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판단착오? 자수한 SK가스, 189억 날벼락 왜?
SK그룹의 판단착오? 자수한 SK가스, 189억 날벼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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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 공정위에 자신 신고하고도 수백억 더 물판 SK그룹의 이상한 결정, SK에너지 ‘방긋’·SK가스 ‘침울

과징금 50% 감면받은 SK가스 이의신청 제기
“순이익 500억원 인데 과징금 규모 너무 커서”

가격담합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된 액화석유가스 업체들 간에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국내 LPG업계 6개사에 대해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공정위의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 가격담합 의혹에 대한 진실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가스 수입사인 E1은 공정위 담합 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지난 6월17일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에스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공정위의 가격담합 결정은 억울한 일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GS칼텍스 측은 행정소송 대신 이의신청을 다시 제기하는 식으로 불복신청을 밟았다.
공정위 조사 당시 담합을 인정하고 과징금을 100% 면제받은 SK에너지 측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에 따라 과징금의 50%를 감면받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SK가스가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왜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낸 것일까? 이유인 즉슨, 담합에 대한 자신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을 수백억원 이상 더 물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2월 국내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가 담합한 혐의로 6689억 원이라는 사상최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과 증거들을 토대로 담합 사실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2일 전원회의를 열고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6개 LPG업체들을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6689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업계에 보낸 심사보고서에는 1조3000억 원의 과징금이 산정됐으나 자진신고제 감면제도 등이 적용되어 경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에 따르면 LPG 수입사인 E1와 SK가스는 지난 2003년부터 6년간 72차례 정보를 교환해 프로판과 부탄의 판매가격을 공동 결정해 왔다. 그 결과 두 업체 간 ㎏당 판매가격 평균격차는 0.01원에 불과할 정도로 비슷한 선에서 형성돼 왔다.
E1와 SK가스는 자신들이 LPG가격을 결정한 직후 4개 정유사들에 이를 통보, 수입사의 충전소 판매가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손인옥 공정위 부위원장은 "수입사들의 가격 통보에 따라 수입사와 정유사의 충전소 판매가격 차이가 없거나, 매우 근소하게 유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SK가스와 SK에너지의 가격은 6년 내내 완전히 동일했다. 다른 업체들도 0.1~1.9원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에 그쳤다.
이에 SK가스는 1987억 원, E1 1894억 원, SK에너지 1602 GS칼텍스 558억 원, 현대오일뱅크 263억 원, 에쓰오일 385억 원의 과징금이 각각 선고(총 6689억 원)됐다.
다만 1, 2순위로 자진신고 한 두 업체는 리니언시(leniency, 자진 신고자 감면제) 제도를 적용받아 SK에너지는 과징금 100%, SK가스는 50%를 감면받았다. 이를 감안해 실 부과된 총 과징금 액수는 4093억4300만 원이다.
공정위로부터 가격단합 혐의로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LPG회사는 모두 6곳이다. 그 중에서 SK에너지와 SK가스로 두 회사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판 가스는 5조5927억원(SK에너지)와 5조1620억원(SK가스)이다.
원래 SK에너지는 1602억원, SK가스는 1987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지만 SK에너지는 한 푼도 안내게 됐고 SK가스는 993억5000만원으로 금액이 낮아졌다. 즉 두 회사는 동종업계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담합을 자진 신고해 출혈을 최소화한 것.
공정위는 담합을 제일 먼저 신고하는 경우 과징금 전액을 깎아주며 두 번째 자진 신고하는 회사에게는 절반으로 줄여준다. 이 두 회사의 경우 동시에 자진신고를 했다. 하지만 신고를 동시에 했다고 해서 공동 1위로 인정해줄 수가 없다는 게 공정위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에너지를 1순위 자진신고자로 정하고 SK가스를 2순위로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순위가 결정된 데는 SK에너지의 매출이 SK가스보다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공정위의 심사가 진행되면서 SK그룹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과징금이 부과됐다. 즉 LPG를 외국에서 들여와 국내회사에 파는 도매상인 SK가스보다 가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파는 SK에너지의 담합이득이 적다고 공정위가 판단했기 때문. 이 때문에 SK에너지의 과징금이 오히려 낮아졌다. 결국 SK가스는 이런 결과가 나오자 192억5000만이라는 안내도 될 돈을 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측은 “이미 공정위에 입장을 다 소명했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SK가스 측 관계자는 <시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징금이 50% 감면됐다고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감당하기 큰 규모이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한 것”이라며 “한 해 순이익이 500억인데 과징금 규모가 커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0억원의 돈을 내게 된 것에 대해서는 “SK에너지 측과 SK그룹의 경영진에서 정한 것이라 사실여부는 알 수 없다”며 “만약 그 내용이 맞다면 경영진에서 잘못 결정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LPG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업체 중에 수입사인 E1과 SK가스만이 과징금을 분할납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SK가스, E1, GS칼텔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5개 업체 모두 공정위에 과징금 분할납부를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과징금 규모 및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SK가스와 E1에 대해서만 분할납부를 승인했다.
SK가스와 E1은 납부기한이 6개월 연장, 올해 12월부터는 과징금을 균등 분할 납부하게 된다.

취재/정연우 기자

adsjy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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