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 아들딸만 생산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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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여인천국, 싱가포르에서는 지금

▲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싱가포르는 공원처럼 잘 가꾸어진 나라였다.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끝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국가다.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넓은 641평방킬로미터요, 인구는 고작 460만밖에 되지 않은 조그만 나라다. 하지만 1965년 8월 독립한 뒤 리콴유 초대 수상이 정치를 잘하여 오늘날엔 GNP가 3만 달러나 되는 부강한 나라로 발전했다.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부터 싱가포르에서는 씹던 껌을 함부로 버려도 안 되고 침도 아무데서나 뱉으면 안 된다고 들어서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만큼 깨끗하게 환경을 잘 관리하는 나라구나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싱가포르는 공원처럼 잘 가꾸어진 나라였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6월 7일 오후 7시 25분. 공항에서 만난 가이드 이치훈 씨는 싱가포르는 젊은 부부가 아들딸만 생산할 수 있을 뿐 모든 것을 다 외국에서 수입하여 살아간다고 소개했다. 농산물, 수산물, 공산품 등 모두 수입한다는 것이었다.
싱가포르는 또 여인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했다. 어느 나라 여인이나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일을 주부가 하지 않고 방글라데시나 이웃 말레이시아 여인들을 고용하여 부려먹는단다. 우리 일행은 딸들을 싱가포르로 이민 보내야겠다며 웃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계속 쏟아냈다. 2012년까지 싱가포르 택시들은 모두 우리의 현대자동차로 교체하게 된다고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싱가포르의 지하철은 모두 우리나라의 건설회사들이 시공했는데 확장될 지하철도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맡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땅굴파기 하면 삼성건설이 최고라는 것이었다.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싱가포르는 동서의 길이가 42킬로미터요 남북이 23킬로미터다. 아주 조그만 섬이지만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중계무역항이다. 이 싱가포르에서는 담배 한 값에 만 원이고 소주 한 병에 2만 원이라니 어지간한 월급쟁이라면 금연과 금주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이드는 싱가포르 야경을 구경하려면 30달러씩 내라고 했다. 그러나 옛날 홍콩야경이 유명하다하여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와 대동소이할 것 같아 그냥 호텔에서 푹 쉬기로 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라는 쥬롱 새 공원(JURONG BIRD PARK)을 찾았다. 처음엔 모노레일을 타고 잘 가꾸어진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다양한 새들이 무리를 지어 노닐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뒤 새들의 공연장(POOLS AMPHITHEATRE)에서 갖가지 새들의 공연(Allstar bird show)을 구경하였다. 두루미, 잉꼬, 앵무새, 펭귄, 독수리 등이 나름의 묘기를 보여주어 관광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련사들과 새들의 교감을 보면서 먹이를 미끼로 가르치면 새들도 묘기를 보여준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쥬롱 새 공원에는 멸종위기에 있는 새 12종을 비롯하여 600종 9천 마리의 새들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있다고 했다. 쥬롱 새 공원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문득 미국에서 보았던 인디언보호구역이 떠오르는 건 무슨 연유일까?
이어서 싱가포르 국립식물원을 둘러본 뒤 40분쯤 버스를 타고 국경을 건너 말레이시아 조호바로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말레이시아민속공연을 관람하고 회교사원을 구경한 뒤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이튿날 우리 일행은 약 2시간 동안 싱가포르 시내관광에 나섰다. 머라이언 파크에서 신축중인 거대한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 불리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이 착공된 지 2년여 만에 완공됐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타워브리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싱가포르의 세계적인 랜드마크 건축물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 빌딩은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시공했는데 이 빌딩의 오픈 행사에는 여러 나라에서 취재기자만 무려 1200여 명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 빌딩은 21세기 피사의 사탑이라고 부른다던가.
이 호텔은 지하3층, 지상55층에 3개 동의 객실 2,561개를 갖추고 있다. 지상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올라가는 동쪽건물이 지상 70미터(23층)에서 서쪽 건물과 연결돼 55층까지 올라가는 들 입자(入)형 구조로, 현존하거나 설계?시공 중인 세계 건축물 가운데 최고 난이도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52도의 건물 기울기는 '피사의 사탑' 기울기(5.5도)의 10배에 가깝다. 또 호텔 3개 동의 옥상을 연결하여 축구장 2개 규모의 거대한 공원을 만든 것도 특징이란다.
건물을 저렇게 삐딱하게 짓다가는 곧 무너질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던 싱가포르 사람들이 지금은 역시 한국 건설업체가 최고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운다고 한다. 이 공사비는 6억 8천 6백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9천억 원이니 우리나라의 해외건축물 수주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인가?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의 주가가 날로 치솟는 것 같아 흐뭇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게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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