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한 시간.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로 나가 새로 오신 하루의 한 생각을 마음에 적어 넣고는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켜서 음악을 불러내고 일과를 점검한 후에는 글 터를 얼쩡거리다 아침을 준비하는 설정. 물론 상황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일상의 채널은 늘 이 설정에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나는 이 설정모드를 바꾸는 훈련을 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내면의 호흡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의 타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반성과 컴퓨터를 켜고 손끝으로 지식을 캐다보니 알고 싶은 욕망만 비대해져 어느 순간 눈으로 쫓는 공부에 무디어져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힘들리라 생각했다. 이미 너무 깊숙이 녹아 있는 습관인 데다 디지털이 주는 속도감을 쉬이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침에 듣는 음악 한 곡이 주는 상상보다 맑은 생각으로 영혼의 살결을 어루만지는 일이 더 의미 있고, 아침에 보는 한 소식이나 지식 한 가지보다 책에 적힌 한 줄의 아포리즘이 가져다주는 향기가 더 황홀했다. 게다가 컴을 여는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클릭으로 열리는 창에서 얻어지는 지식보다 글의 살결을 더듬으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촌철살인을 노트에 옮겨 적는 아날로그식의 공부 방법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소중한 한 시간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초심이란 변환점이 아니라 변곡점이라는. 즉 변환하기 위한 계기를 찾는 일이 아니라 굴곡 된 방향을 수용하여 기존의 노정을 수정, 보완하는 일이 초심이었다.
흔히들 변화나 각성의 시기에 놓여지면 가장 먼저 추구하는 일이 바로 '초심'을 회복하려는 작업이다. 처음에 어떤 희망을 갖고 시작했는지, 어떤 생각으로 첫발을 놓았는지, 어떤 의지로 고비 고비마다 이겨냈는지를 더듬다보면 첫 마음을 회복하게 되고, 첫 마음을 다시 품으면 실팍한 용기가 샘솟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생각이 모순이다. 인생은 결코 과거로의 회귀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삶이란 역류하거나 되돌릴 수 없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면서 자괴감과 절망을 맛보는 경우도 이 생각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함은 지금까지의 모든 자국을 지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함은 현재의 상황이나 환경을 완전히 바꾸거나 버려야 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함은 좀 더 내면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고 마음의 소리에 걸맞은 삶의 새로운 형식을 습관화 하고 그 형식대로 살아가려고 작정하는 일이다.
초심은 아주 낮은 데서부터 자신을 인정하는 일이다. 초심은 아주 보잘것없는 데서부터 자신을 존중하며 가꾸는 일이다. 초심이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해매이던 눈을 자신에게로 유턴하는 일이다. 그렇게 잃었던 자신을 찾아 그 안에서 색을 발견하고 향기를 맡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자신을 지켜내는 자세, 어떤 경우에도 본연을 잃지 않는 의지, 어떤 조건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자기 확신이 바로 초심이다.
석공은 결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아무짝에도 쓸데없을 듯한 돌을 조금씩 조금씩 쪼고 깨고 부수고 다듬어서 명옥을 찾아낸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진정한 멋이다. 이 멋을 숙지하고 지켜내는 지혜. 여기에 진정한 초심의 위력이 있다.
그때는 장미가 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다. 그때는 스타나 영웅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때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 만큼 넉넉하거나 권세를 가지지 않아도 염려 없다. 그때는 어떤 모양이나 형식으로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있을 테니까.

▲ 배우 이병준
‘이병준’은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8년 전, 혜린이의 유괴사건을 담당했던 강력계 형사로 분해 미숙했던 수사진행으로 범인을 놓친 후 ‘혜린’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으로 ‘민경’과 ‘주영수’의 주위를 맴도는 ‘구형사’ 캐릭터를 연기한다. 8년이 지난 후 다시 범인의 냄새를 맡고 뒤를 쫓는 집요한 형사 역으로 ‘이병준’은 다시 한번 씬 스틸러로서의 명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 변화무쌍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그 만의 연기세계를 여러 방면에서 펼치고 있는 배우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톡톡히 선사하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명품 조연’이다.
이병준은 KBS 드라마 “공부의 신”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 도장을 확실하게 찍었지만 사실 그는 뮤지컬 경력만 20년인 베테랑 연기자이다. 뮤지컬 “춘향전”, “아이두 아이두”, “마인”, “명성왕후”, “아가씨와 건달들” 등 굵직굵직한 배역으로 연기력을 다져온 그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뮤지컬에서와는 달리 영화에선 신인에 불과했던 그는 2006년 영화 <구타유발자들>에서 능글맞은 성악가 교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얼굴을 알렸다. <복면달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객: 김치전쟁>과 MBC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코끼리”, “신데렐라맨”, KBS2 드라마 “남자 이야기”, “공부의 신”, 그리고 방영 중인 “국가가 부른다”에 출연하며 뮤지컬, 스크린,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이 시대 최고의 씬스틸러로 자리매김. 진정한 명품 조연으로 명실공히 인정을 받고 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8년 전 유괴되어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그 놈’과 함께 나타나자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가슴을 울리는 필사적인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7월1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