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7.28 재보궐 선거 이후 8월 개최
정동영 의원 전당대회 출마 시동 걸었다!
丁, 조기전당대회 카드로 당권 주자 수면 위로 끌어올려
손학규 출마 때는 민주당 ‘빅3’ 라인 형성… 흥행 노려

정동영 출마 시사
민주당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그는 출마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모습이다.
정 의원은 지난 6월22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부터 출마를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전까지 정 의원은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한 모습을 보여 왔었다.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권유가 많지만 듣고 만 있다”고 한 모습에서 매우 발전된 발언이다.
또한 정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적 노선을 제시하는 한편 당 내 현안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 당 대표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적 노선은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세계화, 규제완화, 노동유연화, 민영화 등으로 요약되는 한나라당의 가치에 민심이 등을 돌리고 다시 진보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대한 진보의 길을 통해 한나라당과 어떻게 다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6·2선거 이후 국민들은 민주당이 확실한 야당이 되길 바라고 새로운 정체성과 노선을 정립하길 원한다”며 “이제 민주당은 ‘중도진보’ 노선에서 ‘중도’라는 꼬리표를 떼고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담대한 진보’를 통해 현행 정세균 대표 체제의 정치적 노선보다 좀 더 진보적으로 나갈 것을 주장한 것이다. 정 의원이 이처럼 과감한 진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흐름을 자신에게 돌려 큰 그림을 그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또 복지를 통해 민주당의 이미지를 쇄신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친환경무상급식 공약이 큰 관심을 모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이제 보편적 복지로 첫걸음을 뗐다”며 “우리 당은 ‘민주당=복지당’이란 등식이 성립할 수 있을 정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전에 이에 대해 치열한 논쟁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보편적 복지’를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연합정치의 길을 갈 때 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음이 이번 선거에서 입증됐다”면서 “7·28 재보궐 선거에서도 연합과 연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야권연대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적 노선과 현안에 대해서 지적하는 한편 당권파의 수장인 정세균 대표를 견제하는 물밑작업에도 들어갔다. 정 의원은 24명의 비주류 의원들과 함께 기존의 ‘쇄신모임’을 해체하고 100여명의 원내·외 인사를 망라한 ‘쇄신연대’ 출범에 나섰다. 쇄신연대는 당권파에 맞서는 대규모 비당권파 연합으로 정 의원의 세결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쇄신연대는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연합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反정세균 연합’이라는 성격이 깔려 있다.
정 의원은 비주류 의원들의 요구사항인 전당원 투표제에 대해 “당권을 주인에게 돌려줘야 민주당이 간판 값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정세균 대표를 향해서도 “당원이 눈과 입을 열도록 언로를 터줘야 수권정당이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쇄신연대를 두고 강력한 연합체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후보가 출마해 난립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조기전당대회 카드로
당권 주자 수면위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7월 조기전당대회를 추진했으나 비주류의 거센 반발로 실패로 돌아갔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조기전당대회를 치루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며 비주류 인사들을 긴장하게 해 당 내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당초 민주당은 8월 하순께 전대를 열 예정이었지만 정 대표가 이를 7월 초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대표 측은 조기 전당대회의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임기 만료와 함께 사퇴하고 7월 초 전대를 치르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임을 위해 당대표 임기를 전대까지 연장하려 한다는 비주류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7·28 재보선을 앞두고 당이 집안싸움 양상을 보인다면 민심이 등돌릴 수 있어 이 참에 전대를 빨리 열자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주류 인사들은 “집단지도체체, 전당원 투표제 등 전대 방식 문제를 공론에 부치지도 않고 현행 당헌대로 전대를 치르자는 것은 경쟁 후보들의 출마를 사전 봉쇄하겠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역시 정 대표의 조기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7월10일 전당대회를 하려면 이번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획단을 발표해서 전당대회를 준비한 상황해서 해야지, 특정한 대표의 당권 연장이나 사당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당헌당규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먼저 구성하고 20일전에 선출기일을 공고하도록 돼있다”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당헌당규를 위반하는 조기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내 소통과 내부적인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는 조기전당대회가 어렵다고 본다”며“7·28 재보선에 당력을 집중할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하고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당력이 분산되고, 7.28 재보선에 대한 선거 운동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열흘 전에 시도당 위원장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8월 중 전당대회를 하는 것으로 의견이 집약됐다”며 “갑자기 7월10일 전당대회 건을 논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대표의 조기전당대회 제기로 인해 당권 출마를 염두해두고 있던 인물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비록 비주류 인사들의 반발로 실패 했지만 ‘조기전당대회’라는 카드를 이용해서 당권 도전자들의 위치를 가늠했기 때문이다.
孫 출마는 전당대회 최고변수
정치권에선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손학규 전 대표를 꼽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지원을 통해 다시 한번 이름을 각인 시킨 손 전 대표는 차기 당권, 대권 주자로서 손색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출마한다면 당권 경쟁에서 선두로 나서고 있는 정 대표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손 전 대표는 일단 지방선거가 끝나자 춘천으로 돌아갔다. 선거기간 중에서도 다시 춘천으로 돌아갈 것을 시사한 만큼 그의 춘천 복귀는 모두가 예상한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돌아가는 흐름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전당대회에 나서라는 주위의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손 전 대표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다만 단순히 당권을 잡는 문제로 고민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당의 체질을 어떻게 강화하고 변화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8월 전당대회 일시가 잡힌 만큼 한동안 손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차기 대권으로 가는 길인만큼 손 전 대표로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정 대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당 내 기반을 만들어 놓은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게 되면 정 대표와 대립해야 하는 껄끄러움이 남아 있다.
정동영 의원이 출마하는 것도 손 전 대표에게는 고민으로 다가온다. 정 의원 입장에선 손 전 대표의 출마는 반가운 소식이다. 삼각대결 구도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지금의 단순한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 양상이 아닌 주류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구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 대표와 손 전 대표의 기반이 어느 정도 겹친다는 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손 전 대표 역시 당 내에 기반이 얇은 만큼 정 대표와의 대립은 지금 당권을 잡고 있는 주류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손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하는 대신 대리인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권으로 가는 길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의 결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손 전 대표가 이번에 출마하게 되면 丁-鄭-孫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빅 3라인이 형성되어 이번 전당대회는 크게 흥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재/이경익 기자 lki83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