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60년, 침묵에서 깨어나다
잃어버린 60년, 침묵에서 깨어나다
  • 민경범
  • 승인 2005.03.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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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침묵의 해협'
4월8일∼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서 서울시극단이 일본 극단 도쿄 '깅가도'와 한·일 연극 공동제작을 실시, 그 첫 공연 '침묵의 해협'이 4월 8일부터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올려진다. '침묵의 해협'은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다루어 화제를 일으켰던 실화가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의 식민지 통치하 징용 당했던 한국인이 일본의 한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두며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게되고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과 감춰진 과거가 실존인물을 통해 양국간 문제들로 다양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은 일본 극단 깅가도의 시나가와 요시마사씨와 한국의 대표 극작가 차범석 선생이 공동으로 집필한 작품이며, 연출 역시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맡았다. 시나가와씨는 "'전쟁과 사랑'이라는 테마로 60년 격동의 역사를 양국간의 미래로 승화시키는 이번 과정은 한일간 공동으로 제작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의 장벽이나 사고의 전환 등 어려운 점은 많지만 이러한 과정이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질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기억을 잃고, 가야금의 소리로 잃었던 기억을 찾는 주인공 동진(서울시극단 강신구)과 현희(극단꼭두 전현아)의 모습은 조선합방과 일본 패전의 역사흐름 속에 소리없이 사라져간 이들의 모습을 '기억과 소리'로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또한 작품 전체에 흐르는 가야금 소리 역시 이 무대의 관전 포인트. 특히 일본의 스탭과 서울시극단원이 함께 만드는 서사적 대하 연극으로서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의 공연을 시작으로 7월~8월에는 시모노세키, 야마구치, 오사카, 도쿄 등에서 그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야기를 펼치며 일본 순회공연은 NHK가 동행하며 연속보도할 예정이다. 또한 8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광장 앞에서는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 대표;김백기)의'굿' 퍼포먼스 행사로 억울하게 숨져간 영혼을 위로한다. 공연은 한국팀, 한일합동공연팀 두 가지 무대로 선보이며, 일본 배우가 출연하는 날에는 자막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한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둔 조선민의 이야기로 그 유족을 찾는 과정을 아사히신문에서 다루어 화제를 일으키었던 실화가 바탕이 되고 있다. 동경근교의 국립정신신경센터 병원의 한 병실에서 한 남자는 조용히 숨을 거둔다. 향년 85세 남자가 남긴 유물은 자신의 하얀 뼈와 현금 4만엔. 그리고 조선국적의 외국인 등록증.이 남자는 1944년 일본의 식민지 통치하의 조선으로부터 일본의 대학에 입학했으나 학도병으로써 일본군에 강제 징병되고 전쟁터에 나가서 정신병과 함께 기억을 상실한다. 그 후 조선이 해방을 맞이하는 사실도 모른 채 일본의 한 병원 에서 마음을 닫은 채 수십 년을 지낸다. 이 남자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서야 마치 시계가 거꾸로도는 듯이 기억이 되살아나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지난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60년전 일본의 패전 당시 모습이었다. 그에게서 감춰진 과거란? 잃어버린 시간의 의미란? 2차대전 일본과 조선의 역사 틈바구니에서 농락당한 실존의 인물을 통해 한일간의 전쟁문제, 식민시대 이후 일본의 문제들이 묘사되어진다. 전쟁이란? 국가란? 인간이란? 우리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화두를 제시한다. 민경범기자 spaper@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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