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상권을 둘러싸고 중소상인들과 홈플러스, 이마트 등 거대 유통업체들 간에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의 킴스클럽마트 인수·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소상인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사태의 중심에 있는 홈플러스가 이랜드그룹 계열사로 슈퍼마켓 사업을 하는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면 결국 압도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되어 중소상인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 이마트도 도매업 사업에 진출하기로 선언하고, 최근 동네슈퍼에 상품을 직접 공급하는 등 소규모 상점을 대상으로 도매업에 본격 나섰다. 반면 동네슈퍼와 경쟁하는 SSM이나 '볼런터리 체인(VC)' 등의 가맹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 킴스클럽마트 지분 98%를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1개월간의 실사작업을 거친 뒤 최종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현재 킴스클럽마트는 57개의 점포 중 50개 점포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홈플러스의 자체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점포수는 182개로 킴스클럽을 인수할 경우 239개로 늘어나 현재 216개의 매장을 둔 롯데슈퍼를 뛰어넘게 된다는 것.
홈플러스의 경우 SSM업계에서 현재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통업체. 이랜드가 2005년 해태유통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킴스클럽은 현재 4위다. 홈플러스는 킴스클럽마트 인수를 완료하면 점포 수 기준으로 SSM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홈플러스의 경우 소상인 반발과를 비롯해 정부ㆍ정치권 규제 움직임으로 SSM 사업 확장이 규제를 받게 되자 기존 업체 인수라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구상하고 있다는 게 중소상인들의 시각이다.
“익스프레스 오픈 막아 달라”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익스프레스 신규 개설이 지지부진했다. 그리고 영세상인들이 익스프레스 오픈을 막아 달라며 중소기업청에 낸 사업조정 신청 건수는 무려 74건에 달한다. 즉 오픈을 계획했던 74개의 점포가 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SSM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온 홈플러스가 영업 확장 방편으로 인수라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기업형 슈퍼마켓을 추진했지만, 중소상인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지난해 9월 이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대형유통업체들의 SSM 사업 확대가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홈플러스는 전국 SSM 진출을 막아 달라는 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에 따라 영업정지권고를 받게 되면서 자사의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가맹점 체제 도입을 추구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이 ‘프랜차이즈가 대기업의 우회 확장’이라는 반발에 휩싸이면서 신규 점포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홈플러스는 또 향후 기존 영세 수퍼마켓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SSM입점에 대해 상인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사실이며 문을 열지 못한 곳도 있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경우 계속해서 대형마트의 대규모 출점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면서 생존권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SSM가맹점은 사업조정 회피를 위한 수단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독과점식 운영으로 지역경제와 상인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M입점저지중소상인살리기 경남대책위 이휘웅 대표는 “거대자본을 가진 유통 대기업들에 의해 매출이 반토막 나서 부도를 내거나 가게 문을 닫고 전업을 한 영세중소상인들이 부지기수”라며 “이제 그것도 모자라 상생이란 양의 탈을 쓰고 겨우 살아남아 영업하고 있는 동네슈퍼마켓에 하루하루 납품하며 살아가고 있는 영세 납품업자들의 삶의 터전까지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홈플러스가 국내법상 합법적인 사업조정 신청 절차에 의한 일시 정지 권고기간동안 영업하지 못한 손해까지 물어내라고 소송을 낸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현재 익스프레스 사업조정을 둘러싸고 인천 갈산동과 인천 부개동, 인천 송현동, 서울 대방동, 서울 구의동 등 5개에서 민노동과 SSM입점저지 대책위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상생프랜차이즈(가맹점) 1호점인 인천 갈산동의 경우 사업모델이 괜찮아서 오픈을 준비 중이었는데 대책위와 민노당이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물건자체의 반입을 막는 등의 시위를 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소송 취하에 대해서는 별달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합의점을 찾는 것은 계속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SSM을 둘러쌓고 난황은 거듭되고 있다.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추진됐던 SSM법안의 국회처리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SSM의 입점 규제를 골자로 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은 여야는 물론 지식경제부의 동의 하에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관련 개정안들은 이후의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외통부와 여당의 반대에 부딪쳐 처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유통산업 발전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동시처리를 주장해 막판 의견 조율에 실패한 것이다. 이와 관련 영세상인들은 여당이 합의를 깨고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강한 불만에 전국 상인연합회와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상인단체들은 '중소상인 살리기 유권자 연합'을 출범하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최근 대형마트 SSM의 잇따른 입점과 관련해 사업조정신청 절차를 밟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트 도매업 진출 파장
