 피양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던 봉이 김선달을 능가하는 떨뜨름한 입맛에 너무도 웃기는 개그맨이었다.
송기옥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