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향수 되살아나고 있다?
이재오 향수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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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2인자’ 이재오 출사표

사진 이광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은평을 재선거 출마를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은평을은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당선무효로 적지 않은 시간을 무주공산으로 보내왔다. 여의도 정치에 복귀하는 것은 18대 총선 낙선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서, 만신창이가 된 여당을 추스르고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대권을 향한 긴 도전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일단 ‘대주주’의 컴백무대인만큼 대대적인 지원을 할 태세다. 하지만 승패에 따라 독배가 될 수도,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 국민권익위원장이 은평을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승패에 따라 독배가 될 수도,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자신의 대권을 향한 긴 도전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의 컴백 소식에 여당 핵심 당직자는 “이재오답지 않게 용케도 오랫동안 잘 참아냈다”고 말했다.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오래 나가 있었다. 이쯤해서 돌아올 만하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대표주자이면서도 18대 총선에서 패하며 2년이 넘게 밖으로만 돌았던 그로서는 마지막 기회다. 평소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이 위원장은 이번만큼은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가 여의도로 향하는 길에는 난관이 버티고 서 있다. 여당은 일단 ‘대주주’의 컴백무대인만큼 대대적인 지원을 할 태세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의 민심이 반영되는 첫 선거인만큼 당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차가워진 민심·여권
주류 타격 등 난관

당의 화합을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라는 쉽지 않은 결단까지 한 만큼 친박계도 일부러 태클을 걸지는 않을 태세다. 다만, 이미 낙선운동을 예고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친박계 팬클럽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다.
아울러 야권도 은평을 승리를 위해 벼르고 있어 녹록치 않은 선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 카드에 맞서 민주당이 김근태, 손학규 상임고문 등의 거물급 후보를 내세울 것이란 얘기도 있고, 깜짝카드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인물 대결이 아닌 ‘정권심판 구도’로 선거전이 펼쳐질 경우 현 정권의 상징적 인물인 이 위원장이 고전할 수도 있다.
여기에 6ㆍ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민심은 여당에 차갑다. 그가 출마할 서울 은평은 실제로 6ㆍ2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ㆍ은평구청장ㆍ시의원ㆍ구의원 선거 모두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당장 조직에서부터 그는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셈이다.
이 위원장 역시 “지방선거 이후 선거를 치르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나가는 것이어서 더 낮은 자세로 정말 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닥 정서는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측근은 “권익위원장으로서 일을 잘했다는 평가들이 많아 주민들 사이에서 ‘이재오 향수’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측근들 주변에서조차 “선거에서 질 경우 이 위원장이 낙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등 패배 때는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지만, 승리할 경우 여당이나 이 위원장 개인으로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리멸렬한 친이계가 다시 세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그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군에 포함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나 친박계와의 갈등지수가 다시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또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여권 주류가 타격을 입은 만큼 이 위원장에게도 타격은 있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을 본회의로 끌고 갔다 부결의 운명을 맞았다. 친박근혜계를 비롯한 야당으로부터 ‘오기 정치’라는 비판도 들었다. 훗날 역사의 심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여권 주류가 국정 장악력에 힘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은 그에게도 좋을 게 없다.
지역구가 그를 환영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하나의 난관이다. 지역에서는 서울이면서도 낙후한 은평에 불만이 많다. 이 때문에 권력실세로 알려진 그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주민과 소통해온 그는 이번에도 착실하게 표밭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은평에서 3번의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지역발전에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위원장이 이날 “나에게 주어진 고난의 길을 내가 피할 수 없는 그런 입장이라는 것을 이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野 거물급 출마설

야권의 반격도 이 위원장을 힘들게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오 대항마’를 자처하는 야권 후보들이 출마 러시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을 출마가 확실시되는 여권 실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꺾겠다며 10명이 훌쩍 넘는 후보들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과 화려한 스타급 인사도 적지 않다. 이 위원장이 압박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당내 인사 여럿이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민주당에서 외부 수혈론까지 조금씩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은평을 선거의 상징성을 감안해 참신한 인물을 필승카드로 영입하자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신경민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방송인 손석희 씨 등이 영입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위원장의 재보선 출마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는 점은 정치권에서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면서부터 재보선 출마설에 휩싸였다. 문국현 전 대표가 낙마하고 은평을이 재보선 지역구가 되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위원장이 낙마 후에도 한나라당 은평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한데다 미국 유학 중에도 은평을에 대한 애정을 내비쳐 이러한 관측을 키웠다.
그는 귀국 후에는 아예 ‘현역처럼’ 오전 시간을 지역구 관리에 쏟았으며 팬클럽 회원들과 지역구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권익위원장을 맡고 있는 와중에도 ‘여의도 복귀’에 대한 의중을 은연 중 내비쳐왔다.
이 위원장의 최측근인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도 지난 6월7일 이 위원장 재보선 출마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당내 여러 의원들이 권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아예 이 위원장이 지난 6월15일 재보선 출마에 대해 “공무원 신분이면서 한 눈 팔면 되겠느냐”면서도 “그런 시점이 오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출마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불렀다.
이 위원장이 최근 측근들에게 ‘장수가 전쟁터를 떠날 수 있냐’고 말 한 것이 정치인들의 전쟁터인 ‘선거’를 말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특히 자신의 당 복귀로 계파갈등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물음에 “내가 미국에 갔다 와서 지금까지 당내 갈등을 만들어낼 만한 언행을 한 적이 없지 않느냐”면서 “만약 당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한나라당 대의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해 당 복귀 가능성을 높였다.

패배 시 낙향

한편 야권은 이 위원장의 은평을 출마에 대해 사퇴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서울 은평을 재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정권의 실정에 대해 책임지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현희 원내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위원장은 왕의 남자라는 별칭이 있듯이 사실상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서 오만하고 부적절한 많은 언행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이번 은평을 선거에서 국민들은 이 위원장에 대해 현명한 민심의 심판을 직접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은평을 선거에 이 대통령이 직접 출마한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야권의 누가 나가더라도 이재오 위원장이 나선다고 한다면 필승의 의지로 이 위원장을 꺾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오 위원장이 나옴으로써 6.2 지방선거에 이어 7.28 재선거도 뜨겁게 달궈질 것”이라면서 “이 위원장에게 반드시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장의 출마 파장은 크다. 특히 ‘정권 2인자’로 통하는 그의 상징성 때문이다. 당선된다면 원내에 복귀해 친이계의 구심점이 되는 등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하지만 패한다면 개인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물론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정권심판론’을 재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정권에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게다가 은평을은 6·2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시의원을 모두 민주당에 내주는 등 지역 정서도 녹록치 않다
측근들 주변에서조차 “선거에서 질 경우 이 위원장이 낙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등 패배 때는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승리할 경우 여당이나 이 위원장 개인으로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위원장이 7.28재선에서 승리해 지리멸렬한 친이계의 세를 다시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그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군에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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