한편 신세계 이마트가 도매업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함께 해왔던 도소매상들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동네 슈퍼마켓에 직접 물건을 공급하는 등 소규모 상점 대상의 도매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반면 동네슈퍼와 서로 적대적이 될 수 있는 기업형 수퍼마케 사업이나 ‘볼러터리 체인(VC)’ 등의 관련 가맹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슈퍼마켓을 고객으로 삼아 이를 통해 ‘구매력’을 높여 제조사를 압박해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앞서 이마트는 상품공급업의 모델로 추진해온 VC방식을 백지화하고 ‘에브리데이 365’라는 브랜드로 보증금과 회비를 받는 가맹사업과 관련된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상품을 공급받는 점포라는 간판을 표시하기 원하는 동네슈퍼를 상대로 등록하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SSM가맹사업이라는 쪽으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곧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이번에는 동네슈퍼를 대상으로 도매업에 진출함에 따라 기존 도매상과 기존 총판중심의 상품공급체제에 새로운 파국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동네 슈퍼를 대상으로 영업해온 중소 도매상들은 이마트의 '상생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중소상인들을 고사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최근 서울 송파와 강동구 지역의 개인 슈퍼마켓 10곳과 계약을 맺고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공급 업무에 들어갔다다고 밝혔다. 상품 주문과 구매는 즉 이마트몰 안에 개설된 ‘법인몰’을 통해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는 지난 5월말 한국수퍼마케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중소기업청과 ‘대중소유통업체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신세계는 도매상역할을 하는 조합을 통해 소매상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도소매 모두와 윈윈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신세계가 조합을 배제하고 직접 동네 수퍼마켓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겨나게 됐다. 즉 기업 간 거래 모델(B2B)인 것이다.
이에 도매상들은 이마트가 싼값에 물건을 소매상에 공급하게 되면 기존 도매상의 경우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도매상들은 “상생협약은 속임수”라며 “중소상인들을 다 죽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소매상의 경우 도매상 눈치를 보지 않고 싼값에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어 내심 반기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5월26일에 중기청, (주)신세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대?중소유통업체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명분은 중소유통에 대해 공동구매 대행, 물류센터 활용 등이었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에브리데이365'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 등록을 마쳤다고한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가맹점모집이 언제든지 가능해졌다. 에브리데이365는 기존 동네슈퍼에 상품만 공급해주고 판매에는 관여치 않는 볼런터리체인 방식으로 가입이 매우 간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가맹비는 없고 상품보증금 명목으로 4200만 원만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이달부터는 동네 슈퍼마켓 등의 개인 사업자만을 가입자로 운영되는 전용 ‘온라인 법인몰’을 마련했다. 이는 B2B 모델을 강화해 소매유통상인들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업소용대용량 매장 코너도 시작했다”며 “이렇게 신세계는 도매업 강화를 위해 치밀한 작전과 전략으로 모든 상륙준비를 끝마치고 돌격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동네슈퍼마켓 8만9000여개와 재래시장, 음식점에 납품을 하는 영세납품도매업체는 4만 여개, 20만 종사자에 이른다. 이제 우리 영세납품업자들의 생존권은 대기업 SSM의 진출로 인한 중소소매업 축소와 신세계의 도매유통시장 직접진출이라는 이중고로 인하여 압사될 상황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그럼에도 신세계는 대중소간 윈-윈 전략이라며 거짓 사탕발림을 늘어놓고 있다. 이것의 본질은 또 다른 도매유통상인들의 죽음을 은폐하기 술책일 뿐이다. 얼마 전 신세계 직원들이 동네슈퍼마켓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상품납품을 위한 가맹계약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드러나면서 거짓이 탄로 났다”며 “중소기업청은 이러한 대자본의 음모에 놀아나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정당화 시켜주고 6.2 지방선거를 위해 정략적으로 추진시킨 업무협약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중소소매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중소소매업을 제대로 살리리면 오늘 우리 도?소매중소상인들은 하나로 뭉쳐, 피도 눈물도 없고 기업윤리도 내팽개친 신세계에 맞서 결사투쟁 할 것”이라며 “21세기는 존경받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사회적 약자를 짓밟고 세운 피의 제국은 언젠가는 그 탐욕으로 인해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신세계 정용진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도매업 진출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며, 진심으로 중소상인들과 상생하길 원한다면 우리의 대화요구에 응하여 그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라는 바이다”고 경고했다.
이에 반해 소매상들은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적은 상태다. 제품을 납품 받아야 하는 소매상들의 경우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주는 쪽에 관심이 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배재홍 사무국장은 <시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세계의 도매업 진출은 영세상인들과의 상생하겠다던 선언과 다르다. 현재 유통상인연합회 소속된 도소매 상인들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배재홍 사무국장은 “소매의 경우도 대기업에 예속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현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이마트 측에서 거부했다. 현재 이 같은 분위기라면 도소매 상인들 모두 생존권을 위해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