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방화 의심된다며 보험금 지급 면책 판결한 항소심 파기환송

P(39)씨 등 2명은 지난 2005년 2월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자신들의 섬유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창고 건물과 섬유 원단이 모두 불에 타자, H손해보험사 등을 상대로 10억 1000만 원의 화재보험금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화재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로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재판장 신태길 부장판사)는 2007년 7월 P씨 등이 화재보험에 가입한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화재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가 자연발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발생했고, 창고 바닥에서 인화물질이 발견되고 단시간에 급격하게 확산돼 창고 내 물품이 모두 불에 탄 점에 비춰 누군가가 고의로 불을 질렀다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화재 직전의 P씨의 행적과 과거에 수차례 화재 사고와 관련해 거액의 보험을 수령했고, 그 화재 사고는 모두 원단창고에서 발화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해 단시간 내에 창고가 모두 불에 탄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는 원고들 또는 그 가족이 화재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발생하게 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고들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23민사부(재판장 성백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1심 판결을 근거로 “원고나 그 가족들이 화재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추단되므로, 보험사는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 대법원 “방화인지 법관이 확신할 정도로 보험사가 증명해야”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섬유창고를 운영하는 P 씨 등 2명이 H화재보험사 등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화재보험금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6월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가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려면, 보험사가 해당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법관이 확신할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며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을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화재 당시 창고 주변에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발견돼 진화될 가능성이 컸고, 실제로 화재를 목격한 사람들이 다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들이 불을 낸 것이 아닐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방화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런 판단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취재/ 김영호 기자 jli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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