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 “수사기관, 전기통신법 적용 신중하라”
김영호 기자
천안함 사태와 관련, 인터넷 등에서 정부의 진상조사결과 발표와 다른 의견들을 개진한 시민들을 검찰과 경찰이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해 허위사실 유포로 사법처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박찬종 변호사가 “위헌 법률을 적용할 땐 신중하라”며 질타했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 8일 ‘박찬종의 올바른사람들’이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천안함 사태와 관련, 수사기관은 전기통신기본법을 남용해서 안 된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리고 “수사기관이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적용해 사법처리하고 있는 사례가 갑자기 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남용될 때는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침해될 위험이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그는 “형법을 비롯해 특정행위를 단죄하는 처벌법을 제정할 때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즉 처벌의 대상인 행위의 구성요건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며 “그런데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에서 단순히 ‘공익을 해할 목적’이란 요건은 해석상 그 범위를 특정하기 쉽지 않아서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서 처벌법을 제정할 때, 이른바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위헌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인터넷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견들 중 정부의 진상발표와 어긋나는 의견을, 일률적으로 위 조항 위반으로 사법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위헌의 논란이 있는 법률을 적용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사이버 경제대통령’으로 유명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박 변호사는 “검찰이 미네르바인 박대성씨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라는 등의 글을 인터넷에 공표한 것에 대해 위 조항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2009년 4월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고, 이 조항은 현재 헌법소원이 제기돼 모든 변론을 종결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진상발표와 다른 의견들이 속출하고 있는 데에는 그동안 정부의 발표에 일관성이 결여돼 신뢰를 상실한데서 비롯된 요인이 크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