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생활 3년, 죽지 못해 사는 하루살이 인생
노숙생활 3년, 죽지 못해 사는 하루살이 인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일푼에겐 단 1분도 허락하질 않는 ‘이국땅’

<인물사진>실화소설 이호준의 길 위에 사람들(1)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등바등 악착같은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하지만 호구지책이었던 막노동 일감이 떨어지자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담했다. 탈출구는 죽음 아니면 길거리로 나 앉는 것뿐이었다.”

나의 인생에서 최근 9년 동안은 부산역광장의 풍경이었다.
기타하나를 들고 노래하고, 나눠먹고, 싸우고, 절규하는 풍경.
욕구불만 일수도 있고 무일푼의 몽상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그림자였고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가진 것 없는 무일푼에 오갈 데 없어 부산역에 늘어 붙어있는 무숙자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버릇처럼 노래를 할 것이다.
그것이 매너리즘에 편리주의에 우선주의에 합리주의에 종교주의에서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나의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가 매일을 대면하는 인물들이며 소설의 구성상 미화시킨 부분이 있지만 사실이다.
매몰찬 세상인심에 돌이킬 수 없는 좌절을 맛보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길 위를 누비고 있는 식구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라며 먼저 세상을 저버리고 간 식구들에 명복을 빈다. -부산역 광장에서 이 호준-

 

알콜 중독자?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별 볼일 없는 오후다.
‘부산 철도노동조합지방본부’ 1층,
한 사내가 ‘실직노숙인조합’란 나무명패가 붙어있는 문 앞을 서성거리며 입김 분 손바닥에 코를 박고 흥흥거리고 있다.
멍들어 붓고 터진 얼굴에 한여름 겨울파카잠바 차람의 명우다.
부산역 광장 바닥에 며칠째 자리를 깔고 푼 술의 잔존유무를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한나절을 참고 이러는 것이 억지스럽지만 문전박대 당하긴 싫은 때문이다.
“예이 씨팔, 예전엔 잘 나갔는데”
명우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 핸드폰을 중국에 내다팔았던 사업가였다.
자신만만했던 그에게 낮선 이국땅이란 남의 이야기, ‘승승장구’ 한마디로 잘나갔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사업 확장을 고민해야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쫄딱 망해버렸다.
당시 중국에선 한국인들은 많은 현금을 소지하고 다닌단 소문이 파다하던 때였다.
한잔 술에 기분 좋은 팁을 뿌려대던 한국인 사업가는 좋은 표적이었던 것이다.
무일푼에겐 단 1분도 허락하질 않는 이국땅, 범죄의 표적으로 털린 무일푼에겐 더욱더 그러했다.
믿을 데라고는 대사관을 비롯한 대한민국기관들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해 주기보단 국익을 빙자한 우호적 관계를 들먹이며 미온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당연히 사건은 해결 될 기미가 전혀 없는 오리무중, 초초하고 답답한 것은 명우 뿐 이었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혼자서 미친놈처럼 사방팔방을 수소문하고 다녔다.
하지만 현지 경찰관들이 보는 앞에서도 목숨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이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죽어서 실리느냐 살아서 타느냐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명우는 그렇게 두려움과 울분을 삭히며 도피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발이 부르트도록 관계기관들을 들락거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업무의 과중함과 떠넘기기식 오리발에 심심풀이 땅콩 캐러멜 같은 에피소드 취급이었다.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당한 놈만 억울한 현실,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먼발치에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길 수십 번, 막동판과 달셋방을 전전하는 암담한 세월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등바등 악착같은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하지만 호구지책이었던 막노동 일감이 떨어지자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담했다.
돈도 없고 빽도 없이 자본우선주의사회에서 살아보겠다는 것은 빨간딱지감 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상실과 박탈, 원망과 절규로 애태워야했던 2년, 탈출구는 죽음 아니면 길거리로 나 앉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죽을 기회를 외면한 자신의 나약함을 원망하며 술, 하나 밖에 없는 딸이 보고 싶다고 술, 무슨 놈의 술 먹을 이유가 그리 많은 것인지 술, 술, 술........매일 매일이 상대해주지 않는 과거와 죽음에 대한 예찬이었다.
그러다가도 비가 오는 날이면 과장스러운 표정에 코맹맹이가 구성진 중국가수 흉내로 사무치는 고독에 술타령도 우울한 노숙부랑인들의 시름을 달래주곤 했었다.
명우는 무기력한 현실이지만 유쾌함과 재미를 잃지 않으려했던 40대 청년이었다.
그런데 이젠 술 없인 살 수 없는 노숙부랑인이다.
예쁜 딸이 보고 싶어서라도 가봐야겠다고 입에 달고 살던 집은 영영 갈수 없는 약속이 되었다.
막일이라도 해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뿐이다.
노숙생활 3년, 곁만 멀쩡할 뿐 위, 간, 폐, 척추 등 어느 한곳 성한 데가 없어 죽지 못해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잔 술에 옛 모습이라도 주절거려야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오랜 망설임 끝에 노크를 잃어버린 차가운 촉감을 확인하며 조심스레 문손잡이를 비튼다.
그리고 열리는 문을 방패처럼 의지한 채 멍들어 붓고 터진 얼굴을 들이민다.
“끼이익~”
테이블에는 악보들이 널려있고 3인용 소파엔 놀란 눈을 한 사내가 앉자있다.
그의 어깨엔 손 때 묻어 낡은 붉은색기타가 작정하고 애정을 과시하려는 애인처럼 비스듬히 기대여 있다.
부산역 광장에서 공연할 때 쓸 악보를 연습 삼아 정리하고 있던 준이다.
그런데 염탐하듯 행동이 조심스럽던 명우가 문을 열어 활짝 재치는 너스레를 떨며 준의 맞은편 소파에 몸을 던진다.
“있었네. 연습했었나? 와! 에어컨, 무지무지 시원하다.”
2평도 안 되는 공간엔 위기감을 토해내는 낡은 소파의 삐거덕, 풀썩거림과 노크를 잊어버린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궁색한 인사만이 호들갑스럽다.
명우는 자신의 일 거수 일 투족에 번들거리는 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손 부채질에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난 준이 창문을 열어 제친다.
그때까지도 명우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움직이는 일거수일투족에 멍한 시선을 고정시킨 채 앉아 있던 준이다.
“야~ 씨이, 노크 좀, 아니 야~ 이거 무슨 냄새냐? 드르륵~ 탁, 야~ 진짜,”
태양 볕에 만개한 민들레의 몸부림처럼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창틀의 먼지들이다.
그래서 준은 창틀 밑 선반위에 있는 수건과 옷가지들을 챙기며 시각적인 호흡곤란을 느껴본다.
“후우~ 야~ 인사는 됐고, 자 이거, 일단 씻고 나서 얘기하자.”
“헤헤헤...... 냄새 많이 나제.”
자신의 양쪽 어깨에 코를 번갈라 갖다대며 흥흥거리더니 알겠다는 듯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명우다.
그리고 준이 깊은 숨을 내쉬며 건넨 옷가지를 받아들고 사무실?밖 옆의 주방으로 들어가 요란법석이다.
언제 씻었는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글/이호준 lhj6701@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dfdh 2011-06-08 22:35:36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24시 생/중/계 주소창에 .GONI55.컴 << 고니55 입니다

실 시 간 라 이 브 블'랙'잭, 바'카'라, 식'보, 드'레'곤'타'이'거, 룰'렛 등 공짜로 진행방식 훌터보세요

※이제 당하지 마세요 무조건 드립니다 0707 - 893 - 49